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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에 서다.

2023-05-01 00:26
445

 

 

'천사 말고 전사'

지난 4월 21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에 다녀왔어요.

장애 운동 활동가, 이규식님이 쓴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를 읽고 후기를 쓰고 싶어서 이렇게 많이 늦었습니다. ㅠㅠ

 

 

-우리는 장애인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고 투쟁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장애인의 날' 대신에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p225

 

올해로 21주년이 되는 이번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은 4월 20일 부터 21일 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삼각지역과 서울시청을 일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상황을 조율해 4월 21일 아침 8시 지하철 행동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어요. 당일 아침, 일단 시청역에 8시까지. 출발지에 따라 여러 팀이 움직여 시간차를 두고 도착지에 모였지만, 막상 시청역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우리는 단체에 연락을 취하며(그 분들도 계속 이동하고 계셨던 거였죠) 계속 무-브 무브~ 지상으로 올라와 시위 무리를 찾았어요. 전장연 시위대를 찾는 것 보다는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경찰들을 찾는 게 더 쉬웠어요. 시위 인원 보다 경찰 인원이 절대적으로 더 많았거든요. 멋지게 아침 조깅을 하는 외국인들을 지나치며 우리도 남대문시장 쪽으로 달렸어요. 뚜버기샘의 데모력이 폭발하는 순간이였죠!! 전력질주로 순식간에 시위대에 합류!! 회현역을 내려가면서 경찰과 시위대는 서로 엉키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역안으로 진입했어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2017~2021)]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저상버스 목표 도입률은 42%였으나, 실제 도입률은 27.8%밖에 안된다. 2016년도 까지의 저상버스 실제 도입률이 22.3%였던 걸 생각하면, 5년간 고작 5.5% 늘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 4차 계획인 2026년 까지의 목표 도입률은 62%이다. 지금까지 목표 도입률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꼭 달성하길 희망한다.- 이규식의 세상속으로 p97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는 활동가분들은 이동 시간이 걸려서 한두 분 씩 계속 내려 오시고, 나머지 활동가분들과 연대팀들이 연대 발언을 이어갔어요. 그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지지합니다> 라고 적힌 푸른 현수막을 펼쳐든 우리를 많이들 궁금해 하셨어요. 전장연 활동가분의 강력한 권유로^^ 뚜버기샘이 문탁을 대표하는 연대발언을 열고  느티샘이 마무리 발언까지 해주셨어요!! 두 분의 용기와 당당함이 얼마나 멋있었는지요~~~지나가는 시민들이( 부정적인 표정을 한) 우리 쪽으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머리속에서 무시무시한 상상이 펼쳐졌지만,  두 분을 보며 용기를 냈어요. 현수막을 나눠들며 목소리를 높이는 친구들의 모습과 여러 연대팀들의 씩씩한 모습을 보면서 에너지가 올라왔어요. 

 

한편, 지하철 문앞을 지키는 경찰들과  똮~ 마주보며 휠체어를 탄 활동가의 뒤를 지키고 있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연대발언보다 더 큰 소리를 내고자 하는 지하철 공무원들의 확성기 소리와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내하는(이라기 보다는 전장연투쟁을  불편으로 몰아가는) 방송까지 , 역내는 온갖 소리로 가득하고. 대치하는 눈빛들속에 서로를 원망하는 무언의 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어요. 도대체 우리는 서로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걸까요? 다같이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자는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걸까요?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권리들이 왜 매번 배제되고 순위밖으로 밀려나는 건가요?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입은 항상 누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거죠???

 

-10대까지 나는 그저 고쳐져야 할 존재였다.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시설에서 20대를 보냈다. 산속 외진 곳에서 장애인끼리만 모여 살았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였다. 서른을 앞 둔 즈음에야 나는 비로소 세상에 나와 운명의 노들야학을 만났다. 그때만 해도 내가 장애 인권 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되어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몸을 탓하거나  신세 한탄은 하지 않았다. 원래 이 몸으로 태어났으니 내 몸에 맞게 살아야 한다, 주어진 몸으로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데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래야 뭐라도 나한테 남을 테니까. 그러자면 내 몸이 아니라 세상을 내 몸에 맞게 바꿔야 했다. 비장애인은 타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나는 왜 못 타나. 살아 있는 동안 빨리 나도 타보자. 어떻게 싸우면 효과적일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싸움의 목표가  분명하니 밀어 붙이는 힘도 강해졌다. 판을 펼치면 사람들이 나를 믿고 따라 주고 그 결실로 조금이나마 변화를 얻어 내니 싸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느덧 50대 중반이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죽으러 나갔던 10대의 이규식과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내 장례식을 부탁할 벗을 비롯해 알고 지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생각도 조금은 커졌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도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나는 천사가 아니라 전사가 되었다.- 이규식의 세상속으로 p281

