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기금 : 441-910008-41705 (하나은행) 정성미
문탁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공부와 자립을 위한 복주머니입니다. 청년들의 활동과 장학금 그리고 기본소득을 지원합니다.

연대기금 : 352-0621-1403-73 (농협) 권성희

세상을 좋은 쪽으로 움직이려는 외부활동을 지원하고 동참하는 일에 쓰입니다. 새로운 연대활동 제안과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414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지구한계 안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뚜버기
2023-04-11 15:53
403

  세종시에서 열리는 기후정의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저번 자누리선생님 글에서도 나왔지만 파업조직위의 대정부 요구안이 처음에는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철회 요구가 기후운동의 후퇴지키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3월 9일에 이를 두고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귀가 얇아서일까. 쟁점 토론 영상을 보면서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는 것 같아 생각이 오락가락 했다.

 

 

 

  지난 겨울 많은 서민가정에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 서울시 역시 교통요금 인상을 예고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하반기로 미룬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코로나 등을 이유로 공기업의 재정적자가 심해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논리다. 우리에게 교통이나 전기는 물이나 공기와 거의 동급이다.  산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한 전기와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한마디로 필수재인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시민 누구나 필수재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런 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그지 업다. 그저 시장경제적 접근법에 따라 국가와 공공부문에 대해 균형 재정을 강조하고 앞으로 닥칠 기후생태 위기의 여러운 문제들을 시장에 떠넘겨 불평등 문제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속셈만 보일 뿐이다. 파업조직위 측도 이런 정부의 태도를 이슈화하고자 요구사항 첫번째를 공공요금 인상철회로 내세운 듯 하다.

 

 

  하지만 기후생태경제학자 김병권씨는 “공공성이 보장되면 자동으로 생태적 한계가 보장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후위기 파업이라면 “필수재나 공적 인프라의 생태적 성격,기후 위기와의 관련성이 무엇인지 문제를 제일 먼저 확실하게 물어봐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평등과 생태위기는 서로를 악화시키면서 함께 심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불평등이 해소되면 자동적으로 생태위기가 완화되는 것도 아니고 생태위기 완화가 자동적으로 불평등 해소를 낳지도 않는다”(쟁점토론회 자료집, 김병권 발제문 중)고 말한다.

  나 역시 불평등에 방점을 둔 논지들은 대체로 생태한계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구 시스템은 타고난 복원력을 가지고 있어서 왠만한 부담이 주어져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지구가 마냥, 한없이 품어주지는 않는다. 일정 이상의 부담이 주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Tipping point)에 이르게 되고,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는 더이상 지금의 모습이 아니게 된다. 인류가 살아가기엔 매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생태 한계 안에서 모두의 삶이 피어날 수 있도록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병권씨의 문제제기는 그것에 대한 환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토론회를 보고 있자니 마치 불평등과 생태위기가 양끝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절대로 힘겨루기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싸울 때 더 시너지 효과가 나는 싸움이고 함께 고민할 때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을수록 풍요롭다>>(2020)의 저자 제이슨 히켈에 따르면 “불평등 줄이기는 생태적 압력을 줄이는 강력한 방법이다.” 불평등이 줄어들면 부유층의 사치성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경쟁적 소비도 감소시킨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생산도 멈출 수 있다.

  물론 이 두가지는 저절로 함께 달성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제품들은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며, 의도적으로 낭비를 조장화는 상품화와 광고에는 제한을 걸어야 된다. 교통, 주거, 의료, 교육 등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은 탈상품화해야 하며 공유의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토지와 주거가 탈상품화되면 지금처럼 턱없이 높은 집세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들여 노동을 하고 돈벌이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냐고? 지금 있는 부를 나누기만 해도 충분하다. 옥스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더믹 기간 중 세계 인구의 99%는 소득이 줄었지만 세계 10대 부자들의 자산은 오히려 두 배로 늘어났다. 그들이 이 기간 중에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대해 일회성 세금을 부여하는 것으로만도 80개가 넘는 국가에 보편적인 의료 및 사회적 보호 서비스, 기후 적응 및 젠더 기반 폭력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다.

