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큐보기 10일차] 다이애나 케네디 : 과카몰리 철학

청량리
2022-07-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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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삶, 철학이 되다

다이애나 케네디 : 과카몰리 철학(Nothing Fancy: Diana Kennedy) | 다큐멘터리 | 미국, 멕시코 | 73분 | 2019 |

 

과카몰리(스페인어: Guacamole)는 멕시코 요리의 소스로, 콘칩과 유사한 '토토포(Totopo)'라고 하는 튀긴 토르티야 조각으로 퍼서 먹는다. '과카'는 멕시코에서 아보카도를 뜻하는 '아과카테(Aguacate)'에서 온 것이며, '몰레'는 멕시코 원주민 어로 '소스'를 뜻한다.

아보카도를 반을 잘라 씨를 빼고 과육을 숟가락으로 퍼담고 잘 으깬다. 여기에 다진 양파와 토마토, 고수 잎을 넣고 소금 간을 한다. 식성에 따라서 다진 청고추를 첨가 할 수 있다. 아보카도의 변색을 막기 위해 라임 즙을 약간 뿌리기도 한다.

참고영상 : Fresh Guacamole by PES (

 

 

할머니는 내게 2천원을 건네며 막걸리 하나를 주문하셨다. 아니, 대낮부터 낮술을? 할머니는 그걸로 ‘술빵’을 만드셨다. 버리긴 아깝다는 핑계 삼아 나머지는 둘이서 나눠마셨다. 별거 아닌 할머니 술빵에는 진짜 술이 들어갔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집에서 더 이상 맛 볼 수가 없었다. 가끔 서울대공원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1/8 피자조각처럼 잘라놓은 술빵을 본다. 사 먹은 적은 없지만 지나가면서 막걸리 생각이 나곤 한다. 근데, 왜 서울대공원은 과천에 있는 거지?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나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 중에서 요리는 재밌기도 하지만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요리에 맞게 재료를 손질할 때는 순간순간 당황스럽다. 애호박이나 양파를 도마 위에 놓고 3초를 고민한다. 첫 칼질에 따라 재료의 모양이 결정되기에 신중해야 한다. 이제는 ‘요리하는 할머니’들이 되어가는 문탁식구들의 비웃음이 들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요리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그래서 대단해 보인다. 별거 아닌 삼시세끼의 위대함, 소중함, 감사함.

 

 

다이애나 케네디, 영국인으로 올해 아흔아홉(영화에서는 아흔다섯)이다. 침대 위에서 발바닥을 돌리는 걸로 아침을 시작하는 그녀는 새로운 레시피를 배우러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 연구에 평생 모은 돈을 다 썼다. 운명과 같은 남편을 만나 그가 특파원으로 일하는 ‘멕시코’에 온 것이 시작이었다. 남편뿐만 아니라 멕시코와도 사랑에 빠진 그녀는 멕시코 전통요리에 관한 8권의 책을 낼 정도로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할머니다. 안타깝게도 병으로 남편은 세상을 떠났지만 다이애나는 멕시코를 떠나지 않았다.

 

 

영국인으로 멕시코 요리를 연구하고 책을 내는 길이 쉽진 않았다. 다이애나의 정통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그들이 어릴 때부터 그들의 할머니들과 함께 요리를 해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멕시코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샐러드 종류인 과카몰리에도 그녀의 생각은 뚜렷하다. 아보카도는 덩어리가 살아있어야 하고, 절대 할라피뇨는 넣지 않는다. 그리고 믹서기로 제발 갈아 넣지 말고 절구를 이용해라. 없으면 하나 사던가.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은 하질 않는다. 안 먹으면 그만이지. 영화는 그녀의 요리에 대한 생각이 삶의 철학으로 이어지는 걸 잘 그려내고 있다. “이 나이 먹고도 자기주장이 없으면 그게 제대로 된 인생이겠어요?”

 

 

"도시에서 자라면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에 어떤 노력이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매년 식물이 크는 걸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자라는 정도에 따라 먹는 법도 달라진다. 화학비료 없이 집에서 나오는 천연비료로만 텃밭을 가꾼다. 그래야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우리가 전자식으로 가깝게 연결될수록 실제로는 사람들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우리가, 인간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 특히나 푸틴이나 트럼프 같은 마초들 때문에. 이 세상을 감싸 안으려 하기 보다는 자꾸만 뭘 바꾸려고 한다."

 

 

다이애나 케네디, 요리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좋은 할머니를 한 분을 만났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별거 아니겠지만(nothing fancy) 밥상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문탁에서 그렇게 밥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우리들의 자기주장이겠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들면 다이애나와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여전히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여전히 배우고 싶은, 호기심 만땅의 노인으로. 

 

 

 

댓글 4
  • 2022-07-21 00:09

    역시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유해한 종이 맞네요...ㅠㅜ

     

    요리하는 청량리쌤 멋진데요!ㅎㅎ

    그리고 술빵 도전해보세요.  먹고 남은 생막걸리가 있다면요. 
    저는 과콰몰리를 또띠야랑 먹는 거 해봐야겠어요. 나초랑만 먹었었는데. 
    찾아보고 싶어지는 다큐였습니다. 감사! 

  • 2022-07-21 07:13

    미투^^

  • 2022-07-21 08:43

    요리하는 할머니들의 문탁 좋네요.

    문탁 친구들과 같이 보고 싶은 영화네요

  • 2022-07-26 17:38

    우왕~~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죠? 보고 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