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 장보기> 10일차 우정과 연대의 먹을 거리 - 얻어 먹고 주워 먹고

아낫
2022-06-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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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전 세미나 가는 길 겨울님을 마주쳤다. 가방에서 뭘 꺼내 주신다. 대파, 다진 마늘, 쌈채소!.. 톡방에서 양념채소 양이 부담스러워서 별로 사먹지 않는다는 말을 유심히 보셨나보다. 좀 울컥했다. 오랜만에 마늘, 파 다 들어간 맛난 쌈장을 만들어본다. 깨도 다 털어놓고 최고 맛있게!!  

  

 

세미나 마치고 수업 가려고 부랴 부랴 나오는데 이번엔 고마리님이 상추를 주신다. 두툼하고 반짝거리는 각종 상추들~~ 한~~~ 봉지 넙죽 받아와서 진짜 예쁘게 차려놓고 잔~~뜩 먹었다. 

풍요로운 계절, 밥상도 마음도 우정으로 뻐근할 지경이다! 상추 씻어 밥 차리면서 행복했다. 올 여름은 예술이다. 

쌈에 쌈 싸먹기!! 최애~ 

 

 

부랴 부랴 강의장으로 이동, 강의장에 가면 거의 늘 .. pet병 물이 있다. 코로나 이후에 더 심해진 것 같다. 300ml짜리인가... 나는 3시간 내가 마실 물을 가져간다. 그래서 종종 보온병이 2개다. 하나는 커피, 하나는 물.. 최대한 작은 보온병을 가지고 다닌다. 가방은 좀 무겁지만 pet병 물을 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준비하시는 분과 좀 친해지면 가끔 2리터 pet병 물을 사고, 텀블러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하자는 .. 부탁을 하기도한다. 부탁이라고하면서 '' 혹시~~''를 꼭 붙인다. ㅋㅋ 

 

오는 길.. 그 동네 비건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아, 멀지 않으면 거기서 밥을 먹고 온다. 오늘도 한 곳 발견! 너무 맛난 두요(두유요구르트)샐러드볼을 먹었고 비건 크롸상을 사왔다.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다! 서울대입구역 비건마마!! 감사해요!! 

 

흙살림 천연 농약을 사면서 토마토를 주문해봤다. 2kg짜리였나.. 3kg이었나. 어차피 많이 먹어서 종이박스에 든 것을 한번 사 봤다. 아마 이번 챌린지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큰 박스는 도전해보지 못했을 것 같다. 열심히 많이 먹고, 배운대로 나눠먹어야겠다.! 

 

토요일, 뚜버기님이 지인께 박스로 사신 오이를 나눠주신다는 말에 수업을 마치고 파지사유로 룰루랄라 발을 옮겼다.

얼떨결에 재미난 영화를 보고 띠우님이 오이를 챙겨주신다. 마침 고마리님 상추도 얻어온다. 저 종이 상자 아래 오이 10개, 상추가 잔득 들어있다.

 

  

밭에 가려고 나섰다가 ㅎㅎ 화장실이 급해서 비건 쿠키를 파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가 잠시만 머문다는 것이 꽤 오래 있게 되었다.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처음 가본 정류장.. 그 아래 살구가 가득이다. 

큰 나무에서 떨어져서 다 터져있고 자잘한데, 그래도 골라서 꽤 주워왔다. 아파트 단지 나무라서 약을 하셨던지 골긴 했어도 벌레 먹은것은 없다. 

집에 와서 멀쩡한 부분만 골라 먹었는데 와~~ 진짜 너무 너무 맛있었다. 올해도 살구 주워먹기 성공!! 이전 동네에서도 살구 나무 있는 데를 몇 군데 알아서 아침이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그쪽으로 산책 길을 잡았었다. 살구가 떨어져 있을테니... ㅎㅎ 

 

이 모든 것을 샀다고 생각해보면 나는 여지없이 플라스틱, 비닐 봉지를 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러니 얻어 먹고 주워 먹을 수 있어서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 (플no장, no플장, 안플장,플안장.. ㅎㅎ)가 완성되었다! 

우정의 힘으로! 

일요일~ 집에서 아침 수업을 마치고 쉬다가 오후에 밭에 갔다. 아주 습한 날씨! 블랙커피님이 깔끔하게 정리해 둔 밭, 깻잎, 겨자채, 바질, 보리지를 수확해오는데 버스를 타려다가 역시 기다리지 못하고 걷기 시작했다. 해도 없는데 역시 이 계절엔 습기가 관건이다. 금방 올것이라 생각해서 물을 챙겨가지 않았었는데 점점 몸이 더워져서 편의점이 보이자 마자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아... 플라스틱 통에 물들.. 잘 찾아 유리병에 든 물을 사 마셨다. 2+1이었던 두유 3개.. 마침 두요(두유로 만드는 요거트) 실험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실험용이라 (마시던 것은 아까워서..) 일반적인 두유를 사봤다. 

 

이번주는 빨대 말고 산 것이 없다! 여름 덕에, 우정 덕에! 이번주에 확실히 알았다. 사람은 원래 주워 먹고 뜯어 먹고 얻어 먹고 사는 게 순리라는 것을... 

 

댓글 7
  • 2022-06-19 21:36

    참.. 두요가 완성되면 고마리님이 주신 보리수 잼을 넣고 달달한 두요거트를 먹을 것이다! 

  • 2022-06-19 23:02

    여름은 채소와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지요~

    저도 살구나무가 어디 있나 살펴봐야겠어요^^

    언젠가 가을에 절에 갔다가 나무 아래 떨어진 못생긴 모과를 주워다 모고차를 만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참 맛있었는데...ㅎ

  • 2022-06-19 23:10

    사진들이 다 올라가기 버겁나봐요. ㅠㅠ 겨울님~ 뭉클했어요 ^^ 

  • 2022-06-19 23:51

    얻어먹고 주워먹고~ 우정의 선물로 차린 밥상 저도 뭉클하네요^^ 쌈에 쌈싸먹기 맛나보입니다! 

  • 2022-06-20 06:50

    아낫님 역시 고수!!

    얻어먹고 주워먹기 신공 이거 아무나 못하죠ㅋㅋㅋ

  • 2022-06-20 06:57

    우정과 연대의 밥상~

    감동이예요.

    며칠 전 산책길에 살구나무 밑을 지났는데, 다 터져서 비켜지났어요. 주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못 하는 거겠죠ㅠㅠ

    저도 담에 주워먹기 도전해볼께요.

  • 2022-06-21 14:35

    주워먹기 달인 ㅋㅋ

    떨어진것도 3초안에 주워 먹으면 괜찮다고 교육시키던 옛 기억이 잠시 

     

    우리의 사랑스러운 1인가구 아낫!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