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5 <뿌연 봄>

토토로
2023-04-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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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도 된다면 더 미루고 싶지만,  미뤄봤자  딱히 나올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심정 속에서 다섯번째 생태감성 일지를 쓰려 한다.

 

요즘 날씨.

어떤 날엔 초여름 같은데 또 갑자기 추운 날이 찾아온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제각각이다. 패딩점퍼부터 반팔, 반바지 차림까지.

그래도 어찌됐든 4월,  봄은 봄이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꽃가루,  미세먼지, 황사. 그리고 그것들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봄바람~~~~

특히 요즘 마치 눈처럼 허공에 날리는 허연  그것. 무슨 꽃가루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는 민들레 홀씨라고 하고, 또 누구는 버드나무 꽃가루라고 하는데...도대체 가루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거 아닌가!!!

터진 베개에서 삐져나온 솜털이 날리는 것 같다.

 

어디 그뿐인가. 창문만 열면 바로 집을 급습하는 누런 송화가루. 청소를 자주 하지 않는 나에게는 너무 치명적이다. 

(나는 송화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오면 최대한 창문을 열지 않고 버틴다. 송화가루를 다 닦아낼 엄두가 안난다. 따라서 비오는 날만 창문을 연다.)

(도대체 이 솜털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나의 기관지는 그럭저럭 튼튼한 편이라 코와 목은 괜찮은데, 문제는 눈 이다.  안그래도 항상 건조한 나의 눈은 더 따갑고,  더 쓰라리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문지르고 있다. (그나마 일리치 약국에서 산 오메가3로 버티고 있다.^^)

 

 

건조한 날씨는 계속되고 있고 먼지는 자욱하여 맑은 하늘을 거의 보지 못했다.

고온 건조함이 길게 이어질수록 미세먼지와 꽃가루는 더 심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내년, 내후년 봄도 비슷할것이다. 아니 더 심해질지지도...

늘 뿌연 산을 바라보며 주방일을 하는데, 심한 날에는 멀리 있는 산등선이 사라져서 아예 보이질 않는다. 저기 산이 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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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올 봄에 찍었다. 깨끗하게 보이는 날이 별로 없어 슬프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장을 보러 가야했다.  걸으면서 거리의 제멋대로 핀 꽃들을 무심히 쳐다 보았다. 

서서히 시들어 가는 철쭉 무더기, 차도 옆 가로수 밑에 제멋대로 무성히  피어있는 씀바귀꽃. 그 밖에 이름모르는 별별 꽃들과 잎들. 이것들이 꽤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먼지에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회색 공간에 핀 쓸쓸한 꽃들 같아 보였다. 봄이 마냥 싱그럽지만은 않구나.....

 

이렇게 뿌연 공기를 탓하며 가끔 하던 등산도, 하천 산책도 거의 스톱 상태.  나는 최대한 집 안에 머무르고 있다.   문탁도 가고, 볼일도 보러 나가긴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더이상 나가지 않고 있다. 이래서야 어찌 생태감성 기르기 프로젝트를 해나갈까....

그나마 조금 생겨난 생태감성이 다시 쪼그라들까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그래도 뭔가를 찍기는 계속 찍었다. 다 이름을 모르는게 흠...)

댓글 8
  • 2023-04-27 22:19

    하얗게 날리는 건 버드나무꽃가루 아니고.. 씨앗이래요. 씨앗이 솜 같은 것에 싸여 있는 거죠.
    한때는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해서 버드나무가 미움을 받은 적도 있어요.
    병꽃, 현호색, 명자나무꽃 같은데.. 혹시 아닐 수도^^ 중간에 있는 하나는 잘 모르겠군요. 저도 궁금..

  • 2023-04-28 06:57

    생태감성이라..
    쪼그라들었다 펴졌다 반복하다가 어느날 보니 오잉?
    음~~ 아!!! 할 듯ㅋㅋ
    그리고 화창한 날의 사진 보니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
    알러지때문에 눈도 잘 못 뜨는 하루하루다 보니^^;;

  • 2023-04-28 18:35

    현호색은 새가 날아가는 모습 같아요~~

  • 2023-04-28 20:49

    송화가루 날리는 계절엔 저도 창문 열기 겁나던데
    봄비 몇 번 내리면 지나가겠죠
    봄날씨가 오락가락 하니 마음도 싱숭생숭하네요
    산이 잘 보이는 주방
    일하기 좋을듯

  • 2023-04-30 01:39

    생태감성이 쑥쑥 자라니 곧 토토로도
    요요샘처럼 꽃이름 풀이름 버섯이름 딘 불러줄 날이 멀지 않았네요

  • 2023-04-30 15:19

    미세먼지 많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차이가 엄청나네요. 잘 포착한 토토로님께 박수를~~짝짝!!!
    생태감성 함께 기르겠다고 해놓고 토토로에게 계속 미루기만 해서 미안하네요(진짜로?).
    저는 여전히 생태 감성은 싹이 안트고 있어여 ㅠㅠ 이대로 철쭉마냥 시들어 가네요...토토로의 깊어가는 고민에 너무너무 공감됩니다.

  • 2023-04-30 16:43

    작년부터 토토로쌤이랑 탄천 걷고 싶었는데.
    진즉 함 걸었으면 버드나무 씨앗에 대하여 토킹 어바웃했을텐데... 아쉽...ㅎㅎ

    곧 제게 편한 시간이 올 거예요.
    5월의 탄천을 같이 관찰할까요?
    글감도 만들고...^^

  • 2023-05-01 10:01

    생태감성 충만한 봄날이네요.
    이제 미세먼지가 있어도 걷고
    없어도 걷고 ㅋㅋ
    꽃사진 보니 좋네요
    토토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