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감상 후기

겨울
2022-06-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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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애니멀> 보고 이야기 나누기

 

에코 프로젝트 여름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밀접접촉자인 관계로 첫날 참석하지 못했다. 그 뒤로 연휴가 있어 한 주 쉬고 두 번째 날, 나로서는 한 달만에 참석하는 세미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에코 프로젝트 참가자분들이 더욱 반가웠다.

이날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작 <애니멀>을 다 같이 보고 감상을 나누었다.

<애니멀>에는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데모에 참가하여 발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벨라와 비플란이 나온다. 벨라와 비플란은 16살, 채식주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벨라는 런던 교외에서 자연을 접하며 자랐고 비플란은 파리 도심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다르다. 비플란은 머리로 이해해야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다. 벨라는 데모에 수만 명이 참가해도 다음 날이면 세상은 여전하고, 아직 어린 자신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면 절망스럽다고 말한다(나는 이 대목에서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하여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어린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

시릴 디옹 감독은 이 둘을 데리고 전 세계를 다니며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학자 둘을 찾아가 지구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 원인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으로 시민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를 만나 해양생태계를 망치는 보조금을 막으려는 노력에 적으나마 힘을 보태려 해 보지만 쉽지 않다. 토끼사육장에서는 A4 1장 크기밖에 안 되는 비좁은 철장에서 토끼를 키우며 인공수정을 해서 한날에 새끼를 낳게 하는 현실을 본다. 그러나 이렇게 무겁고 어두운 현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하여 바다에서 밀려온 플라스틱 폐기물을 치우는 활동가를 만났고, 생물다양성에 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농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사람과 침팬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밝혀낸 제인 구달과 그녀의 소개로 만난 동물학자들도 만났다. 그들은 야생동물들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환경을 망치는 인간이 밉겠지만, 인간을 미워해서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늑대에 의해 피해를 입으면서도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양 사육자와 소 사육자도 만났는데, 자신이 키우는 소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살뜰히 보살피는 소 사육자는 소들을 어떻게 사육장으로 보내냐는 질문에 한동안 대답을 못 하고 울먹였다(이때 나는 <향모를 땋으며>의 ‘감사 연설’을 떠올렸다. 우리가 살기 위해 취해야 하는 모든 식물과 동물에 감사를!).

벨라와 비플란은 16살 청소년답게 바다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했고, 아프리카 초원의 코끼리를 가까이서 보며 경이로워했다.

이렇게 세계를 돌며 사람과 동물, 식물을 보고 만나는 동안 키도 생각도 한 뼘 커진 벨라와 키플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동물에 대해 많이 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인간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인간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정의하고 스스로를 동물로 인식하는 거예요.” (벨라)

“이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아요. 우선 인간에게 중요해요. 이 아름다운 건 보존해야죠. 우주에서 유일해요. 다른 어느 곳에도 이런 건 없어요.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보호해야 해요. 생명을요.” (리플란)

 

영화가 끝나고 빙 둘러앉아 달팽이님의 사회로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감상을 이야기했다(시간이 없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영화에 나온 자연을 해치는 장면들을 보는 것이 불편하고 환경문제에 대해 주변에 말하는 것이 피곤하고 느린 변화에 지치고 둔감해지지만, 그럼에도 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코스타리카처럼 했으면!(오늘), 인간을 미워하면서 인간을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사이), 모순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야 실천할 수 있다(곰곰, 참),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실천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다양하게 나왔는데, 우선 플라스틱 사용 자제는 용기내가게를 하는 파지사유의 특성상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하고 있는 실천일 것 같다(아낫, 블랙 등 다수), 평소에 고기를 잘 안 먹지만 제대로 비건을 실천해볼까 한다(넝쿨, 고마리), 줍깅에 참가하겠다(노라)는 이야기들이었다.

새봄님은 디옹감독의 전작 <내일>을 보고 승용차 출퇴근을 그만둔 후로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했고, 아낫님은 다양성을 추구한 농장 여주인처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은데 변소는 반드시 왕겨 톱밥을 써서 푸세식 변기로 할 것이라고 했다(귀농한 친구네서 써봤는데 정말 냄새가 하나도 안 났다!). 느티나무님은 팽목항에서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물에 지나지 않음을 느꼈다면서 영화제의 <리버>를 권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나를 일깨워주는 영화 <개미와 배짱이>도.

영화도 그렇고, 우리의 감상도 요약하자면, 변화는 느리고 지치는 면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하나하나 실천하고 행동해가다 보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일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인간의 변화가 너무 늦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아,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인간의 위치는 동물이다!

댓글 4
  • 2022-06-12 11:46

    겨울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후기 감사합니다.

    우리집에도 벨라처럼 16살의 소녀가 있어요.

    초등졸업식연단에서 제인구달처럼 동물을 연구하고 환경운동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친구였죠…

    3년후인 지금은 혼자 학교공부 따라가기도 벅차해요.

    공교육안에서는 아이들 다양성의 공존도 쉽진 않고요.

    유럽과 한국의 청소년 환경운동도 온도차가 느껴졌어요. 물론 여기도 목소리내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러고 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비슷한거 같네요.

    자누리님 말씀처럼 지금은  ‘확산’속도가 굉장히 중요한거 같아요. 그리고 한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0명의 채식지향이 효과적이고…

    생물다양성은 우리인간 관계안에서도 살려내야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리고 “젠가”게임처럼 생물다양성은 어느 한 조각만 빠지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는 얘기가 와닿아요. (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에서)

    저는 느티님 추천, ‘개미와 베짱이’랑 자누리님 추천 ‘유칼립투스’보았어요. 둘다 묵직한 울림이 있는 영화들, 감사합니다. 

     

     

     

  • 2022-06-12 21:20

    겨울샘 후기 감사해요.
    지난 시간이 자연스레 떠올려집니다.
    후기 쓰기는 힘들어도 여러 사람에게 다시 정리할 시간이 되니, 후기 쓰기를 넘 귀찮아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2022-06-13 09:46

    환경, 기후위기, 멸종.. 요즘 이런 영화는 늘 나에게 도전.. 하는 마음으로 봅니다. '목격'..비록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목격'도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목격이 나의 의분을 채워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슬픔과 분노가 퇴비가 되어 행동으로 피어나길... 

    영화에서 본 토끼농장... 정말 양호한 편이었어요. 저게 현실을 보여주나 싶을 정도로.. , 몸을 돌려 새끼를 돌아볼 수도, 핥아 줄 수도 없는 엄마 돼지 우리, 똥 오줌은 물론 죽은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하는 방들.. sns에서는 잔인한 영상이라고 우선 보여주지 않는 영상들.. 

    보기 무섭고 힘든데 봐야하는 현실... 그래도 요즘은 외롭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이런 글은 쓰기도 힘들어요 ㅎㅎ

     

    위로 한장..

    새벽이 생츄어리.. 새벽이와 노을 

  • 2022-06-13 15:12

    아낫님의 함께 하니 외롭지 않다는 말씀 저두요,,

    꼼꼼한 후기 덕분에 함께라는 느낌이 더 생생해지지네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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