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에코프로젝트1 시즌1> 인터뷰: 다시 돌아온 그 이름, 나카자와 신이치

고은
2023-02-17 11:16
455

 

     프로그램 커리큘럼에 반가운 이름이 등장했다. ‘나카자와 신이치’. 1950년생 일본인인 그는 <문탁네트워크>에서 중요하기로 손꼽히는 학자 중 하나다.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나카자와 신이치의 5부작 ‘카비에 소에주’ 시리즈는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 좀 오래 했다고 하면 적어도 한 권 이상은 읽었을 정도. 한 번만 읽었으면 양호한 편이고, 여러 번 읽고 또 읽은 사람도 적지 않다. <문탁네트워크>와 <마을공유지 파지사유>, <일리치 약국>을 관통하는 중요한 공통감각에 카비에 소에주 시리즈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읽은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그 중요성에 비해 한동안 나카자와 신이치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커리큘럼이 올라오지 않았다. 2023년 <에코프로젝트>에서 나카자와 신이치를 다루기 전까지는. 

 

     2022 <에코프로젝트>는 하나였는데, 2023 <에코프로젝트>는 둘이 됐다. <에코프로젝트2>는 2022년의 심화버전이고, <에코프로젝트1>은 새롭게 접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미나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에코프로젝트1>은 3개의 시즌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시즌별로 재난의 시대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돕는 1명의 사상가를 살펴본다. 시즌1의 주인공은 나카자와 신이치다.

 

▲ 나카자와 신이치

 

 

 

 

N개의 촉수를 가진 동양의 대학자

 

고은      안녕하세요 뚜버기쌤, 느티쌤. 두 분께서 2023 <에코프로젝트1> 시즌1의 이끔이를 맡으셨죠? 자기소개를 좀 해주세요.

 

뚜버기    공동체에서 10년 정도 공부한 뚜버기입니다. 제가 원래 가진 문제의식은 탈자본주의였는데요. 2~3년째 에코 실험실 활동을 하면서 기후 문제나 생태 문제가 제 기존의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느티나무 맛있는 밥, 반찬 해서 나눠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 느티나무에요. 저도 10년째 공부를 하고 있어요. 호주의 산불이나 섬나라가 물에 잠기는 걸 보면서 ‘인류세는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작년부터 친구들과 ‘용기내’ 캠페인도 하고 플로깅도 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어요. 

 

▲ 뚜버기쌤과 느티쌤

 

고은      <에코프로젝트1> 첫 시즌에는 나카자와 신이치를 다루죠? 나카자와 신이치씨는 어떤 분이세요?

 

느티나무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인류학자이기도 하고 철학자이기도 하고 종교학자이기 해요. 그렇죠 선생님? 

 

뚜버기    네, <불교가 좋다>라는 책도 쓰셨어요. 대학교 다닐 때는 생물학을 전공하셨고요. 정말 다방면에 촉수를 뻗으시는 분이죠. 또 저희 일본어 강독 팀에서 일본 스피노자 연구자하고 대담 한 책을 읽었어요. 한국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는데, 거기서 보니까 나카자와 신이치가 굉장히 사회 참여적인 사람이더라고요.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에 곧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시고, 또 환경에 관한 조직도 만드셨어요. 저희 세미나에 오시면 일본어 강독 팀에서 번역한 그 책을 드린답니다. 

 

고은      헉, 너무 탐나네요! 두 분은 어떻게 하다가 나카자와 신이치로 한 시즌을 맡게 되셨어요?

 

느티나무 제가 <대칭성 인류학>을 하자고 주장했어요. 환경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나?’ 같은 허무나 절망이 생기는데, 나카자와 신이치가 새로운 길을 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감동받았던 책이기 때문에, 제 사고의 저변이 되어준 책이기 때문에 같이 읽어보고 싶기도 했죠.

 

뚜버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철학자이기도 한데요, 문탁이 사랑하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새롭게 접속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이질감을 느끼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서구 교육 시스템으로 어려서부터 공부하다 보니까 이원론적 사고에 갇혀 있기 쉽거든요. 정신 따로 육체 따로라든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보면 영혼이나 신화 이야기가 어렵게 다가오잖아요. 그런 분들이 같이 공부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또 최근에 포스트 휴머니즘에서 인간 중심주의를 넘자거나 인류학에서 서구 중심 사유를 넘자는 말을 되게 많이 하는데, 그런 텍스트들 보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런데 나카자와 신이치 이야기는 좀 더 우리한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양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U-turn이 아니라 I-turn

 

고은      두 분 다 나카자와 신이치를 인상적으로 읽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렇게 좋으세요?

