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3

토토로
2023-03-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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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세미나(3/17)가 끝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내겐 계획이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건너편엔 광교산이 있어 특히 주방일 할 때 창밖으로 마운틴뷰를 누릴 수 있다. 이렇게 지척에 산이 있는데 산으로 발걸음 한 발짝 떼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생태감성 기르려면 산은 필수아닌가. 그래서 새벽에 눈 뜨자마자 결심을 한 터였다.

오늘은 꾀부리지 말고 무조건 산에 가보자!

 

(우리집 주방에서 바라본 광교산.  산을 보며 설거지를 하고, 화를 풀고, 해야할 일을 생각해 왔다. 대한민국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게 알고보니 축복이었네!!!)

 

 

겨우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슬슬 출발. 산엔 겨울과 새봄이 공존하고 있었다. 바짝 마른 가지들과 마른 낙엽이 대부분인 가운데, 나무들이 뾰족뾰족 새싹과 통통한 꽃 몽우리를 며칠 안에 터트리려는 듯 준비하고 있었다. 봄 가뭄에 산은 너무나도 메마른데  나무들은 이렇게 물을 머금은 꽃과 잎을 피우려 하다니. 고맙고 기특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묘한 질투심도 든다. 봄만 되면 리셋되어 여린 꽃과 잎을 돋아내는 나무가 부럽고 질투가 난다. 나도 어리고 싱그럽게 리셋되고 싶은데... 난 그냥 늙어만 가는구나. (해마다 봄만 되면 늘 그렇다. 감탄과 질투.)

 

 

이번에 광교산을 오르면서 알게 된 점. 어라, 산에 진달래가 이렇게 많았구나. 다른 때였다면 진달래나무인지 전혀 몰랐을 텐데 분홍색 몽우리가 가득해서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수 십 그루는 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진달래꽃과 철쭉꽃,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지 못했다. 너무 똑같이 생겨서. 지금은? 진달래가 철쭉보다,  매화가 벚꽃보다 훨씬 일찍 핀다는 것으로 그 둘을 구분하게 되었다. 아직은 꽃만 봐서는 잘 모르고 꽃 피는 시기로 밖에 구분이 안된다.

(요즘 핀 이 꽃은 매화입니다. 행여 벚꽃으로 착각하면 안됩니다.ㅎㅎㅎㅎ

이번에 폰카로 꽃들을 근접 촬영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산이 너무 건조했다. 불씨가 떨어진다면 바로 큰 산불이 되겠구나 싶었다. 안그래도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산불 소식이 들려온다. 상주에서 지리산에서, 합천에서, 광주에서...걱정이다. 산불도 걱정이지만 산에 사는 동물들은 어디서 물을 얻을까 싶다. 새들도, 청솔모도 물을 마셔야하지 않을까.

봄비가 오길, 산이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들이 쌓아놓은 돌탑에 나도 작은 돌을 하나 얹어 보았다.

 

(이렇게 돌을 쌓아보는건 처음이다. 이런건 좀 쓸데없는 짓이라는 교만한? 마음에 늘 관심없이 지나쳤었다. 그러나 이번엔 산의 무사안녕을 비는 마음에 절로 돌을 쌓게 되었다. 나 좀 변한건가...)

 

Ps.

1)광교산에 도롱뇽이 있다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 있는지 못찾겠다.

여태껏 한번도 보지못한 도롱뇽....

2)며칠 지나면 마을에 목련과 개나리, 벚꽃, 자잘한 들꽃이 만발할 것이다. 낙원처럼 이쁘겠지.

다음 생태감성 일지는 나보다 더 심한 생태맹이면서 생태팀의 핵심 인물이신 뚜버기샘에게 양보하려 한다. 

모두 기대해 주시길...^^

댓글 9
  • 2023-03-18 20:13

    하하하...
    광교산은 원래 물이 없고 그래서 꽃도 별로 없어요.
    그나마 봄 진달래가 좀 있는 편이죠.
    도롱뇽... 인문약방팀 3월1일 산행때는 아직 소식이 없었는데
    며칠 전 요요가 산에 갔을 때, 도롱뇽 산란한 거 확인했대요.
    담에 기회있으면 같이 가유~~

  • 2023-03-19 00:34

    봄되면 질투한다는 말에 빵 터졌다가
    산의 식구들의 무사안녕을 빌며 돌탑을 쌓는 대목에선 찡함이..
    생태감성이 아니라 토토로감성에 물들겠어요 ㅎㅎ

  • 2023-03-19 07:53

    걷고 있는, 카메라를 가까이 대는,
    그러면서 찬찬히 생각하는
    토토로님이 보이는듯 합니다~
    20년을 수지에 살면서 광교산을 바라만 봤던 저도
    올해는 산에 가야하나 싶어요ㅋㅋ

    그나저나 다음 일지는 뚜버기님?
    완전 기대되네요ㅋㅋ

  • 2023-03-19 10:57

    토토로님! 언제 점심 먹고 산에 같이 가요~ 도롱뇽이 사는 웅덩이보러 같이 갑시다.ㅎㅎ

  • 2023-03-19 17:17

    요즘 여기저기서 바람결에 날아오는 매화향기를 자주 맡게됩니다. 그럴때 토토로가 생각나요. 얼릉 가서 알려주고 싶어진다니까요. ㅋ

  • 2023-03-19 23:18

    꽃 사진 너무 이쁩니다. 덕분에 눈이 호강하네요
    꽃나무를 질투하다니~ 참신하네요~ 덕분에 느리게 흐르는 나무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진달래가 철쭉보다 일찍 피는 걸 알았는데 ㅋㅋ (같은 생태무지랭이지만 괜히 으쓱 🤷‍♀️ )
    그런데 다음이 저예요? 내가 왜 약속을 했을까~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생태감성이 메마른 생활 중인데~~

  • 2023-03-20 08:32

    70%였던 산이 이제 얼마나 남았을라나
    도로깔고, 집짓고, 케이블카 설치하고, 스키장, 골프장 만들고………
    그래도 산이 많은 지형이어서 다행이죠
    토토로의 생태감수성 깨어나는 새봄이네요
    뚜버기샘께 바톤 넘기는 솜씨는 릴레이 선수급 ㅋㅋㅋ

  • 2023-03-20 09:09

    토토로샘네 주방뷰가 예술이네요. 우어~~~
    돌탑 쌓을 땐 나 좋은 일만 바랬는데, 산의 무사안녕을 비셨다는 샘 앞에 작아집니다. --;;;

  • 2023-03-20 20:30

    그러게요, 저도 토토로님 주방에서 산이 보이는 뷰가 눈에 들어오네요~ 광교산은 증말 길이 많아요, 그래서 도룡뇽 길은 샛길로 가야 하는^^ 진달래가 한창이겠네요, 다음 주에는 꼭 광교산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