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네트워크에서 디자인 하기란?> #2 브랜딩 되지 않은 문탁네트워크 정체성

후유
2024-06-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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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후유입니다.
<문탁네트워크에서 디자인 하기란?> 을 주제로 10편을 발행합니다.


 

• 브랜딩과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관계성

많이 저물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의 기준이 제품이 아닌 브랜드 그 자체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담은 정의와 이야기 그리고 선사하는 경험 등 전문성과 논리보다는 감성에 의한 소비가 추세이다. 마케팅 면에서도 B2B(Business-to-Business)보다 B2C(Business-To-Consumer)를 중점에 두고 있다. 브랜드를 구매하는 시대에 ‘브랜딩’을 하지 않은 브랜드는 보기 드물고 BI(Brand Identity Design), BX(Brand Experience)디자인도 당연해졌다. BIBX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Identity Design)이다.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브랜드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요소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느낌’을 명확하게 시각화한다. 명확할수록 치밀하게 잘 짜인 BIBX디자인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을 유입시키는 광고디자인, 일상을 채워주는 제품 디자인, 장소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 디자인, 알맞게 글자를 배열하는 출판편집 디자인, 사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UIUX 디자인 등이 등장하게 된다. 즉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꽃이자 기초인 BIBX 디자인의 근원은 ‘브랜딩’ 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한 브랜드 내의 디자이너)는 자신이 몸 담근 그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하지만 에이전시 디자이너(협력업체를 두고 외주를 받는 에이전시 내의 디자이너)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매번 외주 받는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회사 내부에 디자이너가 있으면 그나마 수월하게 외주를 진행하지만, 디자이너를 고용할 돈이 없는 스타트업의 외주 같은 경우 브랜딩이 되어있지 않은 게 태반이다. 근원이 흔들리면 쌓이는 모든 건 불안정하기 마련이기에 브랜딩 되지 않은 브랜드의 디자인 완성도는 높을 수 없다. 이때의 디자인 완성도가 낮다는 의미는 1)소비를 이끌지 못한 돈이 안 되는 디자인, 2)브랜드성이 담기지 않은 뻔한 디자인, 3)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모두가 불만족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10년 이상 유지 되고 있는 문탁네트워크는 항상 디자인의 완성도가 낮았다. 하지만 이 지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일까?

 

~ NP(Notefolio Pick) 문탁 밖 디자인 ~

 

 

• 문탁네트워크의 슬로건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경험한 디자이너는 흔히 브랜드의 슬로건 보기를 즐길 것이다. 슬로건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문장으로서 그 브랜드의 활동에 따라 해석할 여지가 늘어나는 흥미로운 요소이다. 나는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의 슬로건을 확인하기 위해 꼭 검색을 통해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첫 화면에는 이런 슬로건이 적혀있다.

 

 “2009년 9월 출범한 <마을에서 만나는 인문학 공간 - 문탁네트워크>는 십여 년간의 실험과 진화 끝에, 2021년 초 <문탁네트워크>, <파지사유>, <인문약방>으로 분화되었습니다. 주체와 활동은 셋으로 나뉘었지만 우리는 한 지붕 세 가족 혹은 한 뿌리 세 가지입니다. 말 그대로 문탁-네트워크입니다” 

 

슬로건이라 함은 보통 한 줄에서 두 줄 정도겠지만 문탁은 다르다. 세 줄 이상이다! 이 정도의 분량은 숨은 의도 없이 모든 것을 설명 해놓은 친절한 슬로건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하지만 문탁은 친절한 슬로건도 아니다. 공동체 감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문탁의 지난 10년 이상의 경험과 철학이 들어가 있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즉 부과 설명이 많이 필요한 슬로건이다. 
슬로건 속 ‘마을’은 문탁이 위치한 동천동에서의 활동만이 아닌 ‘반국가 마을 경제’를 의미한다는 것, ‘실험과 진화’는 자본주의적 성장으로 안정을 일구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순환’ 을 의미한다는 것, <마을에서 만나는 인문학 공간 - 문탁네트워크> 와 <문탁네트워크>는 같은 게 아니라는 것, ‘세 가족 혹은 한 뿌리 세 가지’의 세 가족은 Family가 아닌 Networking이며 세 단위 모두 Head지만 Office는 아니라는 것, 또한 문탁의 세 단위의 정체성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 등. 문탁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일은 흡사 책 한 권을 읽는 일과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사람들 마다도 읽는 사람들 마다도 해석이 다를 것이다.

 

이 책 한 권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이야기들은 사람 구성에 따라 새롭게 쓰인다. 쓰인 이야기들이 중첩된 부분에서는 그 시절마다 문탁의 정체성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렇기에 문탁의 ‘~느낌’ 은 자연스레 흘러가게 놔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를 단정 짓고 명확하게 들어내는 순간 흐름은 끊기지 않을까?

