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은 <아이, 로봇> 후반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전 SF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고, 스토리적 전개도 좋아서 전반부보다 더 재미있었다는 소감이 많았습니다. 로봇이 입력된 로봇 3대 원칙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키는 지 그리고 그 철저함으로 인해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주요 내용이었는데요,

  인간을 해칠 수 없다는 로봇 제 1원칙을 지키기 위해 로봇들이 정말이지 ‘유도리’ 없게 행동하는 원리원칙적인 모습을 보며 코란을 절대절명의 원칙으로 삼고 가차없이 행동하는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는데요,  

  많은 SF 영화와 책에서 묘사되었듯이 로봇 역시 자아가 생길 것이다, 인간의 아이도 학습하면서 자아상이 생겼듯이 로봇에게도 자아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인간이 로봇을 지배-피지배 관계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로봇이 적대 관계가 된다는 설정은 클리셰적이다,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보자, 인간이 다른 종인 돼지에게 우월감을 느끼지 않듯 로봇에 우열을 느끼고 두려워하게 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로봇을 인간과 흡사한 외양과 감정을 가진 것으로 묘사해서 그런 것이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편 이 책에 나오는 ‘시장이 된 로봇’처럼 사적인 이익을 챙기지 않고 모두에게 이익의 되는 방향을 기계적으로 충실히 따르는 로봇이야말로 인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므로 사람들이 따를 것이며 그래서 로봇과 인간은 충분히 공생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는 인간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주체로서는 믿을만하지만, 정의(친일파 재산 환수를 위해 공적인 비용이 사용되어야 한다던지), 소수 인권(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비교적 적은 수의 인명은 희생되어야 한다던지)등과 같은 가치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chat GPT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벌써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는 지금, 고전 SF에서 그렸던 미래가 하나 둘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현 시대의 욕망이 반영된 새로운 미래를 예견하는 SF가 쓰여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SF라는 장르의 특수성이 새삼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