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첫 번째 시간 후기

수수
2024-06-13 12:37
70

‘에코프로젝트 시즌 1’의 마지막 책이 시작되었다.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인데, 지난 번 읽었던 마사 너스바움의 <동물을 위한 정의>에 비해 내용도 흥미롭고 잘 읽혀서인지 세미나 분위기가 밝았다. 아니면 한 달 만에 복귀하신 노라샘 때문에 밝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애니미즘은 흔히 문화인류학과 종교인류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가 『원시문화(1871)』에서 “영적 존재들의 교리”로 용어를 정의한 후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온 개념이다. 이 책은 애니미즘의 역사와 철학적 함의, 현대 사회에서 애니미즘이 어떻게 재조명되고 있는지 서술한 책이다. 이번 시간에는 제1부, 그들의 애니미즘 : “무엇이 우리와 그들을 다르게 만드는가”를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논의는 유럽인과 원주민이 처음 만났을 때, 유럽인들은 원주민을 자신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 아니며 ‘영리하고 훌륭한 하인’이 될 것이라고 평한 반면, 원주민들은 왜 백인들에 대해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 또는 “하늘에서 온 사람들”로 여기고 환대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이런 서술이 백인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물론 감안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는데, 원주민들에게는 원래부터 환대하는 문화가 있었다, 백인들은 원주민을 영혼이 없는 존재로 봤기 때문에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원주민들은 모든 존재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낯선 유럽인도 존중했을 것이다, 또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존재라서 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피부도 하얗고 화려하고 신기해서 등 원주민이 백인들의 의도를 모르고 반긴 이유를 추측해 보았다.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만남이 한쪽은 의도적이었고, 다른 한쪽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음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호존중이 아닌 한쪽의 무분별한 폭력으로 귀결되었음은 분명했다.

 

타일러의 애니미즘은 인류 정신의 동일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진화’를 언급하며 현대 사회에 남아 있는 여러 관습들을 잔존물로 지칭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타일러는 당시 힌두교와 불교, 중국의 조상 숭배 등에 대해 쇠퇴하고 있는 종교나 관습으로 언급한다. 이 부분에서 K-딸이자 K-며느리인 우리들은 갑자기 할 말이 많아졌다. 제사를 아직도 일 년에 8번이나 지낸다는 친정에 대한 이야기는, 만약 친정 아버지가 타일러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메모로 많은 한숨과 깊은 공감을 얻었다. 어머니를 위해 친정의 제사를 없앴는데 제삿날이 되면 혼자 케이크를 사와서 조용히 의식을 치른다는 아버지의 이야기, 이제는 나이가 많으셔서 그 날짜도 헷갈리신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있었다. 제사와 재산을 함께 가져갔다는 남동생의 이야기까지, 아직 우리에겐 타일러 기준의 ‘잔존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애니미즘은 원시, 열등, 오류, 유치함으로 읽히기도 하고, 애니미즘 자체가 하나의 종교인 것처럼 언급되기도 한다. 이 책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는 애니미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뒷부분의 내용이 기대가 되는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에 대한 믿음의 여부를 떠나, ‘영적인 존재’에 대한 사유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확장한다. 만물에 영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과, 인간만이 정신과 영혼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매우 다르게 만들 것이다.

댓글 2
  • 2024-06-14 18:04

    빠름빠름빠른 후기, 이야말로 세미나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자 환대가 아닐런지요^^

  • 2024-06-14 22:08

    수수님. 발제.후기
    잘 읽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후기에서 읽으니 가슴이 좀 아프네요 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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