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마지막> 당신이 있어 감사합니다 _자누리

관리쟈
2022-12-2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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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감사의례를 우연찮게 진행하였습니다. 모두 마음이 따뜻해졌을 것이라고 믿습니다.후후

감사의례를 처음 제안하게된 것은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그 감동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구절에 무척 놀랐습니다.

 

“감사로 길러지는 것, 자연을 종 민주주의의 일원으로 이야기하는 것, 상호의존의 맹세를 기르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국경선을 모르고 사고팔 수도 없는 바람과 물이 맹세의 대상이라면 국가주의는, 정치적 경계선은 어떻게 될까?”

 

‘아. 이것은 새로운 정치일 수 있겠구나!’라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지요.

 

 

저자 키머러는 어릴 적 도시의 학교를 다녔는데, 국기에 대한 맹세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맹세가 유신체제의 발명품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봐요..)

그러나 키머러의 고향 원주민 학교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아니라 감사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이 오래된 의례는 감사를 최우선에 놓는다. 감사를 직접 받는 대상은 선물을 세상과 나누는 이들이다. 그 감사연설은 길다. 왜냐하면 그 연설은 인사를 치러야 할 자연의 목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설이 계속되면 생태계의 각 요소가 그 역할과 함께 차례로 호명된다.”

 

다음과 같이 40분동안(!)  계속해서 불려나옵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 어머니 대지님에게 감사합니다. 당신 위를 걸을 때 우리의 발을 떠받쳐 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의 목마름을 달래고 모든 존재에게 힘과 원기를 주신 세상의 모든 물에게 감사합니다...”

“물에 있는 모든 물고기님에게 우리의 생각을 돌립니다...”

“한마음으로 우리가 밭에서 거두는 모든 작물님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

 

그리고 키머러의 이런 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확실히 나는 시야가 너무 좁은 것 같다는 급반성을 불러일으키는 말. 

 

“감사연설을 들으면 부자가 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순진무구해보이지만 혁명적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사회에서 만족은 급진적 태도이다. 희소성이 아니라 풍요를 인정하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창조하는 자본주의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

 

<향모를 땋으며>의 감사의례는 자연의 목록을 나열하지만, 우리는 선물이 되는 사람과 사물, 그 모든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 또한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요. 그러므로 저 감사의례의 처음을 들으며 한달간의 감사행진을 마무리해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주위의 얼굴을 둘러보며 생명의 순환이 계속됨을 봅니다. 우리는 서로와 또한 뭇 생명과 더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의무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감사와 인사를 건넵시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글을 써준 26명의 소중한 친구들, 그 글을 읽어준 많은 친구들, 그 모두에게 전하는 저의 감사 인사가 바로 이거랍니다. (오글거림주의~)

추신) 처음 제안은 몇 사람이 수행하는 거였지만, 머리를 맞댄 논의 끝에 많은 사람들을 선물 목록에 올리기로 했었습니다. 함께 꾸려준 생태공방 친구들, 사랑합니다!! (혼자 다 쓸뻔한 위기를 모면하게 해줘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님)

 

댓글 12
  • 2022-12-27 09:40

    자누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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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7 10:47

    자누리님^^ 계묘년에도 함께 ❤️ 해요~

  • 2022-12-27 13:53

    좋군요^^
    고맙습니다
    자누리샘이 있어서~♡

  • 2022-12-27 13:54

    자누리샘~ 🧡
    저도 오그라드는 말 잘 못하는 거 아시죠ㅋ

  • 2022-12-27 13:55

    자누리님,
    감기에 아프시고 여러가지 바쁘시면서도
    감사릴레이 진행해주시느라 무지 무지~ 고생하셨어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한달 내내 감사글을 읽으면서
    그 글에 , 그 마음에 전염된듯 ~~편안해졌어요.
    감~사~ 합~니~다~~~아~~

  • 2022-12-27 14:01

    향모를 땋으며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더 들춰보고 싶어지네요
    귀한 글귀들 다시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중에도 매일 감사편지로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엔 더 건강해지시길 바래봅니다^^

  • 2022-12-27 15:33

    매일 아침 감사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을 겸손하게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기획하고 수고해 주신 분들과 글 올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2022-12-27 16:47

    <향모를 땋으며>에서 인용한 글들이 정말 아름답군요.
    공생자 행성의 한 달도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자누리샘, 고맙습니다!

  • 2022-12-27 21:54

    공생자행성에 감사하단 말을 전해야 겠습니다.
    '행성'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태양 주위를 주로 태양의 중력의 영향을 받아 공전하고, 자신은 발광(發光)하지 않는 천체.

    자신은 발광하지 않지만, 함께 다른 행성들과 공전한다는 천체.

    그들이 모여있는 공생자행성.
    당신들이 있어 함께 공전할 수 있었고, 당신들의 중력으로 문탁에서 떨어져나가지 않고 붙어 있을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 2022-12-28 10:20

    풍요해서 감사 하는것이 아닌, 감사의 의례로 새로운 풍요를 생산해내는 혁명적 과업을 실천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 2022-12-28 22:41

    모든 종교가 정언명령 처럼 감사를 말하지만 평소에 감사를 잘 모르거나 인식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해 반성을 화두 처럼 해봐도 여전히 그 자리.
    그래서 참샘의 권유를 받았지만 어려웠습니디. 그러면서 한편 한편 올라오는 글을 읽을 때 마다 이걸 써 볼까, 저걸 써 볼까 하는 것 마다 마다
    감사와 고마움이었지요.

  • 2023-01-10 20:31

    자누리샘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내가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모르실거예요. ㅎ

    64일 주역 읽기 에서도
    나의 사심(?)이 들어간 해석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집어주는것도 진심으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