 

천사가 아니라 전사가 되어야 할까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해러웨이의 말도 떠올랐어요.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낮설지만 결코 나와 완전히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나 역시 살기 위해 고쳐지고 길들여 져야 했던 존재고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고 버거워요. 그런데, '주어진 몸으로 뭘하면 좋을지 생각하는데 집중하자"는 그의 살아 있는 언어들이 나의 잠자고 있는 생각들을 마구 깨우네요.. 세상을 바꾸기 위한 그의 다짐, 그 뚜렷한 목표와 추진력이 이 땅의 장애운동을 '지금'으로 이끌어 온 거예요. 앞으로의 공부와 실천은 어떤 모습 이여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어요.

이규식활동가는 연대를 통해 더 많은 중요한 의제들을 알아가게 되었다고 해요. 성 소수자의 권리, 동물권 , 기후 운동에서 노동 운동까지 모든 것이 서로 긴밀히 작용하고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고 해요. 한참 앞에 무너진 벽돌 하나가 결국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고요….

4월에 우리는 기후정의파업과 전장연투쟁을 함께 했어요. 각각 그날의 목소리와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연대의 어깨를 맞댈 때마다 우리의 세계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조금씩 감각할 수 있었어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면, 친구의 손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같이 열차를 탈 수 있겠지요?

 

 

 

 

 

 

댓글 10
  • 2023-05-01 11:27

    정성 가득한 후기 감사해요.
    그 날 집회 후 지상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달팽이에게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왔는데
    "정말 아름답지?"였어요
    전장연을 알고 생각도 많이 정리되고 바뀐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런 점에서는 전사+천사이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기후파업 무사 후기에 이어서 참의 후기..
    무슨 후기들을 에세이 쓰듯 쓰니,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ㅎㅎ
    사진 후기도 좋고, 에세이 후기도 좋고, 후기란게 참 좋군요~~

  • 2023-05-01 11:56

    정성스런 후기 고마워요.
    새벽부터 나가면서 나름 비장한 마음을 품었었는데, 시위현장에 가니 정신없었어요.(저는 어리버리 초짜 참가자.....)

    야만, 비정, 과장된 경찰방어.
    (그동안 쉽게 볼수 없었던) 다수의 장애인들.
    그들의 외침.
    그런 것들을 지켜본 것 만으로도 제게는 큰 공부였어요.
    (발언까지 나선 뚜버기샘, 느티샘. 그 용기에 박수 보냅니다,)

  • 2023-05-01 16:02

    참님의 후기를 통해 다시 만나는 그날의 이야기,
    하루로 끝나지 않고 나날의 삶 속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여서 더 좋네요.

  • 2023-05-01 16:55

    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었는데...도대체 왜 후기가 안 올라오는거야? ㅋㅋ
    그런데 이런 후기를 만나려고 그런 것 같네요.
    참님, 잘 읽었습니다.

  • 2023-05-01 17:23

    요즘 올라온 후기들이 다 훌륭해서 후기 쓰기가 겁나는군요.
    (댓글이나 잘 달아야지. 결심!)

    새벽부터 지하철 타고 나가서 참여한 전장연 집회.
    좀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물방울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좋았습니다.

  • 2023-05-01 21:28

    에너지 올라온 참님 목소리 쩌렁쩌렁 울렸어요
    덕분에 저도 에너지 만땅
    휠체어 활동가들의 현란한 휠체어 운전 가까이서 보니
    너무나 부드럽게 좁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이동하셔서 그 능력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이런 분들을 시설에서만 생활하게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했네요

  • 2023-05-01 21:33

    요즘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에서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읽고 있습니다. 거리의 정치에 저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만 먹고있었는데 후기라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참님 감사합니다~! 다녀오신 분들 감사합니다~!

  • 2023-05-01 21:42

    저는 이런 많은 분들 덕분에 조금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쫌 행복해요

  • 2023-05-01 22:24

    길에서 보낸 2주...
    분노와 기쁨이 교차하던 시간들이었네요.
    그리고 새로운 동지애를 느꼈던 시간들이었구요. ㅎㅎ
    어찌됐든....우리, 너무 멋져요~~~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뿜뿜~
    여기에 참샘 후기는 왕 최고!!! ㅋ~

  • 2023-05-01 22:55

    👏👏👏👏👏
    그날이 다시 떠오르네요..
    연대하며 함께 살아가기, 우리 계속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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