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서 왕으로> 첫시간 후기

뚜버기
2023-03-12 22:18
226

2023 에코프로젝트1의 문을 여는 나카자와 신이치 시즌. 작년에 함께 공부한 든든한 지원군들에 더해 동은과 봄바람님께서 새로 합류해 주셨다. 첫시간은 <곰에서 왕으로> 전반부를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텍스트 전반부는 국가 이야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태인데,  고도로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현대 문명 하에서 발생한 9.11테러를 계기로 무엇이 야만인가라고 묻는다.

메모에서 새봄쌤은 9.11테러와 광우병의 발생이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저자의 태도가 인간사회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서 논점을 흐리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염려가 든다고 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인간을 다른 생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보는 사유체계를 신화적 사고라고 부르고,  그런 사고 기반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대칭성의 사회라고 부른다.  그는 인지고고학자 스티브 미슨(<<마음의 역사>>)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서 만수천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의 뇌에서 마음이 탄생함과  더불어 인간종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 안의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위치지으며 살아왔는지 탐구한다.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동시에, 그들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슬픈 운명에 처한 딜레마를 헤쳐가는 가운데 쌓인 삶의 노하우와 지혜는 신화를 통해 전승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참쌤이 <짐을 끄는 짐승들>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오래전 인간이 동물을 예속화한 방식 그대로 노예제가 생겨났고 그 극단에 홀로코스트가 자행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씁쓸한 점은 동물권 문제를 인간불평등과 연결지어야 설득력을 지닐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쌤은 “동물학대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분개(맞나?)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동물권과 장애인 이동권, 경제적 불평등, 생태위기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문제임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낮달쌤은 “세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들려주기에 나카자와 신이치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비약이 심하지 않나 고민스럽다고 했다.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텍스트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차피 신화는 꾸며낸 이야기”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유쌤네 아이들도 신화는 다 지어낸 가짜라고 치부해 버릴 정도니 말이다. 그런 지점이 이 책을 소화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

근대교육의 범생이였던 내 경우 처음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를 읽었을 때 텍스트의 논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실용적인 논리로 짜맞추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하여 인간만이 생각하는 존재일 뿐 다른 존재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는 생각을 당연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화가 곰을 의인화하고 곰의 시점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허구로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인간만이 생각하고 유일하게 영적이라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편협하고 근거없는 것 아닐까 싶다. 인간과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곰도, 염소도 모두 지구의 대지를 함께 숨쉬고 대지의 힘에 기대어 살고 있으며 우리와 순환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신화적 사고체계는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근대과학은, 천박한 자만에 의해 상징을 조종하는 시적(詩的) 생물로서의 본성을 제대로 인식할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93)

사람들은 염소와 친족이 되고, 곰이 사람에게 털과 고기를 선물로 준다는 대칭성 사회의 신화는 허구라고 한켠에 밀어 놓지만 자본주의 불패의 신화, 자본주의적 성공이 곧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신화 등은 진실로서 굳게 믿는다. 신화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작동한다. 어떤 신화적 사고가 더불어 사는 존재들과 다 함께 잘 사는 쪽으로 이끌 수 있을까를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현대의 생태담론이 인간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다고 하지만 각각의 종이라는 경계는 허물지 못한다. 하지만 대칭성의 사회에서는 곰과 인간이 각각의 종으로서 공생한다는 차원을 넘어선 전체성 속에서 사유한다. 그 사유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사냥꾼의 사냥언어 등에 지혜롭게 담겨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 시간엔 <곰에서 왕으로> 뒷부분을 다룹니다.   4장의 범고래 신화에 나온 철을 다루는 기술과 무기의 등장으로 대칭성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뒤이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다음 세미나에서 또 열띤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요!! 미리 메모 올려주시면 취합헤서 복사해 갈께요^^

댓글 8
  • 2023-03-13 08:54

    슬픈 운명에 처한 딜레마안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마음, 그것을 찾아 가는 산책.
    안심하고^^얘기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예요.

  • 2023-03-13 15:09

    첫 시간 제 메모로 얘기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제 메모야말로 인간과 동물 간에 우열을 둔 것 같은 불편한 진실을 눈치채서 였겠지요.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진짜 책읽기가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 2023-03-14 21:06

    함께 하며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지요.

  • 2023-03-14 22:32

    p168 평화나 조화, 성실과 같은 것은 생활의 여러 면에서 대칭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바라던 '가치'이며, 매일같이 그것을 되새겨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단지 좀 더 요령 있게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던 것이지요.
    평화나 조화, 성실과 같은 가치는 이상적으로 지금 우리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상에서는 이런 가치보다는 이익(경제적 득실)에 초점을 맞춰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우리에게도 매일같이 이것을 되새겨줄 사람이 필요하다. 종교 지도자의 고리타분한 설교가 아니라, 수장처럼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되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수장이 없는 우리에겐 이런 세미나 시간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p184 일본의 동북지방에 발달한 조몬 사회는 이미 계층화가 충분히 발달된 사회였는데도 말입니다. 마찬가리로 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인디언 사회도 계층화가 이루어져 귀족도 생기고 노예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루소가 말한 '불평등사회'였던 셈입니다. 그런 사회라면 수장은 반드시 왕으로 변모하는 것이 역사학의 상식일 겁니다. 그런데도 나라=국가는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p185 사회가 계층화되어 있다는 것은 국가가 발생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해도 결코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계층화가 이루어져 노예도 있었다면 이런 사회를 대칭성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지? 노예가 있다는 건 인간사회 안에 불평등이 행해지는 사회인 것 같은 데...

