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 장보기 11일차> 든든한 동지가 많다?!!

겨울
2022-06-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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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어강독 날. 같이 하는 두 분이 일찍 가셔야 해서 11시30분에 끝났다. 서둘러 집으로~. 집에 껌이라도 붙여놔서? 아니다. 그제어제 연달아 외식을 해서 속이 무거웠던 참에 하루단식을 하기 위해서...그런데 실패했다(이유가 궁금하면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라).

지하철을 내려 시장 입구에서 참외와 방울토마토를 샀다. 비닐을 거부하고 장바구니에 와르르 넣었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커피숍 앞 정류장에 서 있는데, 날이 더워선지 사람들이 아아를 사러 수시로 드나든다. 하나같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이다.

집에 와서 가장 먼저 어제 사다 심은 화초들이 잘 있나 본다(대표 사진~). 남편이 탐내서 비싼 걸 꾹 참고 데려온 장미가 역시 빛을 발한다.

지난주 행복중심생협에 포장재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었는데, 이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조합원모임 주제가 마침 '나의 최대 관심사'니 꼭 참석해서 이야기나눴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포장재 관련해서 문제만 제기해놓고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 그리고 뭐든 참여해서 친해져야 함께 바꿔나갈 수 있을 거 같아서 낼모레 수요일 모임에 참가해볼 생각이다(에코 프로젝트는 결석이다ㅠ).

저녁에 장을 보려고 장비를 챙겼다.

스텐용기는 닦느라고도 힘들었지만 가지고 나가려니 무겁다(장비빨은 아닌가보다ㅠ).

나의 용기내 장보기의 최대의 난제, 두부. 두부만큼은 생협 걸 고집했었는데...(간수 문제도 있고, 두부는 생협 게 맛있다!). 하지만 용기내 장보기 기간 동안에는 시장 두부를 사기로 한다.

두부를 가져간 용기에 담아달라고 하고, 주인아주머니께 요즘 용기내 장보기를 하다보니 이렇게 두부가게에 오게 됐다며 직접 두부를 만드시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이 자리에서 20년이 넘었다면서 서운해 하시다가 얼른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다.

다음으로, 스텐용기에 무엇을 담아갈까 둘러보는데 전을 포장하지 않고 파는 가게가 보인다. 얼른 스텐용기를 내놓고 전을 담아 달라고 했다. 주인아저씨가 스치로폼접시를 꺼내시길래 여기다 담아달라고요 하며 용기를 다시 한번 내밀었다. 아저씨가 내 용기를 가지고 가서 무게를 재신다. 아하, 무게로 계산하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전을 골고루 담아 무게를 재니 620g. 그릇 무게를 빼고 380g인데 9000원만 내라고 하신다. 원래는 400g에 만원 받는다시면서.

계산을 하는데, 아저씨가 이렇게 사가는 손님이 셋 더 있다고 하신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이런 데 더 열심이지요? 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우리 동네 치킨집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찾아간 적이 있었다. 기사 보고 왔어요, 했더니, 아주머니 말씀이 기사 쓴 아가씨가 딸 또랜데 반드시 그릇을 가져와서 치킨을 담아간다는 거였다.

알맹상점에 찾아갔을 때도 젊은 손님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친구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 같아 든든하다.

이렇게 사오니 남편이 냉큼 전을 집어먹는다. 덩달아 나도...이로써 나의 하루 단식은 실패ㅠ

남편이 저녁은 삼계탕으로 해달란다. 용기내 장보기를 하다보니 나도 뚜버기님처럼 냉장고(엄밀히는 냉동실) 파먹기를 하게 되는데, 어제 삼계닭을 냉장실로 내려놓은 걸 귀신같이 알고 말한 거다. 

남편이 내 허락도 없이 베어낸 음나무 가지를 넣고 삼계탕을 끓였다. 감칠맛이 나는 건 음나무 덕인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일기처럼 이 글을 쓰다보니 용기내 장보기를 끝낸 후의 나는 어떤 장보기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참, 장바구니와 한 번 쓴 비닐은 이렇게 햇볕에 말려서 재활용한다~^^

댓글 8
  • 2022-06-20 21:22

    "뭐든 참여해서 친해져야 함께 바꿔나갈 수 있을 것" .. 정말 동감합니다. 겨울님! 그리고 그 세분.. 그리고 또 용기 가져와 치킨 사가신다는 분.. 먼 곳 사시는 분이고 얼굴도 모르는데 미소가 번집니다. 동지들!! 

    맞아요.. 젊은 분들이 주로 많이 하시는데 정말 우리가 그분들 말씀을 많이 들어야할 것 같아요.. 

    친해지는 회의~~ 회의 잘 다녀오세요!! 

  • 2022-06-21 06:31

    햇볕에 비닐도 재활용하는 겨울샘

    또 한 수 배웁니다^^

  • 2022-06-21 09:45

    생협총회가셔서 좋은 결과 있기를요~

    용기내 덕분에 이웃과 더 친해지시겠어요.

    요새 감자 양파 단호박 등등 햇 열매들이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덕분에 플노장이 한결 수월합니다~ 저번에 참님이 소개해준 동네 아파트 화요장터에 오늘 가보려는데 시간 되려나 모르겠네요

  • 2022-06-21 14:28

    지난 토요일 겨울님 남편분을 뵈어서인지 남편분 등장 장면에선 웃음이 ㅋㅋ

    글이 재밌어서 잘 읽힙니다

    총회가셔서 나눈 얘기도 꼭 알려주셔요

  • 2022-06-21 15:04

    일회용컵. 저도 예전에 아무 생각없이 받았드랬죠. 지금은 텀블러 없으면 테이크 아웃 안하고 그냥 참아요. 속으로 돈 굳은거다ㅋㅋ.....아니, 쓰레기 하나 줄인거다ㅎㅎ.....그러면서요.

    올여름 많이 덥다는데, 또 얼마나 많은 아.아가 일회용컵에 담겨 팔릴까요.

  • 2022-06-21 15:26

    겨울님의 용기내 장보기는 꿀잼^^
    조합원 회의도 화이팅 입니다! 

  • 2022-06-21 18:08

    집에 껌이라도 붙여놔서? 

    요즘 아이들은 붙여둔 껌은 안 먹겠죠ㅋ 

    지난 세월의 변화가 껌으로도 느껴지네요. 

    수요일에 못 뵙는 것은 아쉽지만 생협조합원 모임 잘 다녀오세요

    뒷얘기는 다음 시간에 들을게요^^ 

  • 2022-06-21 23:53

    저도 한번쓴 비닐은 깨끗이 씻어 빨래집게로 널어 놓았다 씁니다.

    사진이 너무 정겨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