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문탁네트워크 워크샵 후기

우현
2022-11-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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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샵 다녀왔습니다! 매년 '길드다 워크샵'으로만 가던 평창을 '문탁 공부방 회원'이라는 이름으로 문탁 워크샵에 다녀왔네요. 얼떨결에 웤준위(워크샵 준비 위원회)까지 하게 되어서 부담이었습니만, 막상 가보니 프린트 해온 것 말고는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아 뻘줌했어요ㅎㅎ.. 음식 준비해주신 인디언샘, 도라지샘, 오며가며 운전해주신 스르륵샘, 가마솥샘, 봄날샘, 웤준위로 고생한 여울아.. 다들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노는 시간은 별로 없고 진득허니 앉아서 회의하는 게 일이라,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겠다 생각했는데,  진행을 맡아준 정군샘이 너무 잘해주셔서 회의도 꽤 즐거운 편이었어요ㅎㅎ 중간에는 회원들 끼리 책을 교환하는 이벤트도 있어서 아주 재밌었구요. 각자 책을 준비하고 제비를 뽑아서 책을 가져가는 게임이었는데, 자기가 갖고 싶은 책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제비를 뽑은 사람도 있었고, R(리뷰)이 당첨되어 책 리뷰를 써야하는 사람도 있었지요ㅎㅎ. 동은의 <지금 여기 힙합>(누구 책인지는 아시겠죠?ㅎ) 후기와 여울아의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후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또 정군샘이 디테일한 후기도 남겨주셔서 아래에 첨부해드릴게요. 저는 내년에 진행될 프로그램만 간단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우선 신규 프로그램 <읽고 쓰기 1234>가 생겼어요! 줄여서 '1234'라고 부르게 될 것 같은데, '12일, 3개월에 한번씩, 일년에 4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ㅎㅎ 동은이 지은 이름이에요. 각자 1년동안 읽을 (세미나 제외) 4권의 책을 정하고,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겁니다. 그리고 3개월에 한번씩 모여 1박2일동안 리뷰를 발표하는 것이지요. 문탁 회원들 간에 '세미나 외의 공부역량'을 강화하면서 서로 나누어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답니다. 공부를 늘려야한다는 정군과 요요, 1박2일이 싫은 건지 부담스러운 누군가를 대변하는 건지 감이 안잡히는 여울아의 요상한(?) 대립구도가 있었지만, 결국 이렇게 결정이 되었습니다.

 

1년짜리 기획 세미나인 <철학 학교>와 <불교 학교>, <사서 학교>(<고전 학교>라는 이름으로 이어 갑니다), <주역 세미나>는 내년에도 이어지구요, <철학 입문>과 <SF세미나>가 새로운 기획 세미나로 생겨날 예정입니다. 명식이 기획/진행하기로 예정된 <SF세미나>는 아직 자세한 얘기가 오고 가진 못했어요.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 기대됩니다.

 

비교적 짧은 시즌으로 구성되는 <불교 세미나>, <한나라 세미나> 등을 비롯한 강좌도 열릴 예정이니, 관심 가져주세요~ 아래는 정군샘의 후기입니다!

 

 

정군의 2022 워크샵 후기

과정들
먼저 준비과정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계획-문서들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저의 경우엔 초안부터 수정안까지 요요샘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작성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여론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까였다면, 이렇게 질러서, 그와 같이 결론이 나도록 하자' 같은 판단을 할 수도 있었고요. 덕분에 워크샵 당일의 논의과정을 비교적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워크샵에서도 잠깐 문제가 되었던 운영회원-공부방회원 간의 위상 문제였습니다. 이를테면 내년 계획이나 올해 평가 같은 주요 주제들이 운영회원 회의에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가는데, 공부방 회원은 별도의 소통 창구가 없을 경우 알기가 어렵고, 어쨌거나 '계획'을 세우는 데 그에 기반이 되는 back story가 '전해들은 이야기'에 기반하다보니 불필요한 추측을 좀 많이 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또 어떤 '당황스러움'이 몇몇 분들에게 일어나기도 했고요. 이 문제는 여전히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내년부터는 평가-계획을 생각하게 되는 8, 9월쯤부터 운영회의와는 별도로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회원을 포함하는 '평가-계획 회의'를 따로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거기서 진행 중인 이야기가 회원 전체에게 대략적으로라도 전파되도록 해야할 것 같고요. 요건 어떤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가지 저 개인적으로는 '쿵쾅쿵쾅 책 추첨' 이벤트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워크샵 준비 거의 막판에 '이거 너무 회의만 있는거 아닌가' 싶어서 대충 했는데요,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지요? 이게 진짜 재미있으려면 '꽝'에 해당하는 'R'을 뽑은 분들이 확실하게 벌칙을 수행하셔야 하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내년엔 이걸 좀 더 게임스럽게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리뷰 당첨되신 분들은 12월 티타임까지 각자 당첨된 책(여울아샘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동은샘 <지금 여기 힙합>)들 리뷰를 써 오시는 건가요?

