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기금 : 441-910008-41705 (하나은행) 정성미
문탁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공부와 자립을 위한 복주머니입니다. 청년들의 활동과 장학금 그리고 기본소득을 지원합니다.

연대기금 : 352-0621-1403-73 (농협) 권성희

좋은 삶을 위한 인간, 비인간의 분투에 공감하고 배우며 지원하는 일에 쓰입니다. 새로운 연대활동 제안과 참여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4.14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기후위기와 에너지요금

관리쟈
2023-04-03 23:49
360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하고,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를 탈상품화해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4.14기후정의파업의 6대 핵심요구 중 첫 번째 항목이다. 좋은말이군 하다가도 약간 낯설어서 착 달라붙지 않는 개념들이 보인다. 에너지 공공성, 필수적 에너지, 탈상품화, 주거권... 이런 용어들이 어떻게 함께 쓰이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니만큼 에너지를 덜쓰자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리 간단하지 않나 보다. 마침 에코프로젝트Ⅱ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라 블랙커피의 지휘 아래 요구안들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 요구안을 작성하는 과정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2월 첫 요구안이 나왔을 때 ‘시민들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철회하라’는 요구가 6대 핵심요구 중 첫 번째였다. 당시 난방비 폭탄이 문제가 되었고, 이에 대해 요금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요구안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기후파업조직위에서는 논쟁을 전면화하면서 토론회를 열었고(3월 9일), 핵심요구 중 첫 항목은 위에서 본 테제로 수정되었다(3월 15일). 요금인상철회 부분은 13개 세부항목 중 첫 번째로 이동되어 수정되었다(요구안 구성: 2대 방향-6대 핵심요구-13개 영역별 세부요구). 수정안은 이러하다.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며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에너지 요금 인상을 시민들에게 하지 말고 대기업에게 하라는 게 눈에 띈다. ‘시민들의 전기요금’을 명시한 부분은 6대 요구 맨 앞자리에서 13개 세부항목으로, 그리고 세부항목에서도 대기업 부분에 밀려난 거다.

전력의 경우 가정용 소비는 15%에 불과한 데다가, 많이 쓰는 대기업에게는 세금 특혜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일률적인 인상요금보다는 많이 쓰고 있는 쪽을 올리는 게 형평성에도, 효과에도 맞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수치적, 양적 균형으로만 기후위기 문제를 볼 수는 없다. 요구안과 논쟁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부가 요금인상으로 노리는 효과는 두 가지이다. 에너지 소비 감소와 공기업인 한전의 심각한 적자 메우기. 정부는 후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자는 CO2 배출을 줄이라는 국제협약을 따라가야 하기에 변죽만 울리는 정도이다. 그런데 기후위기파업의 관점에서는 전자가 더 중요하고 직접적이다. 요금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이 핀트 맞추기와 관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입장 중에서도 가장 요구안에 반발이 컸던 입장을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후자에 핀트를 맞추되 정부와는 다른 이유로 에너지 요금을 올려서라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탈핵운동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내용이다. 지금 전기 생산의 대부분은 원자력 발전인데, 원료와 직접적 생산비용만 요금 계산에 들어갔지 폐기물이나 기타 비용이 산정에서 빠져있다. 탈핵의 방향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인데,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은 원자력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원자력발전 쪽에서는 이를 탈핵과 재생에너지 추진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이용하고... 그러므로 그간 쭈욱 전기요금을 정상화시키고 한전 적자를 해소해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므로 전자, 기후위기의 측면에서 후자의 해결책을 곧바로 대입하는 것은 핀트가 안맞고 탈핵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요금 부분을 첫 번째 요구로 둘 수 없다는 비판은 다른 이유로도 많이 제기되었고, 토론회 이후 수용되어서 저 뒤쪽으로 빠지는 걸로 조정된 것이다. 아예 빼지는 않아서 일부는 기후정의파업에서 탈퇴하는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아픔을 무릅쓰고 요금부분을 가지고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후위기와 한전적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요즘 '탈성장론'의 기후위기론을 공부하고 있는데, 꽤 구체적이고 급진적이려고 애쓰는게 보인다. 우리 기후위기활동가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연구집단도 있다고 하는데, 요구안에는 이 탈성장과 생태경제로의 전환 관점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요금인상과 관련하여 조금 자세히 보면 이러하다.

 

