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강독5-3] 후기 : 그 약은 왜 안 드셨을까

진달래
2026-03-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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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강자가 약을 보내자, 두 번 절하고 그것을 받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이 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감히 맛보지 못합니다.”

康子饋藥, 拜而受之. 曰 : “丘未達, 不敢嘗"(향당,11)

 

계강자는 공자가 주유를 끝나고 노나라에 돌아왔을 때 정권을 잡고 있던 대부이다. 

보통 윗사람이 내리는 선물은 그 받은 것을 맛보는 것이 예인데 계강자가 내린 약에 대해서 공자가 맛을 보지 않은 것을 두고 후대의 주석가들이 한 마디씩 했다. 

두 번 절하고 받아았다는 것은 계강자에 대한 공경을 드러낸 것이지만, 문제는 공자가 그걸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 공안국은 약을 보낸 연유를 알지 못해서 맛을 보지 못했다고 하였고, 당시 계강자가 보낸 약에 혹 독이라도 있을까 하여 공자가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자는 "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감히 맛보지 못한다"고 한 이유는 병을 삼가는 것이라고 주를 달았고 

여기에 다산은 약을 보낸 것이 호의이기 때문에 연유를 묻기 쉽지 않고, 약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맛보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다. 

 

다른 나라에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물을 때는 두 번 절하고 보내셨다.

問人於他邦, 再拜而送之.

 

그럼에도 앞 문장과 연결하여 보면 계강자와의 이 에피소드는 좀 뜬금없긴 하다.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을 때 두 번 절하였다고 한 것과 연결하여 그냥 선물을 받을 때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굳이 계강자가 약을 보낸 것을 들면서 두 번 절은 했지만 맛은 안 봤다는 걸 쓸 필요가 있었을까^^

 

어쩌면 이 장은 그냥 두 번 절했다는 데 방점을 두고 편집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례»를 읽다 보면 분류가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본다. 

'덮어 쓴다는 것'으로만 분류하여 항아리 뚜껑이랑 지붕이랑 같은 분류에 묶인다거나... 하는 

 

주자 주에 

"옛날에는 거마를 하사하면 그것을 타고 절하고 의복을 하사하면 그것을 입고 절하고 음식을 하사하면 그것을 맛보고 절하였다"

고 하였다는 데, 다산 주를 보면 거마와 의복에 대한 것은 «예기» ,<옥조에> 나와 있지만 음식에 대한 것은 <옥조>편에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주자가 향당의 아래 글에서 임금이 먹을 것을 하사하면 자리를 바르게 하여 먼저 맛보았다는 구절을 근거로 한 것 같다고 하였다. 

 

사실 공자가 노나라를 14년 동안 떠나 있어야 했던 이유는 계씨를 비롯한 삼환의 세력을 쳐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강자는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공자와 그 제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다시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오는 것을 승인했던 당사자였다. 이후 공자와 계강자의 사이가 나빴다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딱히 계강자가 공자에게 독이 든 약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논어»에 등장하는 계강자는 공자에게 여러 조언을 구한다. 

 

여전히 공자는 대부가 아닌 제후에게 힘을 보태어 주려고 했던 것 같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 여전히 애공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강자도 공자에게 정치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말년의 공자는 직접적으로 정치에 나서지 못했고, 계씨가 집권하고 있는 노나라 정세를 바꿀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없었다는 공자가 굳이 약에 대해서 알지 못해서 선물을 받긴 하지만 먹지는 않았다는 이 문장.

정말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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