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사서학교] 에세이 발표 후기

진달래
2022-12-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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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랐습니다.   5명 발표하는 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2층  대강의실이 모처럼 꽉 찼습니다. 

1년 동안 사서(四書)를 다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했지만 어찌 어찌 보기는 다 봤습니다.

물론 <논어>, <맹자>를 읽었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이제 시작이려니 하고 생각해 봅니다. 

 

 

첫 번째 발표는 토토로샘과 혜림샘이 해 주셨습니다. 두  분은 <맹자>를 가지고 쓰셨습니다.

토토로샘은 '하필왈리'를 가지고 지금 공부하고 계신 환경문제와 함께 엮어 주셨습니다.  뚜버기샘이 여태까지 들었던 '하필왈리'에 대한 글 중에 가장 잘 이해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거기에 문탁샘이 환경문제를 이익과 윤리의 문제로 대결하는 건 너무 쉬워보인다. 오히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하필왈리'를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시면서  '하필왈리'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짚어 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토로샘이 이 문제를 앞으로 계속 가지고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답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혹은 너무 뻔한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요? 

혜림샘은 2학기부터 함께 공부를 하셔서 사실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너무 빨리 하기도 하고, 처음 문탁에 오시기도 하고, 동양고전도 처음 접하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감이당에서 정군샘과 들뢰즈를 읽으셨더라구요. - 하~ - 이번 에세이에는 '향원'에 대한 글을 써 오셨습니다. 글 뿐 아니라 더불어 들려 주신 이야기도 놀라웠는데. 앞으로  문탁에서 자주 뵈어요.^^ 

 

 

이 세 분은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셨네요. <중용>으로 글을 써 오셨습니다. 기린샘이 마무리에 "초학자가 부릴 수 있는 용기다. <중용>으로 글을 쓴다는 건. " 이라고 말씀 해 주셨는데 <중용>으로 글을 쓴다는 건 진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려 이 분들과 <중용>을 5주 읽었습니다. ㅎㅎ 제 생각에는 이 정도 쓰신 건 어디 다른 데 가서 과외 받으시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곰곰샘의 글 제목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죠. <중용곤득록> 17세기 조익이라는 분이 쓴 <중용> 해설서 제목입니다. 곰곰샘은 그만큼 <중용>이 어려웠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사실 중용의 중(中) 하나만 써도 어려운데 중용(中庸)을 다 정리하려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 정리를 한다는 건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에세이로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도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쓰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마음샘은 '수신'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정리를 하시면서 현재 요즘 아이들이 쓰고 있는 '갓생'이라는 말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질문해 주셨습니다. 겸목샘의 말에 의하면 '갓생'은 열심히 산다는 의미 외에 현재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 조롱하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수신과 갓생을 연결 시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그럼에도 마음샘이 올 한 해 공부를 하시면서 이전과 달리 고전공부의 현재적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라지샘은 성(誠)에 대해서 쓰셨습니다. 성실함의 아이콘인 도라지샘이 성실함에 대해서 쓰다니. 그런데 질문이 많았습니다.  성에 대한 주자의 주는 진실무망(眞實無妄)입니다. 진실되고 망령된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해석을 써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자연이  쉬지 않는 것과 같은 게 성(誠)이라면 인간은 그걸 하려고 하는 것 밖에 없다. 뭐 이런 식입니다. 

 

 

한 해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기획 세미나를 저 혼자 진행 해 본 게 처음이라 많이 떨리기도 했는데, 같이 공부하시는 샘들 덕에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올 해 공부는 가볍게 한다. 고전공부 맛보기'라를 타이틀에 맞추어 에세이 쓰기에 너무 힘을 들이지 말자고 했는데 막상 발표가 끝나고 나니 좀 더 잘 해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사서학교]에 여러분들이 신경을 써 주셔서겠지요?  옛날 이문서당 공부할 때 흉내를 내어 점심은 청요리를 조금 시켜서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

다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저 창 밖으로 하얗게 내리는 눈 보이시나요? 날도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같이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깜박 잊고 보여드리지 못 한 게 있는데. 일년동안 공부하신 샘들이 쓰신 필사 노트입니다. 매번 빠지는 분 없이 숙제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토토로샘, 개근상을 못 드렸네요^^

 

 

    

댓글 3
  • 2022-12-17 20:58

    아니 스승님.
    내일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시간이 없을텐데,
    이리 정성스런 후기를 올려주시다니요ㅜㅜ
    *
    제가 동양고전을 공부하게 될줄 정말 몰랐어요.
    동양고전과의 인연은 '공생자행성' 으로부터 만들어졌고,
    이제 공생자 행성(생태팀)뿐 아니라, 동양고전도 아주 특별해졌습니다.
    *
    진달래샘!
    일년동안 눈높이 맞줘서 설명해주고
    돌덩이 처럼 무건 책도 들고와 빌려주시고
    좌절하지 않게 격려 팍~팍~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그리고 같이 공부한 친구들.
    성실군단! 성실 부대! 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같이 공부해서 차암 좋았습니다~~~~

  • 2022-12-18 07:36

    에세이 들으러 못 가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는데.. 사진 보니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꽉 차서 에세이를 들었다니!!! 주고받은 이야기도 풍성했을 것 같습니다.
    아, 올려주신 에세이는 다 읽었고요. 혜림샘에게 급 친근감이 생겼습니다.ㅎ
    동양고전 읽기, 다시 붐을 일으키나요? 내년에 고전학교, 번성하세요~~

  • 2022-12-19 08:54

    어제 철학학교 에세이 발표 때
    진달래샘 팬클럽으로 출동한 토토로와 도라지를 보면서
    사서학교의 팀웍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 이날 여러분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동양고전공부로 빨리 복귀? 아니 재기? 하고 싶다는 열망이 막 생기더라구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