이 관점에서는 자본주의 성장을 제한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대안, 성장의 반대말은 ‘돌봄’, ‘호혜성’이다. 얼핏 돌봄과 복지는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요금을 인상하면 저소득층이 가장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요금인상론의 입장(정부 포함)에서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바우처 제도로 지원한다거나 요금제를 차등화(지금은 3단계인데 더 세밀하게 차등화)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쓰고 있는 복지 프레임이다. 탈성장 프레임은 경제, 사회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성장을 제한하고 공공재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그 공공재를 시민들이 돌봄의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저소득층의 복지 시혜가 아닌 시민의 필수재로 접근해야 한다. 한전 적자만 해도 공공재를 민영화하여 자본의 성장을 도와주고, 공공재의 접근을 차단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 발생한 일이다. 그러므로 한전 적자와 기후위기는 떨어진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또 다른 시험대이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민간이 생산해서 공기업인 한전에 파는 형식인데, LNG가스 수급체계도 이와 동일하다. 이번 요금인상 명분이 원가상승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단지 민간사업자가 원가상승을 명분삼아서 한전에 비싸게 판 것이고, 한전이 판매가를 올려야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논리, 상품의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전 적자는 결국 에너지 분야를 민영화해서 상품으로 만들어서 발생한 것이다. 같은 구조인 재생에너지 사업의 미래도 뻔할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요구안에 공공화, 탈상품화와 같은 개념이 들어간 이유이다. 여기서 필수재 개념이 중요해진다. 탈성장론 입장에서 에너지는 ‘쓴 만큼 내는’ 상품이 아니라 ‘형편대로 내는’ 공공재이자 필수재이다. 실제 발전사업들이 민영화되기 이전에는 전기요금이 아니라 ‘전기세’라고 불렀다. 국가에 내는 세금으로 인식될 만큼 공공재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사적 이윤으로 후퇴시키고 복지 차원의 정책으로 생색내는 것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강화하고, 시민이 관리까지도 접근할 수 있는 것, 수정된 첫 번째 요구안은 그런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4.14기후정의파업을 위한 토론회와 공론화는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논의할 사항이 많을 것이다. 필수재란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집이야말로 재산의 전부이고 프라이드인 사회에서, 집들을 우선 따뜻하게 만드는 주거권을 사적 차원을 넘어서 주장할 수 있을까?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하면서도 에너지 남용을 막는, 윤리적 차원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등등 어려운 일이지만 어쩌겠나...귀열고 총총총 따라가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기후정의파업에 가보려 한다

 

* 이미지는 4.14기후정의파업에서 제작한 웹툰의 일부입니다.

*기후정의파업 토론회 발제문 첨부합니다. 

*기후정의파업 홈페이지 https://april4climate.tistory.com/

*기후정의파업 요구에 대한 오마이뉴스 연재 시리즈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6368

댓글 5
  • 2023-04-04 15:59

    "한전 적자만 해도 공공재를 민영화하여 자본의 성장을 도와주고, 공공재의 접근을 차단해서 불평등을 심화시켜 발생한 일이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자본의 이윤추구는 막지 못하면서 손쉬운 방식으로 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에너지 정책에 반대합니다.
    이번 기후정의파업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의 요구가 큰 메아리가 되어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2023-04-04 16:07

    전기, 가스요금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이 한 가지 문제만해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좋은 방향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논의과정을 살펴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정의에 관련된 그 많은 얽키고 설킨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얼마나 긴 논의가 있어야할까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시작을 해야할텐데요
    그 시작을 위해 414기후정의 파업에 참여합니다
    조금 복잡한 내용이지만 기후정의파업에서 어떤 것들을 제안하고 있는지 살펴봐주세요~~

  • 2023-04-04 16:37

    아, 전기 요금 인상 반대 하나에도 고려해야 할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군요.
    한전적자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도 그렇고요.
    공공성강화, 에너지 기본권, 주거권 이런 것들이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들에 대해 브리핑을 듣고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싶네요.ㅎㅎ
    아무튼 여러 샘들이 공부하여 올려주는 글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 보는 것이
    숙의민주주의를 우리 삶에 적용해가는 또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 같군요.

  • 2023-04-07 07:43

    하나의 이야기에 얽혀있는 다양한 관점들을 알게 되었네요.
    각자의 입장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이면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탈성장, 공공재의 확대, 함께 하는 좋은 삶을 원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2023-04-07 16:41

    기후, 파업. 그 사이에 '정의'가 들어가는 것으로 얼마나 이게 어려운 문제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얽히고 설힌 실타래 같기도 해요.

    생각해 볼 문제를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83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투쟁에 갑니다 (4)
관리쟈 | 2024.04.14 | 조회 190
관리쟈 2024.04.14 190
282
탈탈통신(8호)-탈탈낭독회 후기 (13)
두루미 | 2024.04.09 | 조회 405
두루미 2024.04.09 405
281
길위기금 뉴스레터 '구우' vol. 2 (6)
청량리 | 2024.04.08 | 조회 186
청량리 2024.04.08 186
280
[경사로통신 3] 로이 만세!! & 공유지를 크립화! (5)
관리쟈 | 2024.04.04 | 조회 193
관리쟈 2024.04.04 193
279
탈탈통신(7호)-준비사항 체크체크! (3)
토토로 | 2024.03.31 | 조회 180
토토로 2024.03.31 180
278
탈탈통신(6호) - 이보나님께 쌍화탕 한 재 보내드려야~ (8)
두루미 | 2024.03.28 | 조회 188
두루미 2024.03.28 188
277
일본어 세미나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뚜버기 | 2024.03.27 | 조회 28
뚜버기 2024.03.27 28
276
영화인문학 길위기금 신청합니다 (1)
띠우 | 2024.03.26 | 조회 51
띠우 2024.03.26 51
275
탈탈통신(5호) 오늘은 진행표 검토하는 날 (5)
곰곰 | 2024.03.26 | 조회 172
곰곰 2024.03.26 172
274
탈탈통신(4호)- 사연 대방출, 게릴라 세미나 1차 했어요~~! (8)
라겸 | 2024.03.23 | 조회 245
라겸 2024.03.23 245
273
탈탈통신(3호)-외향 두루미의 활갯짓, 그리고 내향인 세명의 책임감 (8)
토토로 | 2024.03.21 | 조회 207
토토로 2024.03.21 207
272
탈탈통신(2호)- 게릴라 세미나에 함께 해주세요~ (7)
두루미 | 2024.03.18 | 조회 260
두루미 2024.03.18 26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