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으로 공생자 되기 2회차 후기

김윤경
2023-03-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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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으로 공생자 되기 ‘더-낭독’ 세미나의 두 번째 후기를 맡은 김윤경-단순삶입니다.

월요일 오전 8시부터 줌으로 모이는 낭독모임은 단출하지만 다정한 느낌입니다.

4명이서 오손도손 읽었는데 이번 주는 메리포핀스님의 어머님이 아프셔서 빠지셨어요. (부디 별 탈 없이 나으시길!)

그래서 느티나무님,  담쟁이님,  저 셋이서 읽었습니다.

순서가 빨리 돌아와 목이 좀 잠겼지만 책을 읽으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참 좋습니다.

첫 책『페미니즘의 도전』은 읽는 곳마다 주옥같아 내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듭니다.

성차별, 성억압의 구조는 아주 견고해서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또 구성원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여 낭독 후 나누는 이야기도 풍성했습니다.

ㅎㅎ 낭독 신청하길 잘했다~~~.... '낭송으로 공생자 되기'  잘 생겼다! 잘 생겼다! (CM송 버전)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88-89쪽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라는 사회적 위치와 삶의 경험은, 주류의 시각에서 보면 열등함의 근원이고 극복되어야 할 장애이다. 그러나 반대로 억압 받는 자의 시각에서 기존 사회를 보면, 이들의 타자성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된다(이것이 바로 모든 탈식민주의 사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주류의 언어를 규범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익힐수록 이들은 더욱 열등해지지만,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동에 근거하여 자기 언어를 갖기 시작하면 말할수 없이 '똑똑해진다'. 저항할수록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식 주체로서 남성과 여성의 사유 방식의 차이는, "남성은 이렇고 여성은 저렇다."라는 단순한 성차를 넘어선다. 내가 강의할 때, "한국이 왜 '극동 아시아'인가? 그것은 객관이 아니다. 제국주의 지도를 만든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의 입장에서 그럴 뿐이다. '우리'가 지도를 만들면 달라진다...."라고 말하면, 성별에 따라 반응이 판이하다. 남성들은 대게 "맞아요, 우리가 세계 지도를 만들면 우리가 중심이죠"라고 말하는 반면, 여성들은 "우리가 지도를 만든다고 해도 객관은 아니죠, 우리가 지도를 만들면 동남아시아는 소외되겠죠."라고 말한다. 남성들은 객관이 존재한다고 믿는 반면, 여성들은 경합, 유동한다고 파악한다.

  여성에게 (기존)언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처럼 인식론적 특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경험과 지배 언어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모든 인식, 특히 새로운 언어는 현실에 의문을 품을 때에만 생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에 드러난 정체성의 정치학은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고, 부르주아 문화의 '구별 짓기' 행태에 대한 부르디외의 강렬한 인식은 그가 노동 계급 출신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미셀 푸코의 동성애 정체성이 그의 근대 주체 비판 이론에 끼친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피억압자로서 자신의 삶의 조건을 주류의 형식에 끼워 맞추지 않고, 새로운 세계관을 전개하는 근거로 삼았다. 

댓글 6
  • 2023-03-21 16:03

    "자기 경험과 지배언어 사이의 갈등을과 분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 구절이 특히 와닿습니다. 이 책은 갈등과 분열의 경험이 어디서 비롯되었는 지 깨닫지 못하는 길들여진 저의 무딘 의식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단순삶의 단단한 목소리 참 좋아요~

  • 2023-03-21 18:16

    세미나에서 낭독으로 한 번. 그리고 혼자 묵독으로 또 한 번 책을 읽게 하는 힘이 낭독세미나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낭송 신청하길 잘했다~ 는 말에 감동^^
    윤경님만의목소리. 이야기.경험들이 세미나를 더 풍성하게 해 줍니다. 감사해요.~

  • 2023-03-23 09:39

    윤경님의 목소리로 듣는 페미니즘의 도전!은
    또 다른 경험이예요.
    너무 좋네요^^

  • 2023-03-23 20:22

    저도 잘 들었습니다~
    자기 언어 갖기, 도전해봐야겠죠^^

  • 2023-03-24 21:00

    낭독 내용이 좋네요.
    귀 기울여 들었어요. 저도 제 언어를 깆고 싶어요.

  • 2023-03-25 08:35

    김윤경-단순삶님 낭독을 어떻게 이리 또박또박하면서도 친근하게 하세요?
    귀에 쏙쏙이어요
    낭독 후 나눈 이야기도 궁금하군요
    저는 얼마 전에 우리에게 자연의 언어가 없다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없는 언어가 이리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