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시즌 에세이 데이 후기 - 전반부 (1조, 2조 2명)

아낫
2022-07-21 16:58
95

에세이 발표하는 날, 전반부 후기 

발표자와 참관 오신 선생님들, 옹기종기 모여있다. 저쪽에 떡, 방울토마토, 시원한 오미자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다. 

 

첫 번째 조는 고마리님, 겨울님, 넝쿨님, 오늘님이었다. 

고마리님은 “복,복,복”이라는 제목으로 농사를 통해 관계 맺는 일이 자본주의적 계산이나 주고 받음이 아니라 “미덕이 돌고 돌아 상호성을 불러오는” 경험을 써주신 것 같다. 처음 회원제 꾸러미를 하면서 노동의 강도와 들쭉날쭉한 소출, 주변의 인정이나 이익 등의 생각을 할때는 솔직히 고민이 많으셨다는 말씀에 참관오신 갤러리? 손님들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본격적인 농사가 노동의 강도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소비도 함께 고민해야할 일이다. 

-잔고를 0으로 돌리는 희년, ‘0의 기쁨’의 이론적 이해와 그 이상을 위해 공부해 알려주겠다. 등 

나는 고마리님 에세이를 들으면서 자본주의적 요소들로 채워질 수 없는 농업인의 대차대조표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았다. 잠시 농업인이었던 경험을 되짚어 볼 때 ... 그 쌩고생을 하는 이유는 계산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 뺀 논에서 피를 뽑다가 잠시 허리 펼 때 펼쳐져있는 논 위로 바람이 불어 누런 파도를 보는 일 같은 순간들이 평생 가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고마리님도 이런 지점에서 복 부자이신게 틀림없다... 언젠가 고마리님과 수다를 떨다가 오이였나... 아침에 밭에 나와서 보면 너무 예쁘다고 눈이 반짝 반짝해서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상추나 옥수수나 기르신 것을 내 놓으실 때 그 자부심! 아직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이것을 계산에 넣지 못하지만, 감사하지 못하지만 복회원님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셨기 때문일까? “새로운 경제모델 찾고자 지금도 고민하는 문탁의 화폐인 복에, 복을 더하고 싶다”고 마무리 해주셨다. 

 

 

두 번째 발표는 “나의 작은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겨울님이 해주셨다. 

집 주변에 생길 뻔했던 골프연습장을 당시 서울시와의 대화로 숲으로 조성해낼 수 있었던 과정의 의미를 돌아보는 글을 써주셨다. 이번 학기에 [향모를 땋으며]와 [도넛 경제학]을 읽으시면서 인간 중심적이었던 시각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선물’과 ‘보살핌’으로 더 확실히 인식하게 되셨는데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한 면도 있으셨다고. 

이미 작은 텃밭을 가꾸시고, 플라스틱 덜 쓰기, 재활용, 주변 단체들과 느슨한 연대 활동도 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이렇게 애쓰시면서도 또 고민을 하시니 한편으로 짠하고 한편으로 감사했다. 이번 학기 에코프로젝트를 하면서 힘을 받아 “한 발만 담구는” 정도였던 지역사회에서의 실천을 앞으로는 생협 안에서 환경모임을 만들어 조합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집 주변 관악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나무와 청설모, 새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고, 더 친해지고 싶다고 에세이를 마무리해주셨다. 

 

 

세 번째 발표는 넝쿨님이셨다. 감사하게도 당일 아침 호박고지 떡을 선물로 가져오셨다.

이 호박고지 떡은 에세이에도 등장했는데 바로 시어머님이 직접 농사지어 보내주시는 먹을거리들을 보면서 넝쿨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글을 써주셨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머님이 보내주시는 애채 택배들을 보면서 선물이 아닌 상품으로 볼 때도 있었다는 고백과 함께 [향모를 땋으며]에서 다음의 구절을 인용해주셨다. 

“선물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유대 관계를 확립하는 것은 선물과 상품 교환의 결정적 차이다”

넝쿨님은 어머님의 고추장 선물을 문탁에서 사람들과 나누면서 ‘복’ 선물을 받고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호혜성의 작동을 경험했다며 “어머니에게 받은 고추장을 다른 이에게 그냥 나누어 주면서 물둘레를 쳤다”는 고운 표현을 해주셨다. 참고로 넝쿨님 어머님은 홍성 홍동에 계신다고 한다. 가슴에 손길에 사랑이 가득하신 넝쿨님 어머님 건강하시길! 

