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1 시즌2> 첫번째 메모 올립니다

띠우
2023-05-30 18:02
214

이제 시작이네요.

메모 댓글로 올려주세요~

댓글 5
  • 2023-05-30 21:25

    p199 대다수, 아마 거의 모든 불쉿 직업에는 이와 비슷하게 고통스러운 대본 없음이 포함되어 있다. 행동의 규범이 모호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하게 되어 있는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한다.
    작년 10월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강의를 들으며 불쉿잡에 대해 처음 들었다. 줌 화면의 뚜버기샘이 내 얘길 하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랐고 일에 대해 갖는 복잡한 감정이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심리학자들이 "대본 없음"이라 칭한다는 딜레마는 내 경우에도 적절한 설명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돈을 버는 게 분명 경제적 자립을 하게 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일이 가치있는 지 회의하기도 하면서 점차 일의 동력을 잃었다. 어떻게 하면 최단 시간 일을 하고, 고객에게는 항시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길 원하며, 나머지 시간은 다른 진짜 일을 하고 싶어진다. 세상은 이런 감정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함에 따른 힘겨움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비유처럼 록산느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고 나의 이런 갈등은 배부른 자의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p217 이런 직업을 만든 경제 시스템이 내 자녀를 부양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우리는 정말 자본주의를 지레짐작하고 싶은가? 아마 그 시스템의 모든 면모는 외견상 아무리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 바로 그 모습인지도 모른다.
    불쉿 잡을 읽고 같이 얘기한 60대 지인은 불쉿 잡이라 하더라도 실업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지 않냐는 의견을 냈다. 국가정책상 실업률은 중요한 지표이고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일에 회의하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서 실업률 해소에 기여하는 걸로 의미를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 2023-05-30 22:35

    사기꾼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사기를 치라고 강요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 런 상황에서는 궁극적으로 사기의 대상과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느끼지 않기가 힘들다. (공감)다만 후자의 경우, 고용주에게 압박을 받고 조종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편을 들어주어야하는누군가의 신뢰를 배신하고 있다는 모욕감까지 더해진다. 142

    첫째 도자기공의 작업 능력, 즉 그의 ‘노동력을 도자기공 본인과 구별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둘째, 그렇게 구분된 능력을 말하자면 균등한 시간 그릇(시간, 날, 근무 교대 시간 등) 안에 쏟아부은 다음 현금으로 구매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다.
    평범한 아테네인이나 로마인들에게 이런 생각은 괴상하고 낯설고 신비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산다는 말인가? 시간은 추상적인 것인데! 그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생각은 도자기공을 일정한 기간 동안(예를 들면 하루 정도) 노예로 빌려준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도자기공은 일반 노예처럼 주인이 지시하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이유로, 도자기공이 그런 조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일시적이더라도 노예가 된다는 것, 자유의지를 강제로 포기하고 타인의 일개 수단이 된다는 것은 한 인간(자유민—옮긴이)에게 닥칠수 있는 가장 비참한 일로 여겨졌다. 163

    현대의 노동규율과 자본주의적 감독 기술 역시 처음에는 상선과 식민지 노예제 대농장에서 개발된 완전 통제 형태가 본국의 빈민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면서 나름대로 고유하게 발전해 왔다.26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새로운 시간 개념이었다. 이것이 기술적 변화인 동시에 도덕적 변화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대개 청교도주의에 헌신했고, 청교도주의는 확실히 그것과 상관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칼뱅적 금욕주의의 더 극적인 형태가 새로운시간 감각의 그저 과장된 버전, 즉 이런저런 방식으로 기독교 세계 전체 중간 계층의 감수성을 재편하는 버전에 불과하다고 똑같이 주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영국에서 시작해 18세기와 19세기 동안 옛날식 간헐적 노동스타일(episodic style of working)은 점점 더 사회 문제로 간주 되었다. 중간 계층은 빈민들이 시간 규율이 없어서 가난해졌다고 보았다. 도박에 돈을 탕진하는 것처럼 시간을 마구잡이로써 버린다는 것이다.
    한편 억압적 여건에 반항하는 노동자들도 같은 화법을 쓰기 시작했다. 초기 공장은 노동자들이 시계를 지니지 못하게 금지하는 곳 이 많았다. 공장주가 공장 시계를 정기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노동자들이 고용주들과 시간비율을 두고 싸우기 시작하여, 고정된 시간제 계약, 잔업 수당, 50퍼센트 초과 근무수당, 하루 열두시간 근무,나중에는 하루 여덟시간근무를 요구했다. 그러나 ‘자유 시간’에 대한 요구는 당시 상황에서는 나올 법한 요구였지만 노동자가 ‘시간제'로 일하면 그 시간은 그것을 구매한 사람에게 속한다는 사고방식을 미묘하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그들의 증조부들에게는, 그리고 실제로 그때까지 살아온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괴상하고 터무니없어 보일 사고방식 이었다. 167

