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18일차> 문탁 도반들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_바당

관리쟈
2022-12-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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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고스란히 놔뒀던 책가방을 꾀안고, 설렘과 긴장을 싣고 주차 공간을 헤매다 헐떡이며 문탁 문을 열었던 무수한 날들. 몇 달 전 인 듯한데 못 뵌 지 두 해나 지나 가네요. 안녕 하세요? 이 말이 귀한 인사라는 걸 요즘 또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쯤 누군가는 학술발표회 준비에 바쁠터이고 또 누군가는 풍성한 송년 잔치상을 궁리하고 계시겠군요. 맹자 팀에서 했던 상황극 한 토막, 기깔난 맛을 냈던 우리 팀의 육개장이 또 생각나네요. 공부는 몇 년이나 했는데도 그게 다 어디 갔는지 머리를 막 뒤져봐도 나오질 않는데, 밥 챙기느라 항상 마음쓰는 게으르니(기린)샘의 깨알같은 밥당번표와 공자시대의 중국지도를 그어서 당시 여러 나라간 얼개를 설명해줬던 진달래샘의 따뜻한 눈길, 엄정한 듯 하지만 실은 제일로 맘이 넓어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자누리샘, 인디언샘, 언제봐도 살랑이는 봄날의 풋풋함을 가진 봄날샘, 항상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시는 문탁샘, 그 외 문탁 떠오르는 여러 얼굴들~~ 다들 안녕하시길 빕니다.

 

저는 요즘 7년째 되어가는 동네 월수금 요가반에서 몸뚱이를 돌보고, 손가락 운동을 틈틈이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워낙 근본이 없는지라 1년에 한 곡 치기도 쉽지 않은데 10곡 치면 동네사람들과 식구들 모아놓고 재롱잔치한다고 떠들어 놓았습니다만 한곡 겨우 치면 그 전 익힌 곡은 잊어버리고를 하다보니 허망한 약속이 될 듯합니다.

 

아~ 또 제가 누굽니까? 공부하는 인간 문탁출신이잖아요. 오랫동안 중국을 너머 세계를 떨게 했던 북방민족들, 역사의 대 전환기인 15세기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투르크민족 등을 기술한 중앙유라시아 세계사, 터키사, 아랍사. 몇 번이나 포기한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를 때때로 읽고 있어요. 이슬람세계에 대한 이해나 이 땅에 켜켜이 쌓인 삶의 지층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당시를 거니는 듯하여 혼자만의 쏠쏠한 기쁨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유라시아대륙을 천천히 거닐면서 사라져갔던 그들을 배우고 후손을 만나고 싶은 계획을 맘에 둬왔어요. 파파고가 있긴 한데 그래도 언어가 큰 문제인 것 같기도 해서 러시아어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도 하는데 영 읽기조차 어렵네요. 정 안되면 춤이라도 추면서 소통하는 방법도 있겠죠? 내 후년엔 상황보면서 길을 열어볼까 합니다만. 물론 동네사람들과의 술자리와 수다자리는 절대 제일 순위입니다. 가끔 생각이 달라서 마음에 상처도 있지만 덧나지 않을 만큼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가끔 소식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들 안녕하시길 빕니다.

 

‘22년 12월 바당올림

 

댓글 11
  • 2022-12-18 17:21

    안녕하세요. 바당님
    역시 공부는 쭉~~하고 있군요.
    나도 요즈음 불교 관련 책을 읽다보니
    중앙아시아쪽 역사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ㅎ
    소식들어서 반가웠어요.

  • 2022-12-18 20:16

    ㅋㅋㅋ 바당님. 요즘 이슬람 공부 하고 계시는 군요. 코로나 이후로 잘 못뵈어서 궁금했는데... 잘 지내시고 계신다니 반갑습니다. 샘 봄에 뵈어요

  • 2022-12-19 00:08

    진짜 바당샘 연극하던거 생각나네요. 정말 잘하셨는데..
    그런데 공부 열의가 끝이 없군요.
    언젠가 저 신문물을 찾으러 어딘가 가시겠네요?
    뭔가 같이 공부하는게 있고 싶네요 ㅎㅎ(자누리)

  • 2022-12-19 08:49

    와....바당샘이다..... 넘 뵙고 싶사옵나이다.
    언제 한번 오셔서 유라시아 공부한 것 좀 풀어놔주시와요~~~

  • 2022-12-19 11:15

    바당님^^ 여전히~~ 호기심어린 삶을 이어가시는군요^^ 일리치약국에 한 번 들르세요^^ 파지사유도 좀 바뀌었거든요~~~

  • 2022-12-19 11:58

    함께 공부했던 적은 없지만 함께 밥당번을 했던 추억으로 남은 바당선생님...
    새로운 앎의 여행을 가고 계신 모습이 추억 속의 바당쌤과 어울립니다^^
    여행담 들려주러 오실 거지요?

  • 2022-12-19 17:01

    바당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샘의 편안한 미소가 떠올라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 기쁘고 좋습니다.
    유라시아 공부, 저도 언젠가 해보고 싶은 유목민의 역사! 문명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 실크로드!
    그 길가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불교 유적과 이슬람 문명의 자취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멋지셔요!

  • 2022-12-20 13:54

    문탁출신 ㅋㅋㅋ
    바당샘 공부 엄청 좋아하시는구나~
    이슬람 유목민 유라시아 엄청 땡기네요 ㅎ
    빨리 나타나시라요~^^

  • 2022-12-20 15:23

    사진 속 포스트잇에 뭐가 적혀 있을까
    살짝 궁금해집니다ㅎㅎ
    저는 스쳐가며 얼굴을 뵈었었는데..
    이렇게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2-12-25 11:42

    루쉰 동학 바당쌤^^
    혼자서도 열공을 하시네요~ (어찌 이럴 수가)
    육개장 끓이던 국자들고 춤추고 노래하던
    귀여운 쌤^^ 보고싶어요~

  • 2022-12-26 12:53

    올해 사서학교를 하면서 이문서당 샘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내년에는 한 번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