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로 지구와 연결되기 #3 삽질하다 느껴버린 전우애~

블랙커피
2023-04-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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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배울 것도, 할 것도 많아 지난 8일에 이어 22일과 23일에 연속적으로 PDC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제부터는 실내 공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밭에서 교육이다.

 

    

 

가장 먼저 우리 모두는 밭 가운데로 걸어가 조용히 10여분 동안 경관이 나에게 말하는 것을 적었다.

 

사방을 둘러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보고. 다음으로 토양, 기후, 식물, 구조물, 동물 등의 목록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한 후, 한 자리에 모여 각자가 관찰한 것을 공유해보았다.

우리가 앞으로 지을 밭은 돌이 많고 영양분이 거의 없는 심토이며, 햇빛은 충분하나 바람이 많아 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등등.

 

다음으로 9가지 관찰 방법 따라 차근차근 공간과 밭을 일구는 우리들의 특징 등을 분석한 후, 바람, 태양, 물, 불, 동물 등의 자연 에너지의 경로에 따른 Sector Analysis(구역 분석) 그림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 중심이 되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동심원을 그려 필요한 시설 공간을 배치하는 Zoning(지구계획).

우리는 나의 생활공간, 사회적 관계 등을 Zone0부터 Zone5까지의 동심원으로 배치해보기도 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관,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의 모습 등이 Zoning을 통해 한 눈에 잘 드러남을 알 수 있었다. 

 

         

 

소란샘은 Zoning 연습으로 살짝 경사진 지역을 여러 색깔의 실로 Zone을 나누고, 스카프의 여러 색으로 물과 숲 등의 지형을 나눈 뒤 우리들에게 다양한 요소들을 적은 카드를 Zone에 배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침엽수와 활엽수, 관목의 위치, 가축과 연못, 창고, 퇴비간, 양봉, 우물 등의 위치와 방향을 서로의 연결성을 고려하면서 배치해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패턴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공부했다.

패턴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압력)에 의해 형성되며, 자연에서 나타나는 패턴은 에너지의 흐름과 영양분의 분배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모양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패턴 중 대표적인 것을 태양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도는 태양 경배 패턴으로, 이 패턴은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아 모으고, 또 잘 분산시킨다.

 

    

 

지금까지 농업은 패턴을 없애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지만, 퍼머컬처는 자연의 패턴과 협력해서 일을 덜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그래서 퍼머컬처 밭은 만다라 형태나 곡선 형태의 디자인이 많다. 

 

 

그리고 퍼머컬처는 에너지가 많이 모여 식물이 잘 자라는 가장자리를 많이 만드는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으며, 황금비율 등도 디자인에 응용한다.

이러한 자연의 패턴을 활용하는 다양한 밭 디자인은 예쁘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 주변에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기능성 텃밭인 키홀가든, 허브 스파이럴(Herb Spiral), 통나무 텃발(Hugelkultur)의 특징도 알아보았다. 

       

 

우간다에서 채마밭으로 애용되는 키홀가든은 중앙의 퇴비통을 통해 흙이 지속적으로 재건되고, 퇴비만들기와 물주기를 한번에 할 수 있는 등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허브 스파이럴은 공간 이용을1.5배 높이고, 허브의 번식성을 제한하면서 겨울에 보온 효과가 있고, 여름에 두둑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가졌다.

통나무 텃밭은 리그닌이 풍부한 흙을 재건하여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며, 두둑을 높여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점심 식사 후 본격적으로 우리가 지을 밭의 형태를 디자인해 보았다.

각자 구상하여 그린 밭 모양을 한쪽 벽면에 붙이고, 서로 돌아가면서 왜 이러한 모양으로 디자인했는지를 설명한 후, 다수의 스티커를 받은 디자인을 선정했다.

 

   

 

그래서 선정된 밭은 유성희샘의 ‘내 마음 속의 꽃’이라는 제목의 밭~ 

미술 관련 일을 하신다더니 역시 남다른 감각이 엿보이는 밭 디자인이다.

우리는 두 사람씩 조를 짜서 선정된 밭을 모눈종이에 정밀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로 12미터, 세로 50미터의 반달 모양의 밭 안에 센터부터 잡고 큰 원을 그리고 또 작은 원들을 그리고 그리고...

옆 팀을 슬쩍 훔쳐보고, 맞았네, 틀렸네 하며 진지하게 도면을 그려나갔다. 

 

   

이렇게 밭 도면 그리기까지 진행하고 22일 수업은 끝~

 

다음날에도 연속적으로 수업이 있는지라, 공주에서 오시는 이경자샘과 달팽이샘, 느티샘, 그리고 나는 에버랜드 근처의 펜션에서 1박을 했다.

