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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연극 합평회에 다녀왔어요

겸목
2022-04-25 19:42
350

 

  4월 23일 토요일 오후 그믐과 겸목이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청계천이 새롭게 조성되며 전태일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는 소식을 듣기는 들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다녀온 적은 없었어요. 이번에 <전태일연극 합평회>가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도착하니 4시에 있을 합평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그믐과 겸목은 전시실을 살펴보았는데요, <전태일평전>을 살뜰히 옮겨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책으로 읽던 장면이 실물로 다가오니 그 느낌이 새롭더군요. 원단회사에서 일했던 그믐은 원단샘플만 뒤적여도 먼지가 풀풀 나는데, 당시 봉제공장의 구조를 재현해온 전시물 앞에서 속상해했습니다. 이렇게 좁고, 낮고, 환기구도 없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건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부인할 수 없어서요. 

 

  전태일이 바보회 친구들과 돌렸던 설문지에도 봉제공장 노동자들에게 근속기간과 질병의 유무를 묻는 문항이 있었는데, 모두 아프더군요. 설문지에서 며칠을 쉬고 싶은가라는 문항에 '일요일에는 쉬고 싶다'는 답변이 체크되어 있는 것을 보니, 콧끝이 찡해졌어요. 주5일제 주 52시간 근무제 하루 8시간 노동과 같은 노동자 보호장치들이 50년에 걸친 싸움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드니, 이런 규제들을 풀어가자는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 떠올라 참담해졌습니다. 전시관에는 전태일이 꿈꾸었던 대안업체에 대한 구상들도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어요.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범업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노트에 그것에 관한 구상을 적었습니다. 노동자의 임금, 기숙사, 교육시설 등에 대한 구상을 읽고 있으니, 이게 왜 안 될까??? 라는 물음표가 마구 던져졌습니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행사장으로 내려와 오랜만에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장소익, 임은혜샘과 풍경샘, 세빈이와 반가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합평회에서는 연극평론가도 두 분이나 오시고, 전태일 창작판소리를 만드신 임진택 명창, 송경동 시인, 그리고  배우와 스텝들이 모여 2020~2021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된 전태일연극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에 대한 발제와 개인적인 소회들을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변수 가운데서도 참여형 연극으로 2020년에는 20회, 2021년에는 17회 전국 순회공연을 올린 전태일연극팀의 노고에 모두 찬사를 보냈습니다. 참여형 연극이라고 하면 생소할 수 있는데, 연극을 올리기 위한 제작비 마련부터 시작해서 공연의 유치 또한 지역의 단체와 주민이 준비하고, 연극의 배우가 되기도 하는 새로운 형식입니다. 연극의 제의적 기능과 공동체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무닭움직임 연구소의 의지가 담긴 기획이기도 하지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었던 지난 2~3년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참여형 연극'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다 어려운 일인가 새삼 놀라게 됩니다. 합평회에는 이런 긍정적 측면뿐 아니라 연극에서 수정되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런닝타임을 줄여볼 수는 없는지, 초현실적인 연출을 좀더 친절하게 바꿔줄 수 없는지, 오늘날의 노동문제를 담아내는 현재성을 확보할 수 없는지 등등 뼈아픈 지적들이 나왔는데,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예술성과 대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난제였습니다.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니, 줌이 회의의 전형이 되어버린 시절에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한 공간에서 사람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을 주더군요. 그것도 전태일연극이 어떻게 하면 좀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심하는 이야기들이라 더 애틋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기간 동안이라 공연 유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 공연이 시작되면 문탁네트워크도 좀더 적극적으로 용인에서 공연이 올려질 수 있도록 애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가하신 어떤 분이, 전태일연극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20대의 젊은 배우들에게만이라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연극의 주인공인 '전태일'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너무 좋은 기회가 아닌가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그분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재작년에 구로아트센터에서 올라갔던 공연을 보았을 때, 제가 뭉클했던 것도 젊은이들이 전태일을 연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50년 전 스물 세 살의 전태일과 오늘날 20대의 젊은이들이 만난다는 것! 이런 자리를 만드는 일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아무튼 조만간 올해의 전태일연극에 대한 소식이 들려올 듯합니다. 그때 우리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보아요!

 

 

댓글 4
  • 2022-04-25 19:55

    여러모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셨네요^^ 겸목님^^ 

    20대의 전태일을 지금 20대들이 공연한다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그려~

  • 2022-04-25 20:08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범업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노트에 그것에 관한 구상을 적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전태일의 후예에요. 그만큼 치열한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와요. 소식 전해줘서~~

  • 2022-04-26 09:46

    그믐님도 같이 다녀오셨군요. 

    2년전 문탁식구들 여럿이 구로까지 가서 다 함께 처음 무대에 오른 전태일 연극 보고 사진을 찍었던 생각이 나네요.

    연대기금으로 보낸 쌍화탕도 잘 전달하셨지요?(생색내어 봅니다.)ㅎㅎ

    • 2022-04-26 10:36

      네!! 쌍화탕 잘 전해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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