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토에 기대어 #4> 무심과 관심 사이

토용
2023-03-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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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나에게 봄은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자전거를 타고 문탁까지  30분 남짓 걸리는 그 시간이 참 좋다. 

몇 년 동안 똑같은 길을 다녀서 지겨울법도 하지만 똑같은 길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요즘 같은 봄이면 아침과 오후, 저녁의 탄천이 다르다.  

오늘만해도 아침은 비온 뒤의 흙냄새에 취했었고, 늦은 오후에는 그새 아침보다 나무의 연두색이 약간 진해져있었다. 

산수유, 개나리, 목련도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난 이 길을 무심히 지나다닌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도, 가을 단풍이 고울 때도,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때도 난 자전거에서 내려서 풍경을 감상한 적이 없다. 그저 잠깐잠깐 스치는 것들에 무심히 지나다닐 뿐이다. 그저 탄천에 있는 조수초목은 저대로 잘 살고 있으면 그 뿐, 굳이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난  무심한 편인것 같다. 띠우님이 평소 나더러 눈치가 없다고 하는데, 내가 무심해서 그런가보다. 

이런 나를 띠우님이 구제해주고 싶었나보다. (사람 바뀌기 힘든데 애쓰십니다^^) 

<바토에 기대어>를 떡!하니 걸어놓고 존재간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미션을 내리셨다. 

그냥 무심히 살면 안될까요?

 

이런 나를 비웃듯 오늘  파지사유에서는 월남쌈의 고단한 행진이 이어졌다. 

무심과 관심의 극명한 대비였다.   

 

댓글 8
  • 2023-03-23 22:14

    ㅋㅋㅋ 왜 웃음이 나오는지~
    이렇게 공생자 행성에서 만나니 얼마나 좋아요^^

  • 2023-03-23 22:56

    음...관심에서 오는 월남쌈이었군요!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역시 관심은 좋은 거에요.
    하지만... 늘 그렇진 않죠^^
    무심함이 훨씬 좋을 때도 있어요!
    개인성이 다 너무 달라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기도 하구요.
    어쩌다보면 불필요한, 오히려 해악의 관심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그 사이를 잘 조절하며 줄타기하듯 사는게 필요한거 같아요^^
    에고...30여년만에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었더니
    말투가 비슷해졌어요 ㅋㅋ
    저도 바토에 엮여 이렇게 댓글다는 삶을 살고있네요 ㅋㅋ

  • 2023-03-24 13:37

    무심과 관심에 신경쓸 여유없이
    쌓인 재료를 눈앞에 두고
    터질까 노심초사하며
    일단 말았다는~ㅎㅎㅎㅎ

  • 2023-03-24 14:40

    토용샘~~~여기서 만나니 더더 반갑습니당.
    자전거 타고 탄천을 달리는 모습. 생각만 해도 멋지잖아요~~So cool!!!
    게다가 아침저녁 달라지는 봄 풍경이라니...♡

  • 2023-03-24 17:11

    고요한 배경이 되는 토용님의 무심에 때때로 .. 자주 환영합니다! ^^

  • 2023-03-24 17:38

    무심과 관심 사이라... 뭔가 철학적입니다!
    자연은 무심해도 잘 돌아가는데
    사람은 관심 없이는 잘 안 돌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서.... ㅎㅎ

    이날 아침 자전거타고 오시는 토용샘을 보고
    아, 이제 자전거 탈만한 날씨겠다 했었더랬죠
    저도 조만간 자전거 끌고 탄천으로 가봐야겠슴다

  • 2023-03-25 08:50

    무심과, 같은 과원으로서
    그 대신 그저 얼굴만 봐도 좋은데, 글을 보니 더 좋군요.

    탄천 지날 때 시간 좀 더 내서 인사도 하고 그러세요
    그 곳 꽃이며 풀들도 토용이 얼마나 궁금하겠어요? ㅎㅎ

  • 2023-03-26 13:35

    무심과 관심 사이에서 아리따운 자태로 탄생한 월남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다 먹지 못하여 일산에까지 남은 걸 싸가지고 왔는데 아버지가 맛있게 드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무심한 듯 아닌듯 고마워하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