참가자분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우리 자신이 고추장을 담글 수 있어야 이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아파트.. 도시 거주가 문제다.. 맛이 나지 않아서 하다가 만다.. 등등 

-선물의 관계 감사.. 어떻게 이어갈까,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오늘님의 “도시 거주자로서 받드는 거둠의 최선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발표가 이어졌다. 

참고로 오늘님은 반려견 두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참석하지 못하셨다. 

오늘님은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순간순간 실천하시는 마음을 나눠주셨다. 최대한 “그 희생이 덜 비참하길 바라며” 그렇게 하신다고. 가구까지도 얻어 쓰고 주워다 쓰고 아니면 대나무 가구를 선택하신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 거주자라는 한계가 있어서 스스로 “기준 미달”일 것이라고 평가하시면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해주셨다. 그리고 이 의식적인 노력이 플라스틱을 보면서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주셨다. 왜냐하면 결국 수억 년 전의 동식물의 잔해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을 떠올리고 감사하기가 무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고민하다보면 윤구병 선생님 말씀처럼 “자연으로 떠나야”하는데, 그래도 도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셔서 도시민으로서 살면서 할 수 있는 ‘받드는 거둠’을 정리해주셨다. 

-호혜성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구입하는 일, 

-사람을 노동 수단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일 

– 공정무역 물품을 이용하거나 

–우리밀을 사먹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우정의 연대를 함께한 친구들과 나누는 일 

 

 

두 번째 그룹은 아낫님(나ㅎㅎ), 곰곰님, 토토로님, 새봄님 순서였다.
나는 이날 곰곰님 에세이토론까지만 머물고 약속된 강의를 하러 빠져나와야했다. 진짜 아쉬웠다.
함께한 공부를 어떻게 소화하셨는지 엣센스를 들을 기회를 놓쳐서 진짜 너무 아쉬웠다. 후기 정리도 곰곰님까지 해본다.

 

아낫은 “다시 찾은 님”이라는 제목으로 [향모를 땋으며]의 저자가 오논다가 호수의 오염을 바라보는 마음과 자신이 터널 공사 반대 운동했던 천성산을 보는 마음을 풀어냈다. 아낫은 저자가 산업폐기물이 켜켜이 쌓여 언제까지 복구 작업이 계속될지 모르는 오논다가 호수를 보면서도 생명의 힘을 신뢰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보호’하고자했던 대상과 자신이 맺은 관계를 돌아보았다. 그 대상이 땅이건, 꼬리치레 도롱뇽이건, 산이건 간에 그들을 무기력한 ‘피해자’로 보았다는 반성과 함께 치유자로서의 땅, 자연에 대한 존경심, 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실천으로 

-복원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복원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 

-나무 등 지구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언급될 때 ‘~님’자 붙이기 

-습관적으로 절망하는 자신의 마음 돌보기 등을 연습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께서 보태주신 이야기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분노에서 나아갈 수 있는 연습이라는 흐름이 반갑다 

-연습에 동참해보겠다. 

-친구가 된다는 이런 자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막막한 면이 있다. 충분할 수도 있는데 왜 더 고민하는가? (왜 무기력한가?) / -->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보아 질문을 계속 하게 된다. 

-결과가 중요해져 버리는 것을 잘 관찰해야한다. 대상을 피해자로만 보는 이런 시각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 번째 발표는 “잃어버린 세 개(가지)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곰곰님이 이어가셨다.

곰곰님은 “경제”라는 말의 어원이 “가정경제”를 의미하는 오이코노미아에서 유래했고 이것은 돈벌이(크레마티스티케)와는 구별되는 개념이었다며 잃어버린 가정 경제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까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명료히 해야한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설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은 어떤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셨다. 친구를 만나러 가며 버스를 타도 그렇고 모든 일에 돈이 관련되는 지금 상황에서 “돈벌이와 연결되지 않는 살림살이”를 상상하기가 어렵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우리가 “돈을 사러 간다”는 표현을 썼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돈도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지적해주셨는데 인상적이었다. 

