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즌 세번째 <블러드차일드>후기

오늘
2022-11-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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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는 일곱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그러다보니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겨울 시즌에는 SF 읽기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데, SF라는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별다른 생각과 접점이 없었던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SF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릴 적 중학생 때 과학상상화 그리기대회에서 상을 탔었는데, 그 당시 이런 걸 왜 하는 지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을 나는 잊고 살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공중에서 생활하는 도시를 그렸었다. 차를 타고 날아다니고, 공중에 건물들이 떠 있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로봇 새들이 정찰을 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내가 중학생 때이니 25년쯤 전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과학상상화로 그릴법한 이야기가 이제는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겨울시즌 수업에서 책을 읽고 띠우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내내 SF는 과학상상화 그리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사고실험과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덧붙인 것이 SF같다. 미래에 대한 사회적이고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상상해보고 실험해보면서 함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준비하는 충격 완화 장치랄까. 학자들은 자기들끼리 어려운 말들로 엄청 하고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들쳐보기란 쉽지 않으니 조금 더 장벽이 낮은 영화나 소설을 통해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미국에서 거주하던 가난한 흑인여성이었으므로 세상에서 보여주고 싶어하고 자주 보여주는 주류의 삶에서 벗어나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펼치기에 유리했을테지만 수업 중 띠우선생님의 말처럼 자신의 처지에 몰입하여 독자가 읽기에 고통스러운 이야기로 빠져들 수도 있었는데, 제3자가 바라보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서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읽기가 힘들지 않았다.

 

블러드차일드라는 단편집 안의 여러 이야기는 비슷한 결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대체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회에서 벗어나보는 여러 가지 상황을 이야기로 펼쳐 보인다.

 

<블러드차일드>,<특사>는 지구의 모든 생물의 우위에 서서 정복자로서의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른 생물체의 보호를 받으며 공생하는 관계를 그리고, <저녁과 아침과 밤>이라는 알수없는 제목을 붙인 단편소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선천적인 장애인들의 상황을 증폭시켜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말과소리>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 중 결정적인 요인인 언어와 문자를 잃어버렸을 때를 상상해 보는 이야기를 펼친다.

이렇게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보고, 한쪽상황을 크게 만들거나, 뒤틀어 보면서 지금 우리나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당연한 것인가, 더 잘 할 수는 없는 것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이 과정이 즐겁지는 않지만)

 

살면서 SF를 언제 읽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손이 안가던 장르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사이의 벽이 조금 낮아진 것 같다.ㅎㅎㅎㅎㅎ

 

댓글 8
  • 2022-11-08 11:08

    단편 하나하나 이야기 나누기에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하죠잉ㅋ
    저도 여러분 덕분에 SF를 좀더 알아가고 있어요. 볼매인 분야인듯~~
    그리고 과학상상화 그리던 시절이라.. 그게 언제적인지 까마득합니다 하하하

  • 2022-11-08 11:22

    오늘님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참 오랫만에 sf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블러드 차일드 참 재밌었습니다 ㅋㅋ

    내일 수업도 기대됩니다요

  • 2022-11-08 12:26

    저도 sf는 거의 관심없는 장르였는데
    이번 시즌에 그동안의 편견을 조금 이나마 깨고 있는중 이예요.
    띠우샘이 들려주는 작가들 비하인드 스토리도 꿀잼 입니다.

  • 2022-11-08 13:15

    저는 첫번째랑 마지막을 잼나게읽은듯싶네요. 저는 sf는 아예 처음읽어보는것같아요 ㅎㅎㅎㅎ 그래서도 더 이야기나누고싶었는데 함께하지못해 아쉬었네요 . 그래도 오늘샘후기통해 함께했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 2022-11-08 19:40

    오늘님 후기 잘 읽었어요.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라니~흥미롭네요^^
    SF는 잘 모르겠고 띠우샘의 이야기는 재미나요.
    앞으로 남은 수업들, 띠우샘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따라가 봐야 겠어요.

  • 2022-11-09 09:01

    문학을 통해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다가가게 해주고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 공감되요~
    이번 책들 읽으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문제들을 질문하게 되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쌤의 과학상상화 내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 2022-11-09 15:13

    무엇보다
    이 풍부한 이야기들을 같이 읽고 얘기해서 좋아요.
    응시- 접촉 하면서^^
    오늘님. 고맙습니다.

  • 2022-11-09 20:27

    맞아요.. 저도 덕분에 SF 다시 손에 잡습니다. 후기 감사해요. 오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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