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차 『잔류 인구』후기

노라
2022-11-25 22:41
313

 

<잔류인구> 후기

 

코로나가 다시 기승인가? 갑자기 결석자가 늘었다.

오늘은 책에 대한 토론과 에세이 주제도 논의해야 하기에 갈 길이 바쁘다.

다들 긴 이 책이 읽기 힘들었다고 푹 빠져들기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그 중 느티나무님만이 재밌었다며 구절구절 감동적인 문장을 읊어 대신다.

 

엘리자베스 문은 미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가란다. 비록 상복은 없었지만...

그래도 2007년에 SF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버트 A. 하인라인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20년 전에 출판된 이 책이 왜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온 것일까라는 곰곰의 질문으로 메모읽기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Remnant Population』이다. Remnant는 고통과 재난 가운데서 살아남은 자. 특히, 하나님께서 죄인을 벌하실 때에 멸망치 않고 정치적, 군사적으로 살아남아 구원과 축복을 담당할 소수의 사람을 가리키고 주인공 오필리아의 이름에는 benefit(도움, 돌봄)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지구를 떠난 인류가 거주하는 행성 콜로니에서 주인공 오필리아가 정착 초기부터 일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40년을 살아왔다. 콜로니 거주를 관리하는 기업이 사업권 상실을 이유로 새 행성 이주계획을 발표하고, 다른 주민들은 기업의 통보를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효율적인 이주를 위해 저온 수면 탱크에 직접 발을 들인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바로 콜로니에 기꺼이 남아 ‘잔류 인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제 그는 그 어떤 요구도, 충고도, 폭력도 가해지지 않는 혼자만의 세상을 기꺼이 즐기기로 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괴동물이 나타난다. 이 행성의 원래 주인일지도 모르는 이 괴동물과 함께 살 방법들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잔류 인구』는 일반적인 사회에서 문제로 여겨지는 70대 노인이자 여성인 오필리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세상이 정한 쓸모와 무쓸모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니 말이다. 생식능력이 소진되어버린, 남성 옆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나이든 여성이 마주한 현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안감 느끼게 한다. 아마도 현대의 여성 역시 나이 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란 오필리아와 비슷할 것이다.

 

오필리아의 능력은 괴동물이라 불리는 외계지적생명체의 등장으로 인해 빛을 발한다. 옆 동네 이주민의 셔틀을 잔인하게 파괴했고 외양도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 두려움을 느끼지만, 일단 대화를 시도한다. 오필리아는 이후 괴동물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기술을 나누며, 출산과 갓 태어난 괴동물을 돌본다. 이러한 능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지하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외계생명체다.

 

자연의 순리대로 배를 채우기 위해 사냥을 하며 살생을 하는 괴동물과 금전적 손익을 따지며 개척민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인간들. 돌이켜보면 경제적 식민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세계의 상황과 크게 다르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힘과 지식기술 중심의 사회가 아닌 관계와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이는 고령화 시대를 걱정하며 노인들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여길 뿐 노령 세대의 역할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거의 전무한 오늘날, 문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메모를 서로 나누어 읽은 뒤 우리는 곧 쓰게 될 에세이에 대해 얘기 했다. 띠우샘이 올려주신 주제를 살펴보며 각자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얘기했다. 그리고 오늘 결석하신 3분은 다음주 월요일 간단 줌회의로 주제에 대해 띠우샘과 얘기하기로 했다.

 

 

댓글 5
  • 2022-11-26 15:40

    혼자 읽을때보다 이야기할 때 더 재밌더라구요.
    노라샘 메모 듣고, 오필리아가 할머니라는것에 더 주목 생각해보게 되고..
    또 누구셨더라… 파란망토와 로맨스 가능성도 더 추리해보고요.
    듄같은 대작 SF가 만날 전체주의적인 사회, 전쟁하는 사회만 그리는게 SF로서 매력없다 생각했는데
    다른 작품들 만나서 신난 학기였어요!

  • 2022-11-27 17:28

    저도 느티샘처럼 재미있게 읽었어요.
    '혼자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과연 가능할까?'를 생각하면서...
    <허니랜드>의 주인공은 지구 상에 혼자 남은 것은 아니잖아요?
    혼자서도 살 수 있는 단단한 몸과 마음을 장착하고, 따로 또 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 2022-11-27 20:18

    의미있고 즐거운 SF읽기였어요!!!
    매주 뜨거운 강의 해주신 띠우님,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고 부드럽게 이끌어주시고 챙겨주신 반장, 노라님💚
    너무 너무 고생하셨어요. 감사 합니다!!!!!

  • 2022-11-30 08:21

    쓸모없음의 쓸모을 직접 몸으로 증명한 오필리아에 무한 박수를... ㅋ 행성에서 혼자 살기, 괴동물과의 교감 같은 건 정말 최상위 난이도의 삶의 기술이지요. 셈나에선 그렇게 살 수 있겠냐고 서로 반문했었던... ㅎㅎㅎ 지난번 아티제에 이어 오필리아까지.. 아~ 멋찐 언니들입니다.

  • 2022-12-04 09:28

    에세이에 쓸만한 거 찾아 헤매다가 다시 후기를 꼼꼼이 읽었어요.
    오~~노라샘!! <잔류인구> 리뷰가 참 좋네요! 핵심이 다 들었어요.
    이 리뷰에서 뭔가 에세이를 위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뒤 늦게 댓글 달구 갑니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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