곰곰님은 지금 우리가 여러 가지 합리성 중 하나인 ‘형식적 합리성’만을 절대 지존의 자리에 놓고 있는데, 경제행위의 합리성이란 것을 여러 차원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계산상의 합리성이라고 볼 수 있는 형식적 합리성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합리성(실질적 합리성)도 인정하자고 한다. 19세이 이후 인간, 자연, 사회까지 모두 상품화가 되었고 지금도 상품화는 그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잃어버린 ‘사회적 인간’을 찾아서” 나아가 보자고. 

그러면서 <사서>를 읽고 비주류 경제학 책을 읽는 우리들의 삶이 돈벌이나 경쟁력 신장과는 무관하지만, 사회적 인간으로서 인간의 현실을 하나로만 모아내지 말고, 경제적 동기도 다른 사회적 동기들 안에 ‘묻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세미나 자리에 와 있는 본인의 선택에 대해서 “나의 경제의 관점도에서도, 합리성의 관점에서도, 사회적 인간으로서도 나름대로 옳다”라고 마무리 해주셨다. 

 

참가해주신 선생님들과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정리가 잘된 글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가정경제’는 가족경제와는 다른 의미 시장경제와 다른 현편에 있는 것을 ‘가정경제’라고 볼 수 있겠다. 

-사회적? .. 경제적인 것 최우선의 사고에 비해, 다른 요소들을 드러내는 .. 

-가치에 기반한 합리성을 많이 가져오는 것,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은 그렇게 정확한 존재가 아니야.라고 굳이 합리성을 찾지 말자고 하면 어떨까? --> 실천하기 좋은 것은 “합리성 따지지 말자”보다 “다른 합리성을 찾자”가 좋겠다. 

-내 삶의 의미작용, 진실성을 발휘하는 것의 중요성 

 

 

 

이상하게 첫 조의 4분의 글을 듣고 소감을 말하다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이렇게 더불어 사는 가치를 삶에서 실천해내려는 분들과 모여있다는 것, 저렇게 나누고 함께하면서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또 고민하신다는 것이...  

습관이 된 외로움이 한~~바가지는 녹아지는 자리였다. 

 

 

댓글 2
  • 2022-07-22 13:59

    이렇게나 자세하게 후기를 써 주시다니 놀랍군요 

    점심에는 공식당을 반짝반짝 닦아주고 가셨는데 오후엔 세세한 후기로 하루에 두 번이나 깜짝선물을 주시네요

    두 편의 후기에 두 분의 이야기가 빠져있네요.  보충합니다.

    토토로님은 <시장경제로만 살 수 없다면>에서 공동체가 무너진 산업사회에서 살아가려면 혼자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 아니라 마을, 이웃, 공부 등등의 모임 속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건강한'이라는 수식어는 특별히 붙인 것이라며 불건강한 공동체에서 오히려 마음을 다치고 관계맺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강한' 이 의미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셨어요.

    새봄님은 <선물경제의 화폐를 맛보다>라는 제목으로 유통기한이 있는 화폐개념에 주목하면서 문탁의 복과 무진장에서 시장경제의 화폐와는 다른 돈의 쓰임을 알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복회원이 되면서 마이너스로 시작하는게 부담스럽다고 하셨는데 다들 마이너스로부터 과감히 시작하면 관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거라며 질러보기를 권했지요. 새봄님의 복생활이 기대됩니다.

    에세이로 마무리하는 봄, 여름 시즌,,,,, 함께 해 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함께 나눌 수 있는, 작지만 공통의 것들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을, 겨울 시즌이 이어지면서 공통의 것들이 조금씩 커져가겠지요? 아낫님의 뭉클이 모두에게 퍼지던 순간처럼 어떤 감염의 순간들이 쌓이면서 그렇게 되어갈거예요 가을에도 쭈~~욱 함께 달려봅시당

     

  • 2022-07-25 09:58

    중간에 나서는 발걸음이 그래도 무겁지 않으셨을 것같아요ㅎㅎㅎ

    다음 에세이날은 끝까지 할 수 있는 행운이 오길^^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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