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첫시간 후기

새봄
2023-04-17 16:53
210

<대칭성인류학>을 마무리하고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첫 시간입니다.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순서는 대칭성인류학이 마지막인데, 저희 세미나에서는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가 마지막이예요. 읽는 순서를 바꾼 이유가 궁금했는데, 뚜버기샘이 경제가 우리 일상에 중요해서 순서를 바꾸셨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같아요는  제가 이날 밥당번이라 세미나에 집중이 안되고 주방에 마음이 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고미숙선생님의 <호모 코뮤니타스>를 읽으며 순수증여는  신의 영역이라고 발언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증여를 하고도 돌려받지 못함에 괴로워하는데 순수증여라니. 택도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지요. 문탁에서 짧은 1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쩌면 내가 맛본 희열의 순간들이 순수증여가 아닐까 의심하게 됐고 이젠 순수증여가 모호하긴 해도 신의 영역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샘들도 순수증여가 뭔지 저처럼 정확히 단정지을 수 없는  것 같았고 "기적이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나?" 등 기적에 대한 정의도 달랐지요. 오늘님의 메모로 시작된 이야기에서 순수증여는 행위가 아닌 내리꽂힘의 마음의 이야기(?)이고 교환, 증여, 순수증여가 우선순위가 있는 게 아니라,  교환은 증여나 순수증여와 같은 불확정적인 활동들을 포함하는 인간정신의 두터운 지층 위에서만 존재 가능하다고  생각도 했어요.  자본사회에서 주입한 교환이라는 환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화폐를 욕망하게 된다는 것과 같이 공부한다는 건 좋은 걸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참님의 말도 맥락없이 제 노트에 적혀있네요. 느티샘의 배우 김정화의 케냐커피 이야기에서 일리치의 학교, 우물 반대까지 세미나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데리다의 선물은 불가능하다. 신이 아니라면, 진정 순수한 마음인가라는 뚜버기샘의 말은 순수증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세미나가 끝나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확실한 건...
매주 수요일에 맛난 밥을 먹고(밥당번 샘들 감사해요!)  자발적 증여(답례)로 고마리샘, 낮달님과 밥 당번을 하며 느꼈던  우정(?)의 감정입니다.
고마리샘은 새벽부터 야채를 다듬고 썰고 볶고 소중한 유리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아오셨고 낮달님은 세미나 시작 1시간 전에 와서 잡곡밥과 유부 된장국을 준비해주셨죠.  아쉽게도 주방 사진을 못 찍었지만, 샘들과 준비한 밥상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직 교환이 익숙한 전 출장 부페나 배달음식 시키고 싶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밥당번을 많이 하면 제 생각도 바뀌겠죠^^
뚜버기샘의 <전환을 위한 다른 상상>2강 마지막 글로 듬성듬성한 후기를 마쳐요. 
"시장의 익명성은 우리 삶이 타인, 다른 생명체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환상에서 벗어난다면 자유란 의무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어떤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 의무감을 가지고 살 것인가의 문제로 바꾸지 않을까."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5장까지 읽고 메모 올려주세요~

댓글 4
  • 2023-04-18 22:21

    p82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에 예의를 갖춘 원활한 증여의 흐름이 발생한 곳에서는 풍부한 감각을 갖춘 영적인 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감지되었습니다.
    "예의를 갖춘"이 의례나 제의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포틀래치 제의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영력에도 증식이 일어나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 일상에서는 어떤 의례가 우리에게 뭔가 풍요로운 것의 증식이 일어나고 있다는 감각을 일으킬까?
    p116 화폐는 교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화폐에 의해 부가 표현되고 계산되고 유지되다 보면, 순수증여라는 '실재'는 말살되고, 그러다가 결국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미다스 왕은 직감했던 셈이지요.
    지난 시간 마지막 질문 "물이 이동하면서(증여) 가치의 증식이 일어날 수 있지만, 물이 아닌 화폐가 이동하면서는 왜 그럴 수 없을까" 증여에 대한 자발적인 답례를 화폐로 한다면?

  • 2023-04-18 22:47

    137
    그러나 어떤 노동이라도 상관없는 것은 아닙니다. 코르누코피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랑이 깃든 행동만을 받아들여왔는데, 근대에 들어서도 그 조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지에 대한 사랑이 깃든 노동, 즉 농업만을 자신의 친구이자 애인으로 인정했던 겁니다.
    따라서 대지가 바로 근대의 코르누코피아인 셈입니다. 농업 ‘노동자'는 이 대지에 대해 섬세한 기술을 갖고 대합니다. 대지를 위협하거나 도발하거나 무리한 행동을 강요하거나 착취하거나 하는 것은금물입니다.그런 행동을 하면 처음 얼마동안은 대지(는) 내키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의 일부를 나누어주겠지만, 그러다가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결국은 침묵의 봄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 농부가 아닌 우리가 이런 에너지로 대지.. 아니면 자연을 만나는 순간은 있는가.. 있다면 언제일까...

    143 ---
    만나보니 우리의 사부師父들은 가난하지만 상당히 즐깁게 살고 있었다
    거기에는 예술도 종교도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오로지 노동이, 생존이 존재할 따름이다.
    종교는 지쳐서 근대과학으로 대치되었지만 과학은 차갑고 어둡다
    예술은 지금 우리를 떠났지만 쓸쓸히 추락했다
    지금 종교가나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진眞이나 선善 혹은 미美를 독점해서 파는 자들이다
    우리에게 살 만한 능력도 없고, 또한 그런 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이제 우리는 다시 올바른 길을 걸어서 우리의 미를 창조해야 한다
    예술로써 저 잿빛의 노동을 불태워라.
    여기에는 우리들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깨끗하고 즐거운 창조가 있다
    도시 사람들이여 와서 우리와 어울려라 세계여 순수한 우리를 받아들여요.
    ( 『미야자와 겐지 전집』 12)

    ...'우리의 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것을 찾아내고 즐기는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148
    그렇기 때문에 농민의 대지는 항상 ‘여성' 이나 ‘어머니' 로서 이야기 되어왔던 거겠지요. 농업의 노동에는 그것이 노동으로서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묘한 희열이 따른다고 많은 사람들이 중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농업과 관련된 노동을 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락을 느끼는 대지의 몸과 일체가 되는 순 간을 체험하게 된다는 데 있을 겁니다. 자신의 신체의 표면을 찌르고 들어오는 농기구의 날카로운 칼날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면서, 이때 코르누코피아로서의 대지는 열락을 느끼는 겁니다.

    .. 나에게 이 부분은 137에서 저자가 말한 '사랑이 깃든 노동'과 조화롭지 않다. 다른 분들은 어떠실까?

  • 2023-04-18 23:32

    p125
    화폐가 구석기 시대 이래로 인류가 가지고 있던 '부의 관념'을 발달시킨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것을 토대로 자유로운 시장경제 한 사회를 이룩해가기 위해서는 화폐에 딱 달라붙어서 일종의 마력을 부여해 왔던 물질성을 제거해갈 필요가 있겠지요. 코르노코피아는 정신화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바그너는 곧바로 그의 최후 악극이 된 파르지팔의 작곡에 착수했습니다.

    > 코르누코피아의 물질성을 제거하고 정신화 한다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p144
    폭넓은 영역에서 코르누코피아의 사고는 형태만 바뀐채 3만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무시하기 힘든 존재로서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 환경운동, 농민활동가, NGO자원봉사자 등의 사람들이 하는 활동이 코르누코피아의 사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이 바로 와닿지 않는것은 내가 코르누코피아라는 개념이 어색해서인것 같다.

  • 2023-04-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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