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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저는 걱정이 많은 참가자입니다.

토토로
2023-04-07 02:41
274

문탁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이었다.  제목만 봐도 답은 분명했고, 내용은 쉽게 쓰여 진 편이라 잘 읽혔다. 줄곧 성장담론만 알고 살아 온 나의 상식을 깨는 책이라 신선했는데, 막상 책을 덮고 나니 성장을 멈춘 사회에 대한 확신이나 구체적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채로 그 책은 잊혀졌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현재 나는 3년째 에코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불평등에 대해 어떤 탈출구라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세미나에선 ‘탈성장(脫成長, Degrowth)’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한계, 특히 생태·기후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탈성장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비록 속도는 둔화되었지만 어쨌든 나는 꾸준히 성장하는 경제 아래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침체(Depression)와 탈성장(Degrowth)이 다소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들려오는 '마이너스 성장'이 어쩌면 탈성장으로 가는 흑색 버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담 이 정도의 침체로도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이 상태가 고착화되면 그 고통은 얼마나 클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큰 걱정거리가 또 있었으니, 성장이 없으면 남편은 실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랜트 사업본부에서 일하는 남편의 자리는 안 그래도 매달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애들은? 이제 이십대 초중반이 된 두 아들은 원해서든, 혹 원치 않았더라도 성장을 기반으로 둔 경제 모델에 맞춰 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애들이 마주 할 험난한 구직의 길을 생각하면 마음은 마냥 무거워진다.

 

무거운 마음을 품은 채 지금 나는 에코프로젝트2에서 탈성장을 심화과정으로 공부하고 있다. 내가 헷갈려했던 Depression과 Degrowth는 어떻게 다른지, 탈성장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지, 어떤 모습인지, 탈성장 사회로 전환될 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 가능 한지 등등을 알아가고 있다. 아직 걱정이 깨끗하게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그런데 공부하는 책마다 한 결 같이 말하는 바가 있다. 탈성장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재와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집과 차, 양육과 교육, 돌봄과 의료.  때론 과시와 탐닉을 위한 끊임없는 노동과 막대한 소비.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공공재, 공공의 풍요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공동체가 살아나 각자도생의 가혹함을 덜어줘야 하고,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까지 모두를 돌봐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필수노동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럴 때 골고루 번영과 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걱정스럽게도 탈성장과는 자꾸 거리가 멀어져 가고만 있다.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이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주의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냉소적인 면이 다소 있는 편이라 그런지,  책에서 말하는 대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통해 탈성장 사회로 갈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지는 않는다. 촘촘한 문제를 두고 얼마나 험난한 싸움이 벌어질까, 결국 안 될지도 몰라 라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크다. 그러나 걱정은 걱정대로 하고, 또 할 일은 할 일대로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홍보와 제안 하나 하려한다.

 

 

 

 

4월 14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에서 ‘기후정의파업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에코프로젝트2에서는 그 날 친구들을 모아 세종시에 가기로 했다. 탈성장과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서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어서이다. 이대로 가다간 끝장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이다.

관심이 있지만 사정상 함께 가지 못하는 문탁의 친구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그 날 하루, 무언가를, 진지하게 멈춰주세요. 

 

 

 

 

최근에 문득 떠오른 글귀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고향> 중에서

댓글 9
  • 2023-04-07 07:41

    토토로님, 우리 문탁에 와서 맨 처음 읽은 책이 같아요~
    저는 일본어강독에서 읽긴 했지만ㅋㅋ
    그리고 지금 또 같은 책을 읽고 있네요!!
    14일엔 세종시도 같이 가고~ 좋아좋아!!!!

  • 2023-04-07 08:22

    단호박보다 주저주저하고 걱정도 많고 회의도 들고....그게 더 이런 현실에선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비틀비틀 한걸음씩...같이 내딛어보는거죠, 뭐...ㅠ

    그러나저러나 여기서 루쉰을 보니, 몹시 좋군요^^

  • 2023-04-07 09:35

    비틀거리며 함께 간다!

    4ㆍ14 세종시까지 가는 걸음이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욱 좋네요 ㅋㅋ

  • 2023-04-07 11:45

    저도 걱정이 많은, 그런데 함께 하지 못하는 일인이네요. 며칠 뭘 멈출까 고민해봤어요. 먹고사니즘도 멈춰야 할 거 같고 온라인 장보기도 멈춰야 할 거 같고... 그런데 토토로님의 글을 읽고 나니 가장 멈춰야 할 게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의심과 회의인 거 같네요.
    함께 살기 위해 일상을 멈추는 용기있는 친구들, 자랑스럽네요. 응원합니다.

  • 2023-04-07 14:13

    저도 막연히 탈성장이 경기침체와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성장...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토토로쌤이 쓴 것처럼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은 자본주의의 경기침체랑은 완전히 다르더군요.
    탈성장은 공공재를 탄탄히 함으로써 필수적인 것은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인 거죠.
    저는 이런 제도를 만들자는 데 내 목소리를 더 해보고 싶어 이번 기후파업에 동참하러 갑니다!!

  • 2023-04-07 16:31

    마음을 열고 걱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토토로님, 좀 멋진듯!!^^

  • 2023-04-07 22:54

    앗, 저도 문탁에서 처음 세미나 할 때 <경제성장.. 풍요롭지... 못한가> 였는데 말이죠.
    정말 깜짝 놀랐던 책이었는데... 토토로샘과 또하나 공통점 발견! ㅋ

    냉소적 회의적이라 했지만, 그럼에도 할 일을 하겠다는 그 마음, 좀 멋진듯, too!!
    함께라 든든합니다~

  • 2023-04-08 18:29

    토토로님이 함께 하는 ‘진지’에서
    길을 내어 가고 싶네요.

  • 2023-04-10 16:39

    4/14 진지하게 무언가를 멈출 친구들의 모습
    기대가 되네요
    인증샷 톡방에서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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