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큐 보기 15일차]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겨울
2022-07-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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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옷을 차려입고 외출할 일이 확 줄었다. 그래서 옷장 앞에서 '입고 나갈 옷이 없네' 하며 한숨 쉴 일은 없겠거니 했는데, 웬걸, 매주 나가는 일어강독과 에코 프로젝트에 매번 다른 옷을 입으려는, 그게 안 되면 코디라도 이리저리 다르게 해서 입으려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최근에는 남편 생일선물로 옷을 사준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서 내 원피스도 하나 챙겼다. 아울렛 매장에서 산 거라 가격도 싸고, 그 옷을 입은 나를 본 친구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옷은 다른 색깔로 한 벌 더 구입하는 거라고 해서 조만간 사러 가려던 차에 이 다큐를 봤다.

에코다큐 보기를 이왕이면 넷플릭스가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자는 마음에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던 중에 유튜브로 이 kbs환경스페셜 17회(2021.7.1. 방영)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접하게 된 거다. 이 다큐는2022. 방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큐는 5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다큐는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이 중 33%인 330억 벌의 옷이 버려진다는 것과, 이 버려진 옷들이 제3세계로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안 입는 옷을 옷수거함에 넣으면서 어디선가 잘 활용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해왔는데, 그 옷들이 방글라데시나 가나와 같은 나라로 가서 길을 뒤덮고 산을 만들어, 이게 사람이 사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을 보고 정말 할말을 잃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5위 옷수출국으로, 수거된 옷의 5%만 국내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울트라 패스트패션의 시대, 싼 옷 또한 방글라데시 같은 제3세계 나라의 싼 임금과 공장폐수에 대한 규제가 없는 데에 기대어 대량 생산되고 있다.

다큐는 또한 옷 원료 대부분이 플라스틱임을 일깨워준다.

페트병 80%가량이 수거되어 옷의 원료로 재활용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옷이 한두 번 입고 버려지고 있으니 결코 친환경일 수 없는 거다.

거기다 옷을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은 수거도 안 된다.

다큐는 옷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물이 쓰이며, 의류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항공기산업보다 많다는 것, 등등을 구체적인 예와 실험 결과로 알려준다.

그럼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적정 생산, 옷 생산에 환경부담금을 물리는 것.

이것만으로 될까?

나는 새 원피스를 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요장터의 이어가게에서 옷을 찾아보기로.

여름이면 가볍게 두세 장 사서 입는 흰 티도 안 사기로 했다. 몇 번 안 입고 목둘레가 꾀죄죄해져서 버리게 되므로.

평소 플라스틱 줄이기는 다들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데,  옷 또한 지구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쉽게 소비한 것들이 저 먼 나라의 누군가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다큐였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댓글 7
  • 2022-07-25 12:19

    예전에 다 같이 모여서 '패스트 패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같이 본 게 기억납니다.(세월이 흐르다 보니 영화 제목도, 언제 봤는지도 가물가물하군요.^^)

    상설 이어가게에서 이젠 번개장터로 바뀌었지만 문탁 친구들이 서로의 옷과 신발 등을 돌려입고 돌려신기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이어가게 옷으로 멋내기, 얼마든지 가능하답니다. 제가 꼭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ㅋ

    우리 계속해서 옷 잘 입기, 도전해 봐요.ㅎㅎㅎ

  • 2022-07-25 13:40

    이 다큐가 상받았다는 기사 보고는

    전부터 찾아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점심 먹고 한가하던 참이었는데 지금 봐야겠어요~^^

    겨울쌤. 감사합니다~~~~

  • 2022-07-25 13:49

    다른 것보다 옷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인지, 겨울샘의 다큐 소개글을 보고 뜨끔했네요.
    아름다운 가게 등에 가져다주면 재활용되니  내수경기도 살리고,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 옷이 중요하다는 등...
    나름 핑계거리를 대지만, 이제는 달라져야겠지요ㅠㅠ
    시간내서 다큐 보고 정신차려야 겠네요.

  • 2022-07-25 16:58

    헌옷이ㅜ잘 재활용 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군요. 남에 나라에 짐을 만들줄이야… 좋은 다큐 소개해 주셔서 감사^^

  • 2022-07-26 06:55

    올해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한 둥글레님이 떠올라요! 다큐도 찾아볼께요! 

  • 2022-07-26 09:28

    저도 예전에 봤던 패스트패션 다큐가 떠오르네요.

    어느새 몇 년이 지나가고.. 이어가게를 잘 이용해야겠어요

    이번주 수요일에도 이어가게는 열립니다!

  • 2022-07-26 22:58

    제가 원래는 이 다큐를 리뷰하려고 했었죠.

    근데 겨울샘께서 똭~!

    근데 겨울샘이 쓰시길 잘 했구나 싶어요.

    잘 쓰셨어요^^

    저도 이 다큐 보고 진짜 생각이 많이졌어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삶을 갉아먹는 옷이라니ㅜㅜ

    염료때문에 강이 오염되고, 그 강을 정화하지도 그 곁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옷 욕심 내려놓고

    간소하게  살아야겠다. 다짐합니다.

    지금 갖고 있는 옷으로도 충분한데...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