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대신 'SF' 클래식, 아홉번째 시간

초희
2023-05-12 16:23
159

안녕하세요~ 후기를 진작에 써놨는데 업로드가 늦어졌네요!

 

1.
이번 시간에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끝까지 읽고 모였습니다. 이 소설은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훌륭한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생명과 기계,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의심하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사막에서 묘~한 경험을 하는 결말부분의 의미는 뭐였을까요?

​안드로이드들이 라디오쇼에서 폭로했듯 ‘머서’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린스크린앞에서 연기한 배우일 뿐입니다. 머서가 허구라는 것이 폭로되고나면 사람들이 머서교를 믿게 되지 않으리라는 안드로이드들의 (그리고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소설의 끝부분에서 데커드는 머서의 환영을 보는 경험을 합니다.
세미나에서 '허구에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는​ 생각도 못했던 주제라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저게 가능해요?’라는 질문을 자주한다고 합니다. 저것이 가짜라면 의미가 없다, 볼 가치가 없다라는 생각을 내포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는 점점 허구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갑니다. (소설속 안드로이드들이 그랬듯.) 점점 종교, 신화, 의례의 의미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가짜’일까 질문할 수 있습니다. 허구에서 비롯된 감정 (ex.팬필드 감정오르간, 약물, 신파영화~?) 이라고 그것이 가짜 감정일까요? 예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고 성경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면 종교는 의미 없는, 가짜인 것일까요? (현실에서 믿는 사람 20억명이 이 믿음에 의해 행동하고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때 진짜/가짜는 중요하지 않을수 있다.)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을 엮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결국은 허구를 만들뿐일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것에 가치가 없을까요?
머서가 가짜임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 옆에 (환영으로) 남아있는 머서를 보며 작가가 머서교 이야기를 넣은 이유는 뭘까 궁금해하며

.... 요런 이야기가 세미나에서 나왔습니다. 그치만 ^^; 저는 이것이 엄청 와닿지는 않고요 다시 읽어봐도 머서가 언급되는 부분은 아리송합니다. 어쩌면 저는 종교가 가짜라면 의미를 가질수 없다 믿는 안드로이드랑 비슷해져가는 모양입니다. 하하…. 

 

2.

왜 이 소설에서 동물이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로 등장했을까 하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우리 세상에선 (식용)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도록 막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소설속에서는 안드로이드들에게 감정을 느낄수 없게 막고 있습니다. 닭과 돼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현 음식공급시스템을 유지할수 없는 것처럼 소설 속 세계에서도 안드로이드산업시스템을 유지할수 없게 될것 입니다. 소설에서는 '경계'를 살짝 옮겼을 뿐입니다. 인간/동물에서 생명/기계로요.

소설속 동물들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같지만, 그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동물이 실제로 인간의 '감정이입능력'을 증가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나 이렇게 비싼 동물을 키운다' 보여주기 위해  키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데커드가 빚까지 내서 비싼 염소를 사지는 않았겠죠?

('허구에도 의미가 있는가'하는 의문을 전기동물에게까지 물어 볼수 있겠네요... 전기양의 모의된(simulated)가짜 반응은 아무 의미 없는 걸까요. '의미'는 또 뭘까요. 파고파도 생각해볼거리 많은 소설이네요.)

 

3.
마침 제가 푸코(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어서, 푸코가 과거(그리스,중세)를 연구한 이유가 현재를 낯설게 보기 위해서 였다는 문장에서 SF소설이 떠올랐습니다. SF는 반대방향으로, 미래로 가서 낯선 세계를 상상해 봄으로써 익숙해진 현재의 세상이 꼭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렇다면 SF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사는 세상과 과거에 이렇지 않았던 세상을 알 필요가 있지않을까요? 그렇다면 SF소설을 쓴다는 것은 더 요원해지는 기분인데요….

 

4.
세미나의 마무리로 (1) 책을 하나 골라 리뷰를 쓰거나 (자신의 경험, 사회현상을 담아) or (2) 단편SF 소설(!)을 쓰기로 했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소설을 쓰고싶다는 의사를 밝히셔서 놀랐습니다. 
제가… 소설을 완성시킬수 있을까요?

 

다른 분들, 좋은 아이디어 좀 생각나시는지요? 다들 한주간 수고하세요~!

댓글 1
  • 2023-05-15 20:44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시대가 '용도'를 지닌 동물에 대한 감정 이입을 막는 메커니즘을 가진 것처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세계에선 용도를 가진 안드로이드에 대한 감정 이입을 막고 있지요. 초희님이 말씀하셨듯, 이런 점에서 과거를 연구해 현재를 낯설게 보려 했던 푸코의 시도와 미래를 상상해 현재를 낯설게 보려하는 SF 장르의 시도가 맞닿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참고자료 등을 잘 활용하셔서 SF 단편을 무사히 완성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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