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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①]내가 생각하는 기후위기(곰도리)

곰도리
2022-09-01 18:07
563

내가 생각하는 기후위기

 

무서운 놈이 온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무성했습니다. 큰 괴물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만들었다고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누구 말이 옳은지 몰라서 한 동안 싸우다가, 최근에는 인간이 만든 것이 확실하다고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본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올거라고 했습니다. ‘언젠가가 언제인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발표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온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작년에는 생각보다 더 크고 무서운 녀석이 확실하게 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온다고 했습니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더 많이 먹을 것을 찾고, 더 편히 쉴 곳을 찾느라.... 뮛보다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무서운 놈은 얼굴이 없습니다. 나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만났다고 뉴스에서 듣기는 했습니다. 물에 잠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위 먹고 쓰러진 노동자들이, 반지하 방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말라가는 초원에 살고 있는 풀과 짐승들이, 극지방에서 녹고 있는 얼음이, 불타는 숲에서 죽어가는 나무와 동물들이, 바다에서 죽어가는 산호가, 점점 느리고 얕게 흐르는 바다가 괴물을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심각한 것 같아서, 뉴스를 보다가 태양광, 전기자동차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바쁘니까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무서운 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 놈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나에게 더 가까이 온 것 같지만, 다행이 내 앞에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바쁘니까 ...... ‘다음에 생각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이제 10살을 조금 넘긴 두 아이의 엄마로, 고등학교에서 과학(생물)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하는 시간이 몇 년 동안 계속된 적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상이 당연할 수 없는 순간,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서, 이런 세상을 만들어서, 이런 세상을 만들고도 아이를 낳아서.

코로나 상황과 기후위기도 미세먼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 다른 직종, 다른 세대, 다른 나라 그리고 다른 생물 종을 지속적으로, 필요 이상 착취하는 나의 삶의 방식을 계속하는 한 이러한 문제가 얼굴만 바꿔서 다양한 이름으로 나타날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개인적인 실천을 위해서 채식도 해 보고, 태양광을 설치해서 집안 사용 전기를 해결하고, 소비도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매주 플라스틱이 가득 담긴 쓰레기를 버리고, 분주하게 퇴근해서 포장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고, 건조기와 식기세척기가 있으면 일상이 편하다는 유혹에 귀를 기울이면, 이내 갈등과 번민이 올라옵니다. 아는 것과 내가 사는 방식 사이에 간극이 크게 느껴지면 마음이 괴롭고, 힘이 들기도 합니다. 무거운 마음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사부작 사부작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해야겠지요?

 

작년부터 고2·3학년 학생들과 ‘융합과학+미래주제연구’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지리, 지구과학, 생물 교사가 모여서 기후위기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공부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개인적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적인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교육과 관련한 질의서도 보내고, 지역사회의 연대를 위해서 커뮤니티 제안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공간을 살피고, 계산해서 제안서를 작성했습니다. 형식적인 제안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문제 당사자와 인터뷰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봅니다. 뚜렷한 답이 있지는 않지만,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거대한 괴물에게 무력하게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다음 세대들과 교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큰 함성을 위해서 9월 24일 학생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뵙겠습니다!!!

                                                                  

댓글 6
  • 2022-09-01 21:48

    그 괴물이 내 안에 있기도 하네요. 

    두렵고, 안보고, 도망가고 싶지만, 

    용기내어 마주 보며,

    안과 밖의 그 괴물과  맞짱 뜰 때가 왔나봅니다.

    풍문으로만 접한 ‘곰도리 선생님’의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고맙습니다.

     

     

  • 2022-09-01 22:04

    사회의 변화가 중요하단말에 공감이 가네요. 글 주셔서, 여러 실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9-01 23:09

    ”기후위기” 뚜렷한 답은 없지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 찾아 사부작사부작 하기,,

    저도 사부작사부작 해보겠습니다.

  • 2022-09-02 08:51

    아, 죽비가 따로 없군요.

    뭐가 중한디?  곰도리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 2022-09-02 09:11

    이번 물난리로 그 괴물이 무서워서 잔뜩 겁을 먹었는데 또 잊고 다시…. 그래도 사부작 사부작 해보아야겠어요! 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2-09-02 11:06

    세상이 너무 빠르고 편하게 많은 것을 소비하는것이 당연한 분위기로 만들어져 있고  그 이후의 문제들은 안보이게 잘 덮어 두어서,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것 같어요. 구조적인 문제가 크지만.. 개인으로서 해야할 일들도 사부작사부작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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