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철학 시즌2<국가> 네번째 시간 후기

스르륵
2022-06-30 20:04
323

  이번 시간 392a ~ 417b 은 제3권 이다.

 지난 시간 '수호자들의 교육' 논의 중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 3권에서는 주로 문체음악, 예술, 체력 단련 교육, 그리고 수호자 중에서 치자 선발까지 제법 다양한 주제가 나온다. 낭독 후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감들이 많이 나왔다.

 '수호자를 이렇게나 철저하게 교육시키는데 왜 수호자가 흔들릴거라 또 걱정(416c)을 하지?, 한 가지만 잘하는 인간이라는 전제(394c, 395a)는 너무 이상하지 않나?,  '금은동 신화(415a)'가 의미하는 것은 세습인가 현대판 능력주의인가, 수호자 이야기는 왜 이리 길까,  플라톤이  '이원론'의 대가임을 확실히 알겠다, 자세히 보면 플라톤은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만 다루지 인간 '밖' 세계는 안 다룬다, 여기서 인간주의 전통이 시작된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사고방식과는 대조되는 플라톤의 '직관적 사고방식', 플라톤이 '의지'하고 있는 전제는 무엇일까?,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플라톤주의를 생각해 보자!'

질문과 소감들 하나 하나가 모두 에세이 주제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우리는 '길게' '파고' 드는 건 금지다! 얇지만 끝까지 가보는 것이 일차 목표이기에...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몇 재미있었던 부분은 먼저, 플라톤 교육(이야기, 시, 음악, 노래, 연주, 조형예술)의 목적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영혼으로 하여금 주변에 있는 감각 세계의 참된 의미를 읽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래서 인간의 삶 어디에서나 영혼을 에워싸고 있는 선? 진리?의 다양한 형식들을 분별하고 인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402c),   안되면  '거짓말'이라도 감행해야 한다((414b)는 논조에서 플라톤이 이야기꾼들을 비판하면서 그 자신은 스스로 위대한 이야기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왠지 더 짐작되었다.

 

    다음은 플라톤이 모든 교육에서 내내 주장하는 '단순성' 이다. 이야기도 노래도 문체도 선법도 예술도 다양하고 흥미를 유발하면 안된다. 그것이 일차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린 자신의 이익 위해선 '더' 엄격하고 '덜' 재미있는 시인과 작가와 장인으로 만족해야 한다(398a). 심지어 식단도. 그러나 플라톤이 소거해버리는 이 '다양성'은 지금 현대의 주요 주제가 아닌가. 그럼 플라톤이 말하는 '단순성'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 아마 현대의 우리가 말하는 다양성의 배제는 아니지 않을까. 그보다는 우리가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어떤 삶의, 인간본성의  '원리' 같은 것으로서의 간결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착한 사람은 현명해 질 수 있어도 사악한 사람은 현명해 질 수 없다(409e) 이다. 지적 본성과 도덕적 본성 사이에는 어떤 경계선도 없다는 말일텐데, 이는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도 이 논리 