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큐보기 20일차]
느티나무
2022-07-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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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에 화재가 되고 있는 드라마 때문에 고래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덩달아 스타가 된 샘이다.

아들이 어렸을 때 처음 관심을 보인 동물이 고래였다.

그때 나는 말이 늦었던 아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극성 엄마 퍼포먼스를 하느라

63빌딩에 처음 생긴 아이맥스 영화관에 가서 대형 스크린으로 실제 고래의 크기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그 거대함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그 큰 몸집의 유연함이라니... 아름답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고래의 모습과 삶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다큐는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 MBC에서 창사 50주년의 기념으로 제작한 다큐  <인간과 고래>이다. 

 

고래를 주제로 한 다른 아름다운 다큐들과 달리 여기서는 '고래사냥'이 주제다.

 '고래사냥'은 세계 곳곳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첫 장면이 고래와  사람이 뒤엉킨 피로 물든 한 항구의 모습니다.

이곳은 북대서양에 인접한 덴마크령의 페로제도 글라스빅이다. 

매년 여름 이곳을 지나가는 고래들을 유인해와 사냥을 한다고 한다.

고래 80마리를 잡는데 15분

이 영상이 세상에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들은 고래사냥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외지인들에게 잔혹해 보이겠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각 나라에는 전통문화와 음식이 있다. 고래는 페로만의 음식이자 식량이다. 이것은 투우나 투견과는 다른 것이다. 천 년을 이어온 전통이다. 우리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365일 중 260일이 비가 오는 해가 들지 않는 땅이다. 작물이 자랄 수가 없으니 바다에서 얻는 것이 전부다. 고래는 생존을 위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고 사라지는 전통들도 많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고래사냥을 이어가고 있을까?

 

  고래를 멸종위기로 몰고 간 것은 원주민들이 아닌 동물들에 대한 존중도 철학도 없는 유럽인들이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고래기름으로 난방과 전력을 조달하기 위해 고래기름의 수요가 급증하자 포경선이 전세계 바다를 점령했다.

그리고  고래를 쫓는 인간의 욕망은 대형 고래를  멸종위기로 내몰았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라마네라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화산섬에서 고래는 그들의 식량이자 다른 물품과 교환하는 화폐의 역할을 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고래를 잡지 못하면 자신들이 잘못이 있어서 고래가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고래사냥을 나가기 전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대규모의 신성한 의식을 치른다.  

고래 사냥은 아주 위험하고 성공률이 낮다. 어부, 아낙, 어르신, 아이들 모두 한마음으로 하늘이 고래를 허락해 주길 기도한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손수 만든 배로 노를 저어 먼 바다까지 나간다. 몸을 날려 작살을 던지고 고래를 끌고 돌아오면 

온 마을이 그들을 반긴다. 인도네시아 라마네라의 고래사냥은 잔인함 보다는 신성함이 있다. 

비록 죽은 고래지만 아이들은 고래와 같이 논다.

그리고 잡은 고래는 먼저 미망인과 가난한 사람들,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먼저 나누어 주고 이웃마을까지 함께 나눈다.

고래는 부족을 하나로 통합해 주는 수단이며 종교이고 함께 살아가는 가치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인간과 고래는 이렇게 공존해 왔다.  

 

그렇다면 고래사냥은 존중 받아야 할 전통일까? 전통을 가장한 학살일까?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많은 동물이 공생하는 평화로움이있다.

거북이 인도하는 고래와 거기에 새겨진 인간의 마음 다음 생에도 인간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페로의 사람들에게 고래사냥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온 페로의 삶 자체이자 페로의 상징이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함께 얻고 함께 나누는,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페로라는 공동체인지도 모른다.

 

이 다큐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댓글 4
  • 2022-07-30 00:17

    마음이 아파서 차마 못 볼거 같아요. <곰에서 왕으로>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떠오르네요. 에코프로젝트를 하고 생태공방 활동을 하면서 막연했던 .. 포식자와 피식자의 공생 원리가 조금씩 이해되는 듯 합니다.

  • 2022-07-30 13:43

    “공존의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받드는 거둠도 나란히 떠오르네요

  • 2022-07-31 20:38

    피바다가 된 화면 ㅠㅠ 

    슬프네요 

  • 2022-08-01 14:21

    대문사진만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어요.
    그래도 라마네라의 고래사냥에 안도감이~
    공존하며 살아가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