우리는 펜션 한 켠에 쌓여있는 버섯을 키운 폐목도 얻고, 차로 이동하며 박스도 주워서 다음날 일찍 밭에 도착했다.

 

23일 수업은 워킹부터 시작했다.

줄자로 50미터를 잰 후 표시를 해 놓고, 소란샘이 틀어주신 런웨이 음악에 맞춰 일상적인 보폭으로 왔다갔다를 네 번 정도 반복해 걸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 더해서 평균을 내어 100미터에 대한 평균 걸음수를 구했다.

다음으로 100m는 10000㎝이므로, 평균 걸음수를 10000으로 나누어, 내 보폭의 평균 길이를 구했다. 나는 56센치가 나왔는데, 이는 주변보다 약간 짧은 편이니 나는 종종걸음인걸로~ ㅋㅋ

우리는 자신의 손길이, 팔길이 등도 재어보면서 자신의 몸을 자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다음으로 수평-경사를 이용한 디자인.

퍼머컬처 디자인에서는 자연 에너지의 이동과 저장을 위해 흙을 재건하고 물을 저장하는 작은 규모의 토목공사를 통해 하부구조를 만든다.

예를 들어 경사진 곳에 등고선 습지를 만들면 물을 저장하여 가뭄 피해를 줄이고 산불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에서 에너지의 길을 만드는 수평-경사를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수평-경사를 잡는 A-프레임과 번닙(Bunyip)을 직접 만들어, 밭으로 들고 가서 사용법을 익혔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면을 밭에 옮길 시간.

소란샘과 수석디자이너 유성희샘의 진두지휘 아래, 먼저 밭의 세로 가장자리에 말뚝을 받아 기준점을 잡고, 센터를 확정한 후 모눈종이에 도면을 그린 순서대로 밭에서도 줄자와 말뚝, 끈을 이용해 큰 원부터 차례대로 원을 그려나갔다.

기준점에서 반지름 길이로 연결된 끈을 묶은 말뚝이 땅에 표시를 하고 지나가면, 손잡이가 긴 호미 모양의 도구(?)로 땅을 더 깊이 파서 표시하고, 그 위로 밀가루를 뿌려 잘 보이게 했다. 

 

        

 

이렇게 밭에 도면 옮겨 그리기를 완성한 뒤,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삽질에 들어갔다.

고랑 부분을 파서 두둑에 흙을 올리고 두둑을 평평하고 다듬고...

15분 정도마다 한번씩 쉬어 가며 한 시간을 넘게 다들 미친 듯이 삽질을 했다.

얼굴이 발갛고 쓰러지기 일보직전.

정말 나도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삽질을 한 적은 없었는데, 다리는 휘청거리고, 막걸리를 받아 마시는 손은 절로 덜덜 떨렸다. 

 

   

 

이렇게 삽질을 마치고 A-프레임으로 센터부터 수평과 경사를 잡아나가며, 물이 잘 흐를 수 있는 물길을 만들었다. 

“여기는 더 파야 한다, 저기는 흙을 올려야 한다”하며 경사를 잡는 작업도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렇게 하여 형태가 드러난 밭!!!

(다음 시간에 고랑에 박스 등을 깔아  잡초 방지 작업을 하고, 두둑에 자연멀칭 작업을 하고 난 후, 식재를 하면 밭의 형태가 좀 더 잡힐 것이다.)

기념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힘들었지만 뭔가 뿌듯함이 느껴지는 얼굴들이로다.

 

작업을 마치고 유성희샘은 여지껏 주로 경쟁을 하는 인간관계를 가져왔는데, 오늘 삽질을 같이 하면서 처음으로 전우애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 우리는 삽질하다 전우애를 느껴버렸고, 한 번 전우는 영원한 전우라는 말이 있듯, 이젠 빛나는 전우애로 쭉 가는 걸로~ ㅎㅎㅎ

 

 

댓글 5
  • 2023-04-26 22:53

    재밌네요.
    자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패턴이 태양경배패턴이라는 것도 매우 흥미로워요^^

  • 2023-04-27 22:21

    농사-예술이군요.^^

  • 2023-04-28 06:50

    우와 사진들 들여다보고 있으니 참 화려하네요~
    전 딱 한평만 있으면 되는데ㅋㅋㅋ

  • 2023-04-28 09:07

    와~ 다 만만치 과정들이네요. 그래서 힘은 들었겠지만 멋진 경험이었을 거 같아요. 응원합니다

  • 2023-05-01 10:03

    한 이틀 알으셨다더니 ㅠ
    고된 작업? 삽질? 이었군요
    어떻게 수업하시는지 궁금했는데
    자세한 후기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