 

~ 새초롬에서 만든 문탁 디자인 ~

 

 

•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필요한가?

브랜딩 되지 않지만, 정체성의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는 문탁의 디자인을 맡는 건 굉장히 실험적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디자인 피드백과정에서 두드러진다.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더욱 정확한 피드백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디자인은 시각에 익숙하다면 지나가던 비인간도 한 마디 건넬 수 있을 만큼 간단해 보이곤 한다. “그 색상 별로야”라고 한 마디 던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왜? 에 대한 해답이다. 이 해답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공통으로 디자인에 쓰여야 하는 것과 쓰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많이 주고받을수록 손쉽게 소통이 된다. 하지만 보통의 그래픽 디자인은 단시간에 외주를 끝내야 하는 특성상 그 브랜드가 쓰고 있는, 쓰고 있지 않은 것을 미리 전달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탁 정체성에는 이러한 요소가 거의 없다.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기에 타겟층을 설정할 수 없고 명확한 색상을 지정하지도 않았으며 수많은 활동을 단 한 개의 키워드로 정의 내릴 수도 없다. 이는 달리 말해 디자인요소의 범주가 너무 넓은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개인의 취향이 들어올 기회가 많은 걸 의미한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개인 취향 맞춤을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타겟층’ ‘디자인의 쓰임’ ‘활용방면’ 등을 고려해서 알맞은 시각적 요소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자칫 개인의 취향 맞춤을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디자이너는 그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툴을 사용하는 ‘툴 기술자’일뿐이다. 이는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이 시대에 어쩔 수 없는 디자이너의 현실이다. 어쩌면 산업에 맞춘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의 예술적 개성을 만들어 산업과 협업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문탁에서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필요한가?’ 라는 의문에 빠져든다. 이는 ‘이 시대에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과도 연결된다. AI 산업 그리고 미리 캔버스와 같이 무료 디자인 사이트는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디자인의 단가를 낮춰버린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비디자이너가 당연하게 사용한다는 건 디자이너의 필요성이 의심스러워진 상황이다. 또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전문지식보다 비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르가 된 것은 ‘디자이너의 전문 디자인 지식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탁에서도 무료 디자인 사이트를 당연하게 사용하고 그것의 결과물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걸 봐왔다. 문탁 전속 디자이너도 아닌 그저 몸 담는군 디자이너지만 ‘문탁의 디자인은 어떤 형식을 갖추는 게 이 시대에 알맞은가?’ ‘브랜딩이 아닌 정체성을 잘 들어내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 고민을 혼자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쓸데없는 고민인가 싶기도 하다.

 

~ 2024 개인으로 만든 문탁 디자인 ~

댓글 4
  • 2024-06-25 08:29

    무료 디자인앱을 이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걸까요? 분명 디자이너의 다자인은 앱을 이용한 결과물과는 확영히 다른것 같아요. 문탁디자인에 대한 생각,후유님의 깊은 고민, 저는 아주 얇~~게 같이 해봅니다…

  • 2024-06-26 22:43

    요즘 무료, 유료 디자인 앱으로 학부모 행사 PPT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던 저로서는..(사실, 디자인의 'ㄷ'도 모르는)
    후유샘의 글이 참 재밌게 다가오네요~
    하나의 컨셉을 잡고, 가독성을 최대화시켜줄 이미지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면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딱 맞아떨어지는 몇 가지의 이미지를 찾아 조합하는 일.
    그것도 창작일까요? 그저 모방일까요? 컨셉을 잡을 때 엄청 고민하고, 그것과 함께 이미지를 떠올리는 작업이 흥미롭더라구요.ㅎㅎ
    쉽게, 여러 사람에게 열려 있는 이 시대의 디자인앱들이 디자인의 질을 떨어뜨린 것인지, 디자인의 영역을 보편화시킨 것인지. 고민하게 되네요.
    또 디자이너의 예술적 개성은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져요. 담에 얘기나눌 기회가 있겠죠?

    문탁의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쓴 후유샘의 글을 읽으며, 문탁네트워크, 파지사유, 인문약방의 관계, 문탁네트워크의 슬로건도 새롭게 마주합니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6-27 09:49

    와~ 뭔가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고민이 담긴 이야기네요.
    실용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저에게 'ㄷ'는 참 먼 이야기이죠. 한때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포스터 퇴짜 맞았던 기억도 새록새록~~

    저는 예전의 문탁 슬로건이 너무 좋아서 문탁에 발을 담근 케이스인데...
    오그라든다든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든가 하는 분들도 계셨죠....ㅎㅎ

  • 2024-07-11 22:51

    후유가 요런 고민을 하고 있었군요
    함께 고민하기엔 좀 감각이 많~~~~~ 이 떨어지는지라 혼자 고미하지말고 같이 하자고도 못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