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연장전, 철학학교 에세이데이

요요
2022-12-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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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차이와 반복> 에세이 데이를  마쳤습니다. 차반 세미나 회원 13명이 완전체로 서로의 실물을 영접한 것이 처음인 날이었습니다. 1년간 줌으로만 세미나를 하다 보니 오프라인 만남이 그동안 몇 번 없었거든요. 다 아시죠? 줌화면으로만 보다가 직접 만나면 연예인 만나는 것 비슷한 느낌 든다는 것! 세션 샘 처음 본 분도 있었고, 호수샘 처음 본 분도 있고, 토용샘 처음 만난 분도 있어서 만남부터 아주 신선했습니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세션샘, 아렘샘, 호수샘 발표가 있었는데요. 각각 주제와 형식을 달리하긴 했지만 <차이와 반복> 전반에 대한 리뷰 성격의 글이었어요. 이 때  도라지님, 토토로님과 스르륵님, 기린님이 깊은 한 숨을 쉬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래 사진의 세션님 자리는  고은으로, 다시 겸목으로 계속 바뀝니다.)

 

 

두번째 세션에서 가마솥님과 매실님이 발표했는데, 갤러리분들의 얼굴에 미소와 화색이 돌았습니다. 왜 처음에 이 분들 글을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원성을 들었지요. 가마솥님글은 들뢰즈의 시간의 종합과 어머니의 치매를 엮어서 쓴 글이어서 아주 호응이 좋았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은 다시 쓰셔서 보충하시면 좋겠다는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기도 했고요. 

 

 

세번째 세션은 요요, 인디언, 여울아의 발표였는데, 세 사람 모두 3장 사유의 이미지를 메인 테마로 글을 썼습니다. 문탁샘이 요요의 글을 미리 읽고 질문을 준비해 오셔서 방어적인 답변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어리석음에 대해 좀 더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문탁샘이 말한 <니체와 철학>에 나온다는 어리석음 부분은 꼭 읽어보려 합니다. 아무튼 세 사람이 비슷한 주제로 글을 써와서 갤러리 분들은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세 사람의 글을 읽는 동안 뭔가 차이 나는 반복이 일어났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봄날님, 진달래님, 정군님의 글을 발표했는데 정군님 글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가면서 에세이데이 분위기가 제법 핫했던 것 같습니다. 탁구를 가지고 차이와 반복에 대해 쓴 봄날님 글도, 문탁이 이념이냐는 문제를 제기한 진달래님 글도 갤러리의 호응이 좋았지요.

 

에세이 데이가 진행되는 동안 철학학교팀은 갤러리들로부터 원성인 듯  비웃음인 듯한 말을 계속 들었는데요. 에세이 발표하러 와서 왜 너네끼리 세미나를 하고 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랬습니다. 줌 세미나가 그대로 에세이데이로 옮겨온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차이와 반복>이 우리에게 다 읽었지만  다 읽지 않은 책, 다시 읽어야 할 책, 아직도 뜨거운 책, 사유의 파토스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누구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당혹에 빠지면서도 강렬하게 매혹된 책을 그렇게 쉽게 덮어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에세이를 썼지만 세미나에서 늘 토론거리였던 재현의 철학과 차이의 철학의 문제, 재현적 사유와 비재현적 사유의 문제, 들뢰즈의 존재론과 윤리학의 관계, 강도와 이념, 영원회귀와 반복, 들뢰즈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각자의 시각 차이 등등이 에세이데이 내내 어떤 강도로 우리 사이에  미완의 물음으로 떠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 분위기는 갤러리분들이 돌아간 뒤 이어진 뒤풀이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차이와 반복>을 읽으면서 어떻게 줄을 치는가, 어떤 포스트 잇을 사용하고, 어떤 색연필과 형광펜을 썼는가, 몇 개나 썼는가 등등 문구용품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고, 줌세미나에서 세미나 진행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세미나에 참여하기 전에 텍스트는 몇 번 이상 읽어야 하는가 등등의 주제에도 서로 핏대를 올리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대화에서 차이가 드러날수록 더 많은 웃음이 터지는 즐거운 뒷풀이였네요.(술은 무알콜 맥주 딱 두병이 전부였는데도 말입니다.) 

1년 동안의 세미나와 갈무리 에세이데이, 그리고 뒤풀이까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차이나는 반복을 만들어 온 우리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늘 서로를 자극하고 응원하는 공부 친구가 되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내년 철학학교는 우리가 아는 철학의 기원을 공부합니다. 17세기의 빛나는 별,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를 읽습니다. 이 세사람을 읽으면 우리는 아마도 근대 철학의 지도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그리고 채색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철학 공부하며 친구 되기!! 내년에도 더 많은 분과 철학책 같이 읽는 친구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ㅎㅎㅎ

신청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moontaknet.com/?page_id=167&mod=document&uid=37842

 

 

 

댓글 10
  • 2022-12-19 12:30

    날라리 세미나원은 에세이데이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제 오프로 모두 뵈니 줌이 아니라 대면세미나였다면 얼마나 더 재밌었을까 아쉬움이 남네요.
    이 멤버와 내년에 함께 공부를 못한다니 아쉽습니다. 인연은 또 언젠가 이어지겠지요.
    그리고 여러분~ 내년에 철학학교만 있는것이 아니라 철학사를 읽는 철학입문 세미나도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진 문탁2층에서 더 많은 분들을 더 자주 뵙고 싶네요^^