  • 2023-03-15 00:33

    곰에서 왕으로 2부
    미리 미리 써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ㅠㅠ 이렇게 밤에 와서 12시가 넘도록 밑줄..별표시 뒤지면서 부랴 부랴 남기네요.
    담엔 메모 정도는 미리미리 해두고 여유 좀 부려봐야겠어요!

    166 '베풀기'는 이런 '문화적 행동'의 최고봉에 해당합니다. 수장은 자신의 탐욕을 억제하고 부족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장이라는 존재는 항상 '문화'의 원리를 체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셈입니다. 반면에 샤먼어나 전사는 '자연'의 영역을 향해 적극적으로 접근해가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는 수장과 샤먼/전사의 근본적인 차이가 나타나 있으며, 동시에 수장과 왕/권력자와의 성격의 차이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수장, 샤먼/전사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구별되는 역할이었다는 것, 성격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

    167 대부분 부족에서는 매일같이 새벽이나 저녁 무렵이 되면 수장이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모두를 즐겁게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자존심을 갖고 행동하고, 싸우지 않고 착실하고 성실한 마음을 갖고 모두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의 의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아야 하는 겁니다.

    [수장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할 의무가 있었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그런 세계가 잠시 그려지는 것 같았고 푸근함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수장의 이런 면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물려받았던 것일까? 생각했고 할머니가 밤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면 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 능력은 도대체 개발되는지 옛 사람들의 정신적 능력에 대해서 모르는게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199 젊은이는 '바후바쿠아라누프쉬웨'라는 식인 정력의 우두머리에게 잡아먹혔다가 다시 그의 입 속에서 밖을 향해 "하푸 하푸!"하고 외치며 나옵니다. 그제야 비로소 이 정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차'가 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식인의 정령에게 잡아먹힘으로써 '하마차'의 비밀을 전수받게되고, 그런 후에야 자신이 식인으로 바뀌는 겁니다. 이 순간이 제의의 클라이맥스입니다.

    208 전쟁의 목적은 대부분 자신의 부족 사람, 특히 여성과 아이, 노인에게 가해진 모욕에 보복하는 데 있습니다. ~ 깨진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므로 보복이 완료되면 그것으로 충분해 대량학살 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석기적인 사회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지난 시간에 .. 지금까지 세상이 점점 더 나아졌다는 주장의 지표로 종종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의 숫자가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확실히 사망자 숫자는 전쟁의 야만성을 카운트하는 유일한 지표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현상을 감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43 '공'이란 고립되어 있는 것들 사이의 관계(커뮤니케이션)를 만들거나, 살아 있는 것들을 감싸서 전체성의 감각을 회복시키거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무상으로 중여해주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즉 '공'은 대칭성 사회의 수장처럼 주기를 아까워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공'에는 가공할 만한 '식인'으로서의 측면과 풍요롭고 자비심 많은 '증여자'로서의 측면이 동거하고 있습니다. '식인'이자 '증여자' - 이 말에 의해 금쎄 떠오르는 것이 곰입니다. ~~ '곰'의 개념 속에는 아무래도 '공'의 개념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양면성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 2023-03-15 01:26

    곰에서 왕으로 2부
    샤먼은 자연과 초월적 존재에서 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금속을 사용.
    유동체가 된 금속으로부터 검의 등장, 기술의 힘(살상력을 가진 무기), 식인의 개념을 사회 내부로 받아들인 권력을 가진 수장, 즉 왕의 출현은 대칭성 사회를 멸망시키며 국가가 탄생했다.
    “인간이 비대칭의 잘못을 깨닫고, 인간과 동물 사이에 대칭성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세계가 소통과 유동이 회복될 것이다. 유동의 지식을 현대에 적합하도록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비대칭을 내부로부터 해체해가는 지혜가 생겨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논하고 싶다. 여기에서 말하는 유동의 지식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부로부터의 해체해가는 지혜가 무엇일까? 오늘날 기술의 힘의 풍요 속에 기후 재앙에 놓여 있는 인류는 자연의 일원으로 대칭성 사회의
    “자신의 이성이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이나 규율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태도”아나키즘의 실천자가 될 수 있을까. (열정적인 실천자가 되더라도 지구가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이대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면 자연은 파괴는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지 않은가.

    대칭성 사회에서는 인간은 이성의 표현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며, 권력은 이성을 초월하는 것으로서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 구조에서 왕도 국가도 발생할 수 없다.(p220)

  • 2023-03-15 02:35

    메모 올려요.

  • 2023-03-15 09:41

    다들 여기에 댓글을 ㅎㅎ 메모 취합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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