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큐보기 19일차] 반려동물의 숨겨진 슈퍼파워

모로
2022-07-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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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다. 인문약방에서 한약 포장을 끝내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려고 따악 식판을 내려놓는데, 블랙커피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혹시 다큐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기는 하는데….” 하고 이야기하는 순간 느꼈다. 아 낚였구나 ㅋㅋㅋㅋㅋ

커피님이 “저기 공생자 행성에서 에코 다큐 리뷰를 올리는데 써보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물으셨지만 나는 안다. 그게 사실 “쓰세요.”라는 이야기임을. 나는 사실 다큐를 보지 않는다. 특히나 환경 관련 다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환경 다큐에 대해서 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

 

 일단은 넷플릭스에서 환경 관련 다큐를 검색해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콘텐츠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나의 문어 선생님’이나 ‘우리의 지구’ 같은 유명한 다큐도 눈에 보였다. (우리 집 냉동실에 엄마가 준 커어다란 문어가 얼려져 있으므로 이걸 다 먹을 때까지 문어 다큐는 보지 못한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반려동물의 숨겨진 슈퍼파워.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3살 때 입양해서 지금은 벌써 8살이 되었다. 우리 집 고양이 마리는 눈빛만 보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정도는 아니지만 말하지 않아도 대략은 눈치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고양이는 산책하러 가지 않으니 하는 말이야 몇 가지 안 되니, 예를 들어 밥통이 비었다. 똥통이 더럽다 등이다.

 

 마리는 자율급식을 하므로 시간에 맞춰 밥을 주는 대신에 늘 비어있지 않게 사료를 채워두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사료가 비는 때가 있는데, 요 고양이는 이걸 참지 못한다. ‘원래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어? 집사 어? 지금 뭐 하는 거야?’라며 자는 나를 들들 볶으면서 깨우고, 내가 끝까지 모른 채 외면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한숨을 쉬며 일어나 사료를 채워주면, 먹지는 않는다. ‘음 그래 됐어. 사료가 채워졌네?’ 만족해하며. 총총 자리를 떠난다. 우씨 새벽에 깨워놓고는!

 

 고양이는 모래에 똥과 오줌을 싸고, 깔끔한 동물이다. 배변 실수를 하거나, 그런 일은 도통 없었다. 하지만 가끔, 내가 똥통을 비우는 일을 잊었을 때. 내가 가는 길목에 똥 한 덩이를 올려다 놓곤 했다. ‘야 집사. 너 똥통 치우는 거 잊었잖아. 어? 내 똥을 받아라.’ 그러면 나는 잊었던 채무가 떠오르듯 똥통을 치우러 갔다. (물론 똥을 올려놓는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달에 한 번쯤??)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언어 말고도 다양하게 서로 의사소통한다. 하지만 이 다큐에서 보는 아이들은 일반적인 반려동물을 넘어서는 놀라운 일을 해가는 거 같다. 4가지 시리즈로 이루어진 이 다큐는 지능, 의사소통, 초감각, 운동 기량으로 나뉘어서 여러 반려동물을 등장시키는데 개, 고양이, 기니피그, 토끼, 앵무새, 쥐 등 다양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나와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주인과 베이스 점프를 같이하는 보더콜리가 나오는데, 이 둘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보더콜리는 아주 똑똑하고 사랑스럽지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아서 키우는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남자와 보더콜리는 환상의 궁합으로 다이나믹한 운동을 함께 즐기는데, 나중에는 베이스 점프라는 그냥 절벽에서 냅다 낙하산 메고 뛰어내리는 듯한 격한 운동도 함께 한다. 나라면 기절하겠지만, 둘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내가 보기에도 보더콜리 역시 그 운동을 즐기는 듯했다. 서로를 완전하게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할까.

 

 또는 버튼을 이용해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강아지, 춤을 추거나 말을 따라 하는 앵무새들이 나오는데,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내가 마리와의 의사소통에 너무 소극적이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고양이와 인간의 종간 경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저 몇 가지의 소통에 만족하고 있었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마리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슈퍼파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맨날 내 옆구리에서 자는 걸 제일 좋아하고, 손님이 오면 오지랖이 발동해 꼬옥 손님 가방을 뒤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고양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귀여움을 간직한 다큐멘터리다. 반려동물의 숨겨진 슈퍼파워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누군가가 나를 온전히 사랑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니까.

 

 --> 더운 날, 선풍기를 쐬며 낮잠을 자는 고양이

댓글 6
  • 2022-07-29 07:43

    하하....우리 모로님 글이군요^^

  • 2022-07-29 14:36

    마리~~~~~ 😍😍😍😍😍😍😍

  • 2022-07-30 00:10

    언젠가 줌 세미나에서 본 그 친구네요, 카메라 앞을 유유히 지나가거나 모로님  앞에 딱 앉아 있던 그 친구.

    다큐 이야기도 재밌지만 모로님 집 마리이야기가 더 재밌네요~

  • 2022-07-30 00:18

    ㅎㅎㅎ 지난 강화행을 계기로 모로샘과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네요.

    그래서 이번 다큐 리뷰 부탁드릴 수 있었는데, 흔괘히 오케이 해주셔서 찐 감동~~~~~~

    선풍기 쐬며 낮잠자는 마리, 그 뒤의 샘의 거실 풍경...

    샘에게 쪼금 더 다가간 느낌? ㅎㅎㅎ 

    이래저래 땡큐~~♡♡♡

     

  • 2022-07-30 13:45

    반려동물의 슈퍼파워=사랑

    낮잠자는 마리 아~주 편안해 보이네요

  • 2022-07-31 20:42

    모로님네 고양이는 아주 행복하네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을 해본적이 별로 없는 저는  

    가끔 인터넷 반려동물 사진으로 행복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