<에코다큐보기 21일차> 잡식가족의 딜레마

새봄
2022-07-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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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다큐보기 21일차
내가 선택한 다큐는 황윤 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 이다.
곰곰님도 소개하셨던 어느 날 그 길에서의 감독이다.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는 개봉하고 오래지 않아 영화관을 찾았지만,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좋아하는 감독임에도 선뜻 걸음을 내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비건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9년 여성환경연대의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온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봐야 겠다는 다짐만 했었다. 그 다짐을 이제야 실천하니, 에코 다큐보기 미션 덕분이다.

사랑할까, 먹을까?!
동물원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에 공감했던 감독은 그 공감이 야생동물에게 확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먹는 소, 돼지, 닭 등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가,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며 살처분 되는 모습을 보며 감독은 살아있는 돼지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음을 깨닫고  돼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강원도 산골마을의 공장식 축사가 아닌 농장에서 엄마돼지 십순이와  막내 돈수를 만나며 더 이상 이들을 삼겹살이나 돈까스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 돼지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깨끗하고 영리하고 과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독은 남편 영준에게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취급되는 지와 먹거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영준은 가축화된 동물만 먹는 잡식이며 그건 당신에게나 중요한 이슈지, 난 내가 먹을 음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서 영준의 주장은 잡식을 옹호한 방어적인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뜨끔했다. 
인간은 잡식동물로 태어나는가, 아니면  잡식동물로 길들여지는 가에 관해 고민하고 아들 도영의 어린이집 식단은 고기가 빠진 날이 없다. 도영의 생일파티 한 장면, 나는 산처럼 쌓아놓은 치킨 생일상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원치 않은 채식주의 커밍아웃을 당하고 주위 사람들의 이구동성 한마디씩. 비육식주의자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뿐만 아니라, 배고픔까지 느껴야 한다. 푸드코트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없어 감독이 먹을 수 있는 건 김밥이었고 그마저도 햄을 빼서였다.  마트에서 아이에게 돼지껍질이 함유된 젤리를 사주지 않자, 울음을 터트리는 도영이.
이쯤되니 감독의 채식주의의 고단함이 느껴지고 안쓰러웠다.

감독은 채식이 답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공장식 축사와 산골 마을 축사의 돼지를 보여준다.  공장식 축사를 고발하는 느낌은 아니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미 돼지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진통이 몇 시간이었는 지 등을 하얀 보드판에 기록하는 인상적인 원중연 농부님. 출산능력에 따라 어미돼지를 줄세우지 않으려 하는 농부님이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산골 마을 축사에서도  마취도 없이 수컷 새끼 돼지의 거세가 이루어지고(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새끼가 죽는다.ㅠㅠ) 감독이 이름 붙였던 막내 돈수는 태어나 1년이 되는 겨울날에 도축장으로 간다. 
다큐의 마지막 촬영 즈음에 농부는 감독에게 돼지고기를 선물한다.

이제 고민은 나의 몫이다. 나처럼 보지 않고도 알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분이라면 이 다큐를 추천한다. 알 수록 내 삶은 불편해지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니...

댓글 5
  • 2022-07-31 20:37

    친구가 되면 먹을 수 없겠구나 ㅠㅠ

    식물과 친구가 되지 말아야지 ㅠㅠ

    술과는 친구가 되어야지

    아이고 고기 너무 많이 먹는 우리집 ㅠㅠ 반성 중 ㅠㅠ

  • 2022-08-01 13:40

    보지 않고도 알 것 같은 느낌.... 늘 그러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되네요~

    당위로 주장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인 딜레마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다큐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에코다큐 21편의 리뷰를 읽고나니... 보지 않고도 안다는 착각을 조금 깨닫게 되었던 7월이었네요.

    21명의 리뷰어님들 감사합니다.

  • 2022-08-01 16:15

    채식… 많이 힘들겠다싶어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육식은 조금씩 조금씩 줄여보겠습니다.

    “다큐보기” 참 좋네요.

    내년 여름쯤 또 할까요?? 

  • 2022-08-01 17:16

    고기가 없으면 먹을게 없다고 주장하는 아들들과 살다보니 점점 입맛은 육식에 길들여지네요

    출근길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닭장속의 닭을보면 시선을 피했던 제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면 더이상 치킨을 편안하게 못먹을것같은 느낌에 그랬는데 앞으로 어찌 해야할까 고민됩니다,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듯합니다

  • 2022-08-03 23:37

    퇴근길의 남편에게 저녁으로 뭘 먹을까? 라고  묻는 저의 이면에는 항상 편하게 접하는 육식(치킨, 삼겹살 등)을 생각하면서 묻는것 같습니다.

    채식을 염두에 두고 물어본 적이 한번도 없네요...

    그나마 야채나 채소가  더  먹고 싶으면  고르는 메뉴가 샤브샤브였는데...여기에도 육식이 빠지질 않으니...

    음식도 접하기 쉽고  요리하기에  편하고 쉬운것만  찾게 되니 채식보다는 육식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물반찬 만들기가 젤 어렵습니다.ㅠㅠ

    지금이라도 채식 반찬 식단을 한번 만들어서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실천을 해봐야 할까요?

    그렇게라도 하다보면 언젠가는 육식보다는 채식의 매력에 풍덩 빠질 날이 올까요?

    육식과 채식....참으로 어려운 딜레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