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전> 버들서점 여행기 1

관리쟈
2023-03-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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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은이와 대전으로 떠났습니다.

신문에 생태서점으로 소개된 '버들서점'으로 가는 여정입니다.

왜 하필 토요일이어서 같이 못가게 하냐는 원성도 들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한거 압니다 ㅋㅋ.

그 쪽 일정에 맞춘거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새은이와 둘이 여행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돈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 새은, 새은을 통해 노동조건이 얼마나 안좋아졌는지 실감하는 중입니다.

노동유연화 시대는 엿장수 맘대로 시대입니다.

한발자국, 두발자국.. 정신놓지 않으려는 새은이에게 바람을 쐬어주고 싶었습니다.

서점과의 컨텍도, 촬영도 모두 새은이가 해서 든든하기도 했구요.

 

 

버들서점은 제로웨이스샵인 은영상점, 고쳐쓰기 제작소인 재작소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버들서점 주인장님은 규문에서 공부하셨고, 문탁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하나 들었다고 합니다.

너무 어려운 걸 해서 다시 들을 엄두는 안났다고 합니다.

서점을 연 지는 딱 1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냥 서점도 아니고 왜 생태서점을 열었는지 궁금하잖아요?

 

녹색교육센터 등 환경교육 분야에서 10여년간 일을 하셨대요.

(처음에 녹색연합이라고 잘 못 써서 수정했습니다. )

사람들이 이미 정보가 차고 넘쳐서 지구가 위험한 걸 아는데도,  어째서 ‘내가 해봤자지’라며 방관할 수 있는지,

정말 오래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공감을 못하는거구나, 아는 것의 내면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감수성과 인식의 확장이 있으면 실천이 좀 길게 이어질거라는. 그런 소망으로 서점을 열게 되었다네요.

 

 

들은 이야기 중 제가 놀랐던 부분은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훨씬 환경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자연을 모르고 게임과 인터넷에만 빠져 있는 반면, 어른들은 그래도 자연을 좀 알았던 세대니까

그 반대로 생각하기 쉽잖아요?

아이들은 환경교육에 보내면서 어른들은 그 바깥에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이 여행 이야기가 공생자행성 챌린지가 될까요? 저 뿐 아니라 이번  챌린저들이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이고 직접적인 아껴쓰기, 고쳐쓰기 등에만 익숙해 있어서

뭔가를 찾아가고, 탐구하고, 무엇보다 반성하는거는 웬지 챌린지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음..

 

어떤 친구는 제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런 여행 자체가 챌린지라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지리산 종주를 열 번은 했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했었습니다.

또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등산이 아니어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백두대간을 개척해서 종주하는 코스가 생기고, 그게 유행하는 걸 보면서,

저엉말 알 수 없게, 미묘하게, 마음이 저릿저릿해졌습니다.

지리산은 괜찮고, 백두대간은 아팠던거는 뭘까요?

물론 제 고향쪽이 들어갑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문탁에는 그 이후 들어왔으니, 제가 여행을 안가기 시작한 이후가 됩니다.

 

비슷한 경험을 주인장님도 말씀하시더군요. 서점을 내고 공부를 해보자 생각한 계기 중의 하나인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답답할 때는 순례도 가고, 국외 여행으로 마음을 달랬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박완서님 책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이 여행을 가냐는 글을 보았대요.

딱 본인 이야기라고 느꼈답니다.

어쩌면 꼭 필요한 여행이 주변에, 이웃의 여러 생명들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구요.

 

우리는 보통 한 번 입력한 건 바꾸기 어렵습니다. 단호하게 여행은 안돼~라고 하면 오히려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밥먹듯, 공부하듯, 여행도 필수재일 수 있잖습니까?

밥도, 공부도, 허용과 제한의 경계가 있어서 어렵듯이 여행도 그런 것 같습니다.

논리 좋아하는 제가 논리를 들이밀지 못하고, 그냥 마음이 시켜서 하는 유일한 일이 여행회피입니다.

혹시 이 마음을 탐구해가면 챌린지가 될까요?

 

 

가지고 간 선물 비누보자기세트와 더치커피를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십니다.

특히 비누보자기세트는 너무 예뻐서 풀지를 못하겠다고, 묶은 것도 예술이어서 풀면 다시 그렇게는 못 묶을거 같다고,

친구들 다 보여주고 풀겠다고 하시더군요.

 

버들서점 다녀온 이야기도 아껴서 차츰 차츰 풀겠습니다. ㅎㅎㅎ

 

댓글 10
  • 2023-03-18 18:54

    좋네요~

  • 2023-03-18 19:20

    버들서점! 이름이 참 예쁘네요.
    요즘 버드나무에 어린 싹이 돋아나서 흔들거리는데 무지 멋지더라구요.

    새은이랑 좋은시간 보내고 오신거랑 서점 소개도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 2023-03-18 20:16

    하하...철학강의나 철학세미나를 들으신 걸까요?
    그래도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네요.

  • 2023-03-19 08:00

    원성과 다행? Nunchi 능력고수? ㅎㅎ
    두 가지 감정이 뒤섞였던 1인, 여기있네요~~
    참고로 저는 평일파입니다!
    참고를 참고해주셔요ㅋㅋ

    기다리던 글이라서인지 반갑고 좋아요~^^

  • 2023-03-19 11:04

    멀리 다녀오셨네요. 새은이와 다녀오셨군요.
    저는 재작소는 뭘 하고 어떻게 움직이나, 궁금해지네요.ㅎ
    차차 풀어주실 이야기 기다립니다.^^

  • 2023-03-19 17:24

    새은이 소식을 듣게되어 더 반갑네요^~^
    어제 들은 강의에서퍼머컬처 창시자 중 한 분도 여기저기 강의와 방문요청이 있어도 호주에서 나오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자누리샘 같은 마음에서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 2023-03-19 23:30

    녹색연합 활동을 오래 하신 쥔장의 고민이 공감도 되고 속상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아기자기한 모습이 우리 동네 우주소년 같기도 정겨워요... 마을마다 이런 곳이 많이 생기면 체노웨스가 말하는 3.5%의 법칙이 이루어질 날이 오지않을까요?
    너무 늦으면 안 되겠지만....
    이런 곳을 많이 많이 소개해 주세요^^

  • 2023-03-20 08:21

    새은이와 오붓한 데이트 참 좋네요
    버들서점 이름도 예쁘고 , 보자기 매듭의 예술성(?)까지 알아봐주시는 주인장님 마음도 예쁘고 ㅋㅋㅋ
    후속편은 영상으로 나오나요
    기다릴께요

  • 2023-03-20 09:15

    아, 자누리샘이 여행을 즐기시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으셨던 거군요. 그래도 이번에 대전에 다녀오신 덕분에 버들서점도 제대로 구경하고... 감사합니다.
    그냥 마음이 시켜서 그랬다는 말, 그 마음을 탐구해 보시겠다는 얘기... 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집니다.

  • 2023-03-20 20:35

    ㅋ 대전 정도는.. 음... 여행까지나요, 견학 정도가 좋지 않을까요? ㅋ 새은이 소식도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