    마지막 말은 자기 분수를 아는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선 하는 공포다.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면 우리 세대의 특권 의식과 빌어먹을 일상 노동을 꺼리는 성향을 훈계하는 설교조의 글을 피할 수가 없다, 젠장! "받아들일 만한" 직업을 고르는 내 기준이 합리적인 탓인지, 아니면 어리석은 눈송이 세대(인내력과 정신력이 약해서 남의 비판을 잘 견디지 못하는 젊은 층을 비꼬는 조로 지칭하는 말—옮긴이) 같은 “특권 있는 멍청이들"(할머니가 잘하시는 말이다.)때문에 생긴 결과인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224

    -아는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미묘한 감정이 되곤했다. 그 감정들이 더 이해되는 읽기 시간이었다.

  • 2023-05-30 23:15

    불쉿잡이라고 하더라도 p192의 로버트나 p193의 캘빈처럼 회사내 나의 상사나 동료가 서로가 열심히 시간을 투자하여 해내야하는 일이 없다는것을 인정한 후 마음 편하게 근무시간동안 느긋하게 노닥거리며 일할 수 있으며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작가가 도입부에 주장한 주 15시간 근무 같은것이 보편화 되리라는 것을 전제조차 하지 않는것을 문득 떠올리며 얼마나 이런 사회에 젖어서 다른 방향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알아차렸다. 불쉿잡을 줄이고 진정한 효율만 남기는것이 불필요하고 고통스러운 눈치를 보며 자괴감을 느끼는것보다 나을테지만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불쉿잡들이 많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 2023-05-31 08:03

    1. 원인이 된다는 즐거움 (The pleasure at being the cause)

    “1901년에 이미 독일의 심리학자 카를 그로스는 어린 아기들이 세상에서 예측 가능한 영향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처음 알게 될 때 아주 크게 기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아이들은 대개 ‘자신’이 어떤 현상을 일어나게 하는 원인임을 이해함으로써(그 증거는 자신이 그 현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존재하며 주위 세계와 구분되는 별도의 실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중요한 것은, 이 깨달음이 처음부터 그 이후 내내 모든 인간의 근본적 배경이 되어줄 기쁨으로 새겨진다는 것이다.”(154-155)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을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행동 동기의 복잡한 부분을 다 가지치기하여 단순화 시켜버린 이 가정으로 설명되는 케이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이론은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에서 불행한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설명하기 힘들다. 3장에 나오는 에릭의 케이스는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럴 때 경제학을 신봉하게 된 근대인들은 설명 불가능한 상황조차 끼워맞춰 버린다. 에릭 같은 사람을 예외로 만들어서 버린다. 인맥을 쌓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지 못하다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잠시라도 자신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면 견디지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는 돈 벌러 다니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 않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카를 그로스의 이론을 적용하니 이들이 왜 그렇게 불행해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2. 게으름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게으름은 도둑질이다. (162)

    “천체의 시간, 하늘의 절대적 시간은 지상으로 내려와 아주 친숙한 일상사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 더욱이 신기술은 지상에서 사람들을 고정된 시간을 균일한 단위로 잘라서 돈을 받고 매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165~166)

    우리는 근대적 시간관념에 길들여져 있다. 시간은 분할 가능하고 돈이다. 고용주에게 판매된 시간은 내게 속해 있지 않으므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열심히 할 일이 없을 때도 눈치보느라 혹은 일을 위한 일이라도 해야 하니 피곤하다. 그리고 나면 지쳐서 내 소유라고 생각되는 시간엔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이런 시간 관념이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기와 프로테스탄스 윤리가 확산된 이,삼백년 사이이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그것이 분할된 일분 일초의 모든 시간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떠올려보면 캄캄한 밤 사방이 잠든 고요한 때는 날이 밝아서 만물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다.
    하지만 시계와 전기조명의 등장은 밤을 낮처럼 만들어버렸다. 오밤중도 한낮과 다를 바 없이 만들어 버렸고, 세상은 잠들지 않는다. 한밤중의 도로는 택배물품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들로 번잡하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점차 노동자들조차 근대적인 시간관념과 억압적인 여건에 길이 들어갔다는 부분이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하루 10시간 노동’ 과 같은 슬로건으로 고착화되어 버린 것이다. 노동 시간은 그것을 구매한 고용주에게 속해있다는 사고방식이 깔려있다는 인식은 우리에게 이미 내면화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다른 어떤 슬로건을 내걸 수 있을까? 그나마 쿠팡노조에서 내건 ‘새벽배송을 중단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거기에 가까운 걸까?

  • 2023-05-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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