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4일차> 감사의 108배를 발원해본다_장지혜

관리쟈
2022-12-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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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에게 ‘감사’를 주제로 공생자 행성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장면은 ‘넌 왜 그렇게 남편에 대해 불만이 많아?’라는 뚜버기의 의견이었다. 아이 공동육아 시절(20년전) 만났던 뚜버기 인데, ‘난 남편을 사실대로 묘사한 것 뿐인데 왜 불만이라고 표현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내가 남편을 불만족스럽게 느낀다고? 아닌데.., 이건 뭘까?

 

11월 말에 코로나에 걸렸다. 몸이 아프니 몸에서 힘이 빠지고 마음이 가라 앉는다. 목이 너무 아파 약도, 고형의 음식도 넘길 수 없으니 몸에서 힘은 더 빠지고 마음도 더 가라앉는다. 마음이 가라앉으며 욕망도 사라진다.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사라지고 나는 식물처럼 느껴진다. 몇 해 전에 집중명상을 다녀 온 후 몸과 마음에서 느껴졌던 상태이다. 처음 경험할 그 당시는 이 상태가 갑자기 두려워졌다. ‘현실에 대한 욕망 없이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이건 뭐지? 난 그전에 즐기던 볼거리 먹거리를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이대로 절(사찰?)로 들어가게 될까?’ 용수스님은 출리심이라고 설명해주셨고 혜봉선생님은 일시적인 상태라고 잘 경험해보라고 하셨다. 일상 생활에 젖어들다 보니 욕망은 하나씩 살아나고 난 다시 자아로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단지 명상으로 인해 욕망이 사라지든, 아파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욕망이 사라지든, 이 상태가 주는 평온함에 감사한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내가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욕망하지 않아도 주어진 일은 있고, 몸이 아파도 누워 있기만 하는 건 아니니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하지만 마음은 평온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눈물이 난다.

 

코로나 이후 3주가 지나가는데 여전히 체력은 떨어지고 조금만 찬 기운이 들어도 잔기침 난다. 그래도 남편이 일정을 빼 놓은 상태라 몇 달 전에 잡아 놓은 부산여행을 갔다. 남편은 평소의 장지혜가 아니고 손이 많이 간다고 투덜대고 나는 남편에게 민폐인 여행을 했다. 민폐여행을 받아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남편에게는 속초에 있는 부모님과 궁합이 잘 맞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 때 갈 곳도 마땅지 않고 90이 다 되신 부모님도 좀 자주 뵐 겸 속초를 자주 가게 되었다.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는데 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자기 뜻대로만 하려는 엄마에 대해 옛날 감정도 올라오고 불편한 마음이 자란다. 근데 남편은 속초를 몇 주 동안 못가게 되면 장인 어른이 보고 싶다고 하고 짖굳게 웃는 장모가 귀엽다고 한다. 엄마도 불친절하고 마지못해 응대하는 나보다 남편이 편한지 우리와 관련된 모든 전화의 일 순위가 남편이다. 남편이 안 받으면 그때서야 나에게 전화를 건다.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동천넷 마지막 전체모임을 브런치로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 바쁜 사람들이지만 따뜻한 토마토 스튜와 샐러드, 새벽에 구운 해피쿠키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로 1년의 수고를 위로받는 자리가 되었길 기대해본다. 따뜻한 한끼에 환대받은 기분이였길 기대해본다. 수녀님들이 제공해준 성심원 교육관은 눈이 내린 숲과 더불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해 연말파티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주었다. 나는 야채를 씻고 설거지를 하고 사진을 찍고 청소하면서 마음이 좋았다. 다른 도시에서 동천동을 탐방하는 마을여행을 안내하면서 나는 가장 먼저 동천마을네트워크는 도시에서 마을 공동체를 실현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 말을 내어 놓으면서도 우리 구성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싶으면서도 내 마음을 담아 그 말을 힘주어 한다. 동천넷의 일련의 프로세스에서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함께 더불어 간다는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 공간이 될까? 의심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나는 올해 고기리 수해에 피해를 보신 분들을 돌아볼 기회를 주고, 고기공원이 조성이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축소 없이 진행되고, 동막천 플로깅을 하는데 나에게 역할을 준 동천넷에 감사한다. 일에 과부하가 걸릴 때나 사람들 사이 갈등이 나타날 때는, 화도 나고 왜 일을 벌여서 욕심을 내나 하는 자책과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니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몸에 힘을 덜어내면서 마음이 가라앉고 평온해지는 것에 지난 몇 년 동안 커뮤니티 댄스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1시간 정도 사전에 몸을 풀어주고 집중이 잘되면 몸짓이 풀리면서 가볍고충만한 춤 시간이 된다. 자주 경험하는 건 아니나 이때 함께 하는 사람들도 금방 그걸 알아본다. 신기하다. 무엇보다 1주일에 한번 정도 춤추며 살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서두에 던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불만족의 상태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충만함과 감사의 마음상태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좋은 ‘원’(바라는 것)을 가지면 좋다는 스승님들의 견해에 기대어.. 그 원을 위해 감사의 108배를 발원해본다.

 

댓글 8
  • 2022-12-24 11:05

    우리동네 홍반장! 장지혜샘.
    1년간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늘 웃고 계셔서 늘 행복하신줄 알았어요 ㅋㅋ

    장지혜님 감사108배 응원합니다

  • 2022-12-24 11:40

    초대해주신 브런치
    정말로 따뜻한 한끼였고 말 그대로 환대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늘 기분좋은 얼굴로 마주해주는 장지혜샘^^
    뜬금없지만 샘의 춤사위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ㅋㅋ

    • 2022-12-24 20:06

      나두나두

  • 2022-12-24 23:05

    장지혜쌤 이렇게 인사나누니 좋군요.
    힘들어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 쌤
    무한 긍정의 힘을 주시던걸 기억해요 ㅎㅎ
    새해에는 무탈하게 건강하게 지내시길요~(자누리)

  • 2022-12-25 09:08

    하하...춤추는 지혜....시군요^^
    올 한해도 고생 많이 하셨시유. 내년에도 지혜샘 활동 응원해유!!!

  • 2022-12-25 19:57

    지혜샘~
    코로나로 고생하신 거 몰랐네요
    후유증 오래 가는 분들 많던데 괜찮으신거죠?
    감사편지 고맙습니다~
    한 해 마무리가 훈훈해지네요

  • 2022-12-26 10:49

    언제 어디서든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장지혜샘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저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감사와 자비의 원을 세워 보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2-12-28 09:04

    에고 코로나 걸린 줄도 모르고 있었던 친구네요 한번 아프면 크게 아픈 사람이라 걱정이네요. 그래도 잘 회복하고 있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동천동이 마을 공동체라는 걸 힘 주어 말할 수 있는 2023년 함께 기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