  불필요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산업부분을 축소하는 대신 누구든지 원한다면 생활임금을 받고 돌봄, 필수공공서비스, 재생에너지 기반시설 건설, 로컬 푸드 재배, 생태계 복원처럼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노동 영역도 재편되어야 한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히켈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 복지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물질 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즉 지구 한계 안에서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토론회의 갑론을박 끝에 기후정의파업 대정부요구는 2대방향과 6대 핵심요구로 정리되었다. 단순히 요금을 낮추라는 요구 대신 "시민들의 필수적 에노지를 탈상품화해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으로 일보 전진했다고 느껴졌다. 이를 시작으로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허물고 지구한계 내에서 공통의 풍요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더욱 풍성한 논의들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문제가 제기되고  발제문들이 자료집으로 정리되어 나오고 토론과정이 유튜브로 중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돈벌이를 멈추고 <414 기후정의 파업>에 꼭 참가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가서 나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높이 들고 힘차게 걸어볼 생각이다.

 

댓글 5
  • 2023-04-12 17:40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다는 긍정마인드 뚜버기샘과 근심,걱정,의심 삼종세트 소유자 토토로.
    조합이 좋네요ㅋㅋ
    같이 가서 힘차게 걸어봐요^^

  • 2023-04-12 22:22

    자본주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울타리쳐져 사유화된 경계를 허물고 공통의 부를 풍요롭게 누리는 사회~~~
    자꾸 말하다보면 가능해질까요
    안되면 어때요
    기후정의파업 시위 신나게 다녀오면 그걸로 공통의 부를 조금 늘리는거죠
    함께 가실 분 4/14 오전 10시 파지사유 앞으로 오셔요~~

  • 2023-04-13 08:15

    지구 한계안에서 다같이 풍요롭게 안전하게~~
    거저 얻어지는 건 없는거 같아요.
    불안한 마음안고 뭐라도 해봅니다!!

  • 2023-04-13 11:39

    삽화로 들어간 그림들이 넘 좋네요! 이런 그림들이 그려지는 세상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까? 짬짬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글 잘 읽었어요

  • 2023-04-13 15:51

    지금의 시스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함께 살기위해 멈춰!
    4.14 기후파업 잘 다녀오세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78
N 탈탈통신(6호) - 이보나님께 쌍화탕 한 재 보내드려야~ (8)
두루미 | 2024.03.28 | 조회 69
두루미 2024.03.28 69
277
일본어 세미나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뚜버기 | 2024.03.27 | 조회 12
뚜버기 2024.03.27 12
276
영화인문학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띠우 | 2024.03.26 | 조회 31
띠우 2024.03.26 31
275
탈탈통신(5호) 오늘은 진행표 검토하는 날 (5)
곰곰 | 2024.03.26 | 조회 111
곰곰 2024.03.26 111
274
탈탈통신(4호)- 사연 대방출, 게릴라 세미나 1차 했어요~~! (8)
라겸 | 2024.03.23 | 조회 143
라겸 2024.03.23 143
273
탈탈통신(3호)-외향 두루미의 활갯짓, 그리고 내향인 세명의 책임감 (8)
토토로 | 2024.03.21 | 조회 137
토토로 2024.03.21 137
272
탈탈통신(2호)- 게릴라 세미나에 함께 해주세요~ (7)
두루미 | 2024.03.18 | 조회 192
두루미 2024.03.18 192
271
탈탈통신(1호) - 두루미는 어쩌다 날아가지 못했나. (5)
두루미 | 2024.03.14 | 조회 151
두루미 2024.03.14 151
270
4월 6일(토), 탈탈낭독회가 있습니다!! (1)
두루미 | 2024.03.13 | 조회 384
두루미 2024.03.13 384
269
고전학교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진달래 | 2024.03.11 | 조회 44
진달래 2024.03.11 44
268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느티나무 | 2024.03.11 | 조회 49
느티나무 2024.03.11 49
267
[경사로 통신2]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파지사유 경사로' (5)
관리쟈 | 2024.03.11 | 조회 221
관리쟈 2024.03.11 22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