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천 개의 파랑> 후기

달팽이
2022-11-10 15:22
326

겨울 시즌 SF읽기에서 유일한 한국소설 <천 개의 파랑>

과학기술의 발달로 휴머노이드(로봇)가 인간의자리를 대신해 나가는 2035년, 연재네 가족이 휴머노이드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를 만나면서 변화된 관계를 맺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다들 <천 개의 파랑>은 근미래의 친숙한 이야기라 다른 두 권보다는 쉬웠는데 살짝 급이 내려간 듯한 뭐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반면  깊이면에서 살짝 아쉬운 감은 있지만 모든 캐릭터에게 서사가 부여되어 좋았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았다고 했다.

청소년 성장소설로 읽혔다는 곰곰님은  로봇과 동물과 인간 중에서 결론적으로 로봇을 희생시킨 셈인데, 콜리에게 감정이입을 잔뜩 시키 후라  감동적이지만 씁쓸했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은혜가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 같다고 했는데, 띠우강사님의 강의에서  작가가 은혜를 평면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게 다양한 성격을 부여했다는 말을 들으니 연결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노라님은 아이들이 어렸을 적 경마공원 주변을 자주 갔었는데 소설 속 식당같은 곳도 많이 보았었노라 했다.  나이대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보경의 이야기가 제일 눈에 들어왔다면서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부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했다.

아낫님은 반쯤 읽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서 지능 높은 <말>이 마방에 갇혀 지내는 건 고문이라고 하는 대목에 딴지를 걸었다. 그럼 지능이 낮은 동물은 가두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적장애인을 차별하는 것까지 확장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최근 벌어진 참사를겪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라는 답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느리게 하루의 행복 쌓기, 콜리가 보경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하는 그런 느린 시간들, 행복은 그런 느린 시간들에 있는 것이 아닐까


조별모임이 끝나고 이어진 띠우님은 <천개의 파랑>을 정상성=다양성, 속도와 호흡, 투데이-행복한 시간,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 살아가기라는 4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실은 정상성의 범주를 점점 좁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양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로움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정상과 비정상을 갈라놓지말고 다양성을 살리는 사회에서라야  자유로움이 보장될 것이라 했다.

호흡은 상대와 속도를 맞추는 것에서 온다. 콜리와 보경, 콜리와 투데이, 지수와 연재  이들이 대화와 소통으로 교감하며 호흡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 주목해보면서 소통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투데이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지금 여기의 행복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고 풀어내면서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띠우강사님은 느리게 행복쌓기를 적당한 거리에서 함께 살아가기와 연결지었다.  은혜와 주원의 관계처럼 배려하겠다는 선의 없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것. 그것은 마구 겹치지 않아 각각의 음과 색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화음이나  조화가 아닐까? 

이 책 표지에 실린 작가의 소개글처럼 책의 내용이 어딘가 다른 우주에서 일어날는지도 모르겠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작가적 상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언제나 지구의 마지막을 생각했고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꿈꿨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일들을 소설로 옮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천선란을 비롯한 한국의 젊은 여성 SF작가들의 새로운 상상에 우리 미래의 희망을 걸어보고싶다.

댓글 10
  • 2022-11-10 20:55

    이렇게 긴 후기에 한줄댓글 달라니요 ㅋㅋ

    잘 읽고 갑니다

  • 2022-11-10 21:07

    이번시즌의 책들이 전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것 같아서 좋았어요. 천개의 파랑은 집에가서 마저 읽었는데 이미 수업에서 스토리 다 알고 읽었음에도 눈물이 줄줄 흘리면서 봤어요. 읽기 편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았던 소설이었던것 같아요. 띠우샘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어요 .감사합니다~ 달팽이쌤의 후기를 읽으며 역시 사람은 같은곳을 보아도 다른곳을 보는구나 하는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ㅋㅋ 후기 감사합니다~~~~

  • 2022-11-10 21:09

    띠우샘네 집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본디 인형 싫어한다는 띠우샘과 슬쩍 가까워지고 있다는 '둥이'가 젤 기억에 남네요.ㅎㅎ

  • 2022-11-10 21:22

    네~ 이번 시즌에 SF의 힘과 매력을 다시 느껴요. 띄우님 에코팀 감사합니다. (억지로 한줄만 썼다가 추가)
    지능이 아니라!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

  • 2022-11-10 21:44

    여러분~~ 사과드려요^^:;
    한줄… 기 빛같은 후기에 댓글 한줄은 노우노우

  • 2022-11-10 22:13

    작년에 읽고
    펑펑 울면서 메모까지 적어두었던 <천개의 파랑>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다른 관점으로도 보게 되어 더 더 더 감사합니다.

  • 2022-11-11 00:06

    한동안..소설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이젠 좀 찾아 읽고 싶어지네요. 특히 젊은 작가가 쓴 소설에 관심이 가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2-11-15 09:10

    내 스타일은 아니라면서 좀 별루였다고 했는데... 늘 띠우샘의 강의를 듣다보면 아차- 싶습니다. 이렇게 깊은 이야기였구나... 나는 아무 것도 못 봤었구나... 이러면서요 ㅋ
    요즘 한국 SF소설 트렌드도 (그것도 무척 전문가스럽게) 짚어주시고... 흥미로웠습니다. 과학기술이 진정 가져다 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 2022-11-15 18:43

    달님 후기로 다른 조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풍성해지네요.
    후기 감사해요,
    전 콜리같은 휴머노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공감하고 제대로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네요^^

  • 2022-11-16 00:25

    조만간 휴머노이드가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올까요? 휴머노이드 경마같은 것들이 생겨난다니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동물권 식물권 뿐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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