문서들
평가와 계획을 문서화하는 건 준비부터 본회의까지 차근차근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쩐지 '글'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해의 활동을, 내년의 계획을 글로 표현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매년 워크샵은 각자의 '공부-에세이'가 풍성하게 넘쳐나는 장이 되면 좋겠다는 눈치 없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청년들
저는 이번 워크샵에서 '청년들' 문제가 가장 아쉬웠습니다. 당장 내년에 취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활동'을 어떻게 가져갈지 말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언제부터 어디에 어떻게 취업한다는 것도 분명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이 활동을 같이 하자'고 할 수도 없고 '취업 준비 잘 하자'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가 여러 세션들에서 내내 반복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저 나름대로는 의문이 남기는 했습니다. 요컨대 '취업을 하면 공부는 안 하는건가?'하는 의문이 그것이었습니다. 실제 계획대로 못하게 되더라도 계획은 세울 수 있는 걸텐데… 요컨대 이 문제는 욕망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점은 12월 티타임에서 <읽고-쓰기 1234> 개인 계획이 나오면 분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도 여전히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 문제는 다시 한번 미궁에 빠지게 될 듯 합니다. ㅎㅎㅎ

공부들
계획도 대체로 잘 나오고, 이야기도 즐겁게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약간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계획들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하는 부분이 좀 모호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 계획들 각각은 대체로 잘 짜여져 있지만, 도대체 우리가 공부를 왜 하는 것인지 그 부분에서 어떤 공통감각 같은 게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런 게 있을 것도 같은데 저의 경우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 게 없는 것일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공부하는 것 그 자체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딱히 그런 거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당황들
저는 사실 약간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워크샵'이라는 걸 가게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티타임' 시간에 '워크샵' 이야기가 나올 때, 속으로는 '잉? 워크샵? 응?' 하며 당황하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사실 워크샵이 있고, 거기에 간다는 걸 알게된 다음에도 '굳이 워크샵까지 가서 이야기를 해야할 그런 게 그렇게까지 많은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첫번째 당황이었습니다. '뭐? 그럼 두번째 당황도 있다는 거야?' 하실텐데, 무려 네번째 당황까지 있습니다. 두번째 당황은, '너 진행자'라는 웍준위 샘들의 통보(!) 때문이었습니다. '저 여기 온지 다섯달 밖에 안 되었는데요?'라는 반문이 절로 나왔지만, 제가 어떻게 여장군님을 이기겠어요. 그냥 여느 행사 사회 마냥 보면 되겠지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네, 그래요. 그러자구요' 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번째 당황은, 막상 워크샵에서 '진행자'가 뭐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뭐랄까요… 스위치만 누르면 되었달까요? '다음은 000로 넘어가겠습니다'하면 그 다음엔 다들 좔좔좔(제안-호소-반항-절규-가까스로 수용) 넘어가더라고요. 그러고 나면 뭐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000으로 넘어가겠습니다'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는 돌아오는 동안 느꼈는데요. '굳이 워크샵까지'라고 생각하며 출발했는데 돌아올 때는 '가길 잘했다. 또 가고 싶네'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역시 모든 일은 계획을 세울 때까지만 즐겁다…라는 걸까요 ㅎㅎㅎ

음식들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평창에서 입에 들어온 모든 것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하는 용도로 나눠 쓰는 게 아까울 정도였답니다.

마무리
‘워크샵이 대단히 생산적이었나 봐요’라는 문탁샘의 물음에 사실은 ‘이번에도 정말 좋았지만, 진짜는 내년 워크샵일지도 모릅니다’라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고작 5개월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고, 여전히 저의 삶은 큰 호弧를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내년엔 또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겠죠. 문탁 안에서 전진하는 2023년 되기를 바랍니다. 얍.

 

댓글 2
  • 2022-11-22 22:49

    뭔가 사진이... 멋쟁이 가마솥을 위해 다들 들러리선 격인데요.. 가마솥님이 사진 구도를 저리 잡았는데, 뒷편 하늘과 산이 저리도 아름다운 줄 몰랐네요. ㅎㅎ

  • 2022-11-29 15:27

    왜 공부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정군이 말한 것에 동의합니다. 공부하는 것 자체로 그 의미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공부 사이 공통감각이 부재하는 건 아닌가라는 정군의 의견에도 동의합니다.
    오랜만에 워크샵 후기,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