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1 破之思惟-시즌1 에세이 발표 후기

뚜버기
2023-05-2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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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젝트1 - 첫번째 시즌  “나카자와 신이치와 야생의 산책” 마무리 에세이 발표회가 지난 5/12일에 있었다. 3년째 접어든 올해 에코프로젝트는 ‘세미나’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돌아가면서 발제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 공부와 생각의 힘을 더 키워보자는 취지였다.

 

첫 시즌의 텍스트로 선정된 나카자와 신이치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문탁이 사랑하는’ 책들 중 하나이다. 십여년 전에 처음으로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를 읽었을 때, 인간을 특권적 지위에 올린 근대문명이 오히려 신화를 통해 지혜를 전승하던 사회보다 야만적임을 알게 되어 놀랐었다. 최근 기후생태 위기, 팬더믹 등을 겪으면서 인간중심주의 아래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으로 구축된 현대 문명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터라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 동료들의 반응은 이전 세미나들과는 좀, 아니 많이 달랐다.  시대가 변한 때문일까. 젠더 감수성이나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 불편하게 읽히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많았고 생략이 많아서 저자의 생각의 흐름이 따라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덕분에 세미나 시간엔 늘 불만과 지적과 어리둥절 등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주거니 받거니 더듬어가면서 어떤 문제는 해결이 되고 어떤 문제는 여전히 의문에 싸인 채로 여덟번의 책읽기를 마쳤다. 과연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몇번의 피드백을 거치다보니 생각 정리되고 또 새로운 깨달음이 추가되었다.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후기를 늦게 쓰게 되어 죄송 ㅠㅠ.

 

첫번째 발표조는 참, 동은, 봄바람님이었다.

참쌤은 “웹툰에서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혼종들과 판타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는 현상을 이번 시즌 공부와 연결시켰다.

동은님은 그동안 공부해온 ‘절기’에서 대칭성 사유의 흔적을 느꼈는데, 고대중국에서 만들어진 절기는 국가통치시스템의 산물인지라 어떻게 봐야할까, 라는 질문이 생겼고 이를 에세이로 썼다.

봄바람님은 <2023년 봄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첫번째 문탁 에세이를 쓰셨다. 봄바람님이 지금껏 직관적으로는 알고 있던 내용들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정리된 것 같아서 반가웠다. 에세이에도 쓰셨지만 세미나 시간에도 섬세한 눈길로 늘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는데, 다음 시즌엔 참여를 못하게 되서 아쉽다. 그림 작업과 전시 잘 마무리하시고 겨울엔 꼭 다시 공부하러 오셨으면 좋겠다.

이어서 나카자와 신이치의 대칭성 사고와 유동적 지성에 대한 개념 질문이 나왔고 세미나 공부가 봄바람님 작업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 아나키즘을 대칭성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어서 제법 길게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두번째조로 낮달, 오늘, 새봄, 고마리님의 발표가 이어졌다.

낮달님은 시즌 내내 책을 덮고 싶을 정도로 불편했던  적이 많았는데 “저자의 의도에 백번 동의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신화들을 보면서 자꾸 ‘죽여 놓고?’ 라는 생각에 멈칫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읽기 싫었던 [ 곰에서 왕으로]를 다시 보며 왜 그렇게 보기 싫었는지 나를 더 이해해보고자” 했다.

오늘님 역시, 결혼을 여자교환으로 보는 전제라든가 동물들이 인간에게 자신의 생명을 선물로 내어준다는 모순된 신화이야기들이 많이 불편했고 저자의 논리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자꾸만 멀어졌던 일에서 출발하여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세미나에서 많은 벗들에게 투덜거리면서 궁금한 것을 여러 차례 정말 여러 차례  묻고 에세이를 쓰기 위해 다시 책에 집중했을 때 그동안 방해물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다른 내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이 보이게 되었을까?

새봄님은 <천사, 유니콘과는 일할 수 없다>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멀리까지 공부하러 오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원천이 순수증여로부터 비롯되는 충만감이었다고 느끼지만, 대칭성 사유를 의미하는 천사와 유니콘을 믿는 사람과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에세이에 담겨있다.

고마리님은 숲해설사 시험일정과 겹쳐서 바쁜 중에도 퍼머컬처를 배우면서 느끼고 관찰한 점 그리고 선물이 순환하는 문탁의 증여 사이클 안에 참가하며 느낀 점을 대칭성이라는 개념에 연결하여 <어떤 패턴을 만들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텍스트에서 느낀 불편함을 적당히 넘기지 않은 글이 신선하고 공감된다는 이야기, 새봄님은 직원과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과연 자연의 패턴을 대칭성 개념과 연결시키는 게 맞을까라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질의응답과 피드백에 토론까지 활기를 띠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급히 이끔이 에세이는 느티나무쌤이 쓰신 에세이 <나는 왜 ‘오늘’에게 ‘나카자와 신이치’ 세미나를 하자고 했을까>만 읽고 종료하게 되었다. 아이들 돌보는 틈틈히 책읽고 메모도 쓰며 공부했던 유님이 아이들이 갑자가 아픈 바람에 에세이를 쓰지 못해 아쉬웠지만 시즌2를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다.

 

갤러리로 참석해서 들어주고 질문해주고 격려해준 에코프로젝트2 분들과 인문약방 분들 그리고 월든의 초빈 덕분에 지루할 틈없이 훈훈하게 에세이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후기에서는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와 문제의식만 소개했는데 이어지는 내용은 첨부한 에세이 전문을 통해 읽어주시면 좋겠다. 

 

에세이를 쓰는 일은 공부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의례가 분명하다. 시즌1 내내 굳이 왜 이렇게 공부하고 글을 쓰느라 고생해야 하나 싶던 마음은 저 멀리 사라지고 성령^^이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질문으로 세상을 바꾸고 나를 바꾸는 길을 함께 열었으면 좋겠다.

 

ps. 더치커피 찬조해주신 달밤더치에도 감사^^

 

댓글 5
  • 2023-05-25 06:45

    참 <나는 벼룩이고 눈알이고 메두사고 ...>
    동은 <창조적 대칭성을 위하여>
    최종 에세이 올립니다.

  • 2023-05-25 06:47

    봄바람 에세이 <2023년 봄의 선물>
    낮달 에세이 <다시, 질문을 찾아>
    올립니다.

  • 2023-05-25 06:49

    오늘 에세이 <신화적사고에 한걸음 다가가기>
    새봄 에세이 <천사, 유니콘과는 일할 수 없다!?>

  • 2023-05-25 06:50

    느티나무 <나는 왜 ‘오늘’에게 ‘나카자와 신이치’ 세미나를 하자고 했을까>
    뚜버기 <자누리 비누를 ‘잘’ 팔고 싶다>

  • 2023-05-26 13:09

    그날의 감동과 홀가분함과 감사가 다시 올러오네요! 정말 세미나 함께 하는 샘들의 힘을 느낀 시즌이었어요. 뚜버기샘 느티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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