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5] 아기가 이어주는 세상

사이
2023-05-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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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생각했던 임신의 두려움은 단절이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일도 못 하고, 공부도 못하고,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신하고 오히려 점점 나의 세상이 넓어졌다. 함께 공부한 분들과도 새로운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고, 새로운 일과 인연의 장이 펼쳐졌다.

 

띠우샘의 제안으로 공생자행성에서 이렇게 임신&출산 글을 올리면서 작년에 함께 한 에코세미나 샘들과 문탁에 계신 많은 샘들하고도 연결되고 있다. ‘엄마’라는 미지의 행성에 도달하기 전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나 스스로도 정리하고, 또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댓글로 응원해 주시면 미소가 지어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난달에는 오랜만에 파지사유에 찾아갔다. 작년에 함께 공부한 에코세미나 샘들을 만나서 오랜만에 근황 토크를 나누었다. 다들 각자의 출산과 육아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너무 재밌었다. 노라샘은 유치원을 보내지 않으시고 인터넷 커뮤니티로 작은 유치원 모임을 만들어 학교 다니기 전까지 엄마들과 아이들과 재밌게 놀았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유쾌했다. 반면에 육아에서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 고립과 단절이라고 말해주셨던 토토로샘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의 미래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엄마 행성을 만나면 다양한 방식으로 육아가 가능하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날 서프라이즈로 선물도 받았는데 아기 동화책, 옷, 자누리 크림 등등. 육아 선배님들이 주시는 선물이 너무 감사했다. 아기 동화책은 뭐 사야 하는지 몰랐는데 <달님 안녕> <싹싹싹>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하셨다. (아가들 동화책 추천하실 것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임신하고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이 바로 일이었다. 작년에 퇴사 이후에 프리랜서로 마케팅일을 이어가고 있는데 비정규직이라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언제 임신 소식을 말해야 하나… 마음의 돌멩이가 얹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전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가 유럽 아동복 브랜드로 이직해 한국 마케팅 프리랜서를 찾고 있었는데 임신 사실을 알고 이 일이 확정되었다. 아동복에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는데 아동복 세계로 입문하고, 또 일을 통해서 다양한 엄마들과 소통하고 있다. 기존의 하는 일도 동료가 출산하고도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경력 단절이 될까 무서웠는데 아이가 자기 밥숟가락 들고 태어난다는 말이 진짜인지 엄마에게 미리 일을 주는 것이 신기했다.

 

또 다른 인연은 바로 명상 요가원이다. 회사 생활하면서 꾸준히 요가나 필라테스에 다녔는데 기존에 다니는 필라테스가 임산부는 1:1밖에 안 된다고 했다. 남은 이용권이 있어서 그걸로 다니다가 1회 7만 원은 너무 비싸서 감당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옆에 있는 ‘임산부 명상 요가’간판이 생각났다. 원장님이 임산부 요가만 14년 이상 하셨다고 했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스님이셨다. 원장님은 임신 시기가 릴렉신 호르몬 때문에 몸이 쉽게 틀어질 수 있지만, 또한 이 호르몬 때문에 오히려 몸이 더 잘 열리고, 자기 몸과 마음을 잘 돌볼 기회라고 해주셨다. 수련을 통해 이완 호흡을 연습하고 그동안 뻣뻣하게 굳어진 골반이 열리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수업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임산부 한 분 한 분 컨디션 체크해 주시면서 정말 정성스럽게 몸을 봐주신다. 또한 수업할 때 샘들이 “마음으로 아가랑 풀어져 가는 골반을 잘 느껴보세요”라고 말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아기가 꿀렁이면서 엄청나게 움직인다. 뱃속에서 아기도 같이 요가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명상 요가도 다닌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가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기가 스스로 세상에 나올 길과 문을 준비하기 위해 엄마에게 새로운 인연들을 연결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임신으로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고 또 세상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낀다.

댓글 10
  • 2023-05-18 19:13

    사이님 글을 읽으며 30여년전 내 모습을 기억해 봅니다. 주변에서 젤 좋은 그릇에 젤 맛있는 거 먹으라고 챙겨주시던 어른들도 떠오르고요.
    하여간 그 날 엄청 부른 사이님배를 만지며 자매애? 인류애?를 느꼈습니다. ㅎㅎ

  • 2023-05-18 19:50

    걱정했던 경력 단절은 일어나지 않았고,
    새로운 인연도 이어지고,
    무엇보다
    임신 경력 빵빵한 문탁의 언니들은
    "뭐든 물어봐~~ 우리가 알려줄께!!" 라고 말하는 듯 든든하게 있어주니,
    사이샘과 아기는 참 복이 많군요.

    날이 더워지고 6월이 다가오니
    공생자 행성의 최연소 등장인물이 될 아기 만날 날도 얼마 안남은거죠?
    기대되네요 ㅎㅎㅎㅎㅎ

  • 2023-05-19 08:42

    별이가 복덩이인가봐요
    아동복으로 연결되다니
    참 세상사 신기합니다~~
    사이님 복인거죠
    이런 별이와 사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우리들 복이기도하고 ㅋㅋ

  • 2023-05-19 13:56

    엄마의 좋은 마음이 아가에게도 전해지니
    행복이 배가 되겠지요.
    엄마가 된 사이는 아마 아기를 위한 세상을 만드는 전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3-05-19 20:53

    와~~ 사이님^^ 멋져요~ 이런 경험을 하는군요^^ 좋은 기운이 느껴져서 읽는 저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 2023-05-22 16:38

    맞아요~ 좀 멋지네요, 사이쌤!
    아기도 스스로 나올 준비를 하고 엄마도 새로운 인연들과 연결되는 시간... 이런 멋있는 생각을 하다니~ 이런 멋진 친구가 있어서 자랑스럽네요.

  • 2023-05-22 17:16

    준비하며 엄마가 되는 일! 설레는 일이네요~~

  • 2023-05-22 22:43

    먼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인가요ㅎㅎ
    생명이 주는 감사함.. 6월이 기다려집니다~~
    몸과 마음, 모두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겠지만
    이번 글을 읽다보니 뭐든 괜찮을 것 같아요.
    곧 다가올 출산소식, 마지막까지 몸 잘 돌보시구요^^

  • 2023-05-23 19:09

    사이님 일상 속에서 감사 보석을 찾아내고 계시네요! 샘 안에서 에너지가 이렇게 샘 솟으니 든든하고 흐뭇합니다!! 소식 감사해요.

  • 2023-05-24 13:44

    사이님!
    좋은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니~ 정말 좋은 일이예요.
    글 읽으며 미소짓게 됩니다.
    조만간 천천히 만나서 얘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