  • 2022-12-19 13:41

    매번 그렇지만 이번에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참 어려웠어요. 세션샘의 연달은 한숨, 요요샘이 에세이 읽기 전 나직하게 말씀하신 "쉽지 않았습니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특히 치열한 질문들을 끝까지 끌고 가신 선생님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잘 읽었고 그 과정을 함께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열 시간이 길었던 건가요? 뒷풀이 저~~~ 후반부는 정말..... 인생의 보물상자에 넣어두고 싶군요 ㅋㅋㅋㅋ

    아참, 중요한 인사를 빠뜨렸습니다. 그날 저희와 함께해주신 문탁샘, 기린샘, 도라지샘, 토토로샘, 스르륵샘, 고은샘, 겸목샘께 감사드려요. 언제나 재미나고 알찬 가마솥샘의 에세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어요...

  • 2022-12-19 15:35

    하하...저는 뒷풀이에 끼어 저녁도 얻어먹고,
    줄긋기, 형광펜, 포스트잇..등 (그밖에도 여러가지 앱이 소개되었지만 그건 이름이 하나도 기억 안나요) 문구 논의까지만 참여햇는데
    제가 가고 난 뒷풀이 후반부가 진짜 재밌었나봐요. 그 핏대를 봐야 했었는데 전 어제 너무 피곤하여 (몸이 안 좋은 상태로 참여하여 쌍화탕 세 잔에 뜨거운 물 거의 2리터를 마시며 버텼답니다. ㅋ) 중간에 나왔더니, 꿀잼을 놓쳤군요. 아쉽.ㅋ
    그래도, 어제 많이 배웠습니다. 고맙구요.
    이제 날아갈 것 같을테니 다들 좀 쉬세요. 호호호

  • 2022-12-19 16:07

    제가 도착했는데 갑자기 박수를 치시길래...뭐지? 글쿤, 벌써 다들 ㅋ취하셨군들..했는데 테이블 위엔 중국음식과 김밥만.. 흠 다들 중국음식 드시고도 취하시나 했는데ㅎㅎㅎ
    그 이후 암튼 정군샘 그 황당해 하던 표정, 오늘까지도 자꾸 생각나 혼자서도 계속 웃었더니 집에 사람들이 제가 셈나하다 너무 힘들어서 미친줄 알고 약먹으라네요 ㅋㅋㅋㅋㅋ, 웃겨

  • 2022-12-19 16:33

    마음 저 아래 한구석에서는 혹시 다시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당장은 처리해야 할 다른 마음이 우선입니다. 징글징글한 <차이와 반복>...일단은 버리는게 우선입니다. 그러니 다시 읽어도 그것은 당장은 아닐 것이고, 혹시나 다시 문탁에서 열리는 몇 년 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동안 안찾아볼 책이니 마지막 문장 하나 공유하고 보내려 합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모든 물방울(문탁 물방울 아님)들에 대해 단 하나의 똑같은 바다가 있다' 이 문장을 매실샘은 이렇게 번역하셨습니다. '우리 버섯이 되어 만나요'
    매실샘 말이 더 우아한 것 같네요...

  • 2022-12-19 21:35

    어제 뒷풀이가 그렇게 즐거웠던 것은, 저희가 그렇게 어려운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충실하게 에세이를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이 기세 그대로 내년 철학학교-철학입문까지 이어지길 원하옵니다만, 에세이에 썼던 것처럼, 개봉해보지 않고서는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아래의 것들이 어제 제가 말씀드린 그것들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하자면 텍스트서퍼(색연필)을 깎을 수 있는 연필깎이 정도가 있겠습니다... 말인즉 저는 공부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장비를 점검합니다. ㅎㅎㅎ 누군가에게 고백을 앞두고 있다면 최고급 꽹과리와 상고를 준비하세요.(ㅎㅎㅎㅎ))

    IMG_3205-1.jpeg

    • 2022-12-21 11:31

      뒤풀이가 끝나고 전 이 짤을 정군샘에게 바치고 싶었습니다. ㅎㅎㅎㅎ

      img.jpg

      • 2022-12-21 15:13

        이거 보고 다시 해봐도 infp.... 웃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2022-12-21 16:00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워갑니다.

  • 2022-12-21 11:27

    에세이 발표까지 세미나로 만들어버리는 책, 당혹스럽게 하는 책, <차이와 반복>이었어요.
    일년 동안, 안 그래도 '들멍(들뢰즈 멍때리기)'인데...... 낮엔 업무로 탈탈 털리다가 애 저녁밥 부랴부랴 먹이고 세미나 시간엔 아이의 괴성을 문 밖에서 들으면서 (반쯤 영혼이 탈출한 상태로) 참여해야했는데... 마지막 몇주의 오프라인 복습 세미나와 에세이데이에서 혼자 뒤늦게 안주름을 잡았습니다. ㅎㅎㅎㅎ

    내년엔 함께 공부하지 못하게 되어서 너무 아쉽지만 철학학교 게시판 눈팅해가면서 조용조용 밟아가겠습니다.

    <차이와 반복> 공부는...저에겐 '어렵고 지루하고 재미없지만...기쁜 것'이었습니다!
    국내엔 <부모로 산다는 것>으로 번역된 책의 원제인... ALL JOY, NO FUN 같은 것이랄까요...ㅎㅎㅎㅎㅎ 재미와 기쁨의 차이는 이 책에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