 

느티나무 우리가 인간중심적인 삶을 살잖아요. 굉장히 비대칭적인 사회죠. 그런데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에서는 대칭적인 것을 찾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사냥꾼이 염소 탈을 쓰고 동굴로 들어가서 염소와 결혼을 해요. 그리고 밖에 나왔을 때 사냥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어떤 건 사냥을 해도 되고, 어떤 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감이 생기는데 그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았어요. 신화적이라 현실적이진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카자와 신이치는 그걸 일종의 지성이라고 하거든요. 그게 회복되면 인간중심의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고은      이 사회를 비대칭적이라고 보는군요. 비대칭적이라는 건 뭔가요?

 

뚜버기 모든 게 하나로 수렴되는 사고에요. 예를 들면 종교도 예전에는 애니미즘적 사고가 있었는데, 기독교가 생기면서 유일신 사상으로 가잖아요. 권력이 나타나고, 국가가 나타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그런데 나카자와 신이치는 인간의 지성이 원래는 일자로 추구하지 않았다고, 유동적이었다고 봐요. 논리적 사고와 상상력이 섞여 있었는데, 그게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대칭성을 잃게 되었다고요. 

 

고은      대칭성을 회복하면 모든 걸 인간중심, 일자로 환원하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요.

 

뚜버기    네, 카비에 소에주 시리즈에 이미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관점이 들어와 있거든요. 사실 처음 나카자와 신이치를 읽을 때는 이렇게 급작스럽게 기후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지금은 당장 뭔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급박함이 있잖아요. 나카자와 신이치를 읽으면 급박함이 공포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거예요.

              근데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냐, 어떻게 돌아가냐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나카자와 신이치는 “이건 U-turn하자는 얘기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얘기하거든요. 이건 I-turn이라고요. 과거에서 배워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거죠. 

 

 

고은      느티나무쌤은 <대칭성 인류학>이 제일 좋으셨다는데, 뚜버기쌤은 뭐가 제일 좋으셨어요?

 

뚜버기    제일 많이 와닿은 건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였어요. 우리는 보통 사랑이라는 세계와 경제라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두 개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놀라웠어요. 경제라고 하는 게 우리가 ‘호모이코노미쿠스’처럼 화폐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증여론>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도 있었고요.

 

고은      <에코프로젝트1>에서 읽는 나머지 한 권인 <곰에서 왕>으로는 어떤 책인가요?

 

뚜버기    재밌고 되게 중요한 책이에요. 국가 없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거든요. 세 텍스트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같이 읽으면 보완되는 면이 있어요.

 

 

 

 

     느티나무쌤은 이 세미나를 ‘에코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을까 회의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그런 생각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또 그 생각을 돌파하고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뚜버기쌤은 ‘봄을 맞아서 인문학 공부를 좀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공부라는 건 어디서 시작하든 중요하지 않다고, 관심 있는 공부가 아닌 공부를 우연찮게 시작하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 했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카비에 소에주 세미나를 한 번 열면, 다음에 또 열기는 쉽지 않을 거란 주의사항(?)도 덧붙였다. 나는 동물권, 페미니즘, 기후 불평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카자와 신이치를 통해 다수자와 소수자의 이분법을 넘는 순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위의 문제들에 접근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 경우에 다 해당되지 않는더라도, 속는 셈 치고 신청해보기를 추천한다. 나카자와 신이치를 읽고 그에게 빠지지 않은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2022년의 <에코프로젝트>. 올해는 또 누구와 함께 책을 읽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될까

 

 

댓글 3
  • 2023-02-17 19:29

    나카자와 신이치도 멋있지만 두분 쌤도, 더, 멋지네요^^

  • 2023-02-20 08:33

    고은의 정리가 훌륭한 것인디 두 분 튜터님 이렇게 말씀 잘 하시는 준들이겼어요? ㅋ
    인터뷰 읽으니 시즌 1 나카자와 신이치로 하길 잘했구나 싶네요 ㅋㅋㅋ

  • 2023-02-20 09:24

    ^^홀리는 인터뷰~~
    지금이 신이치를 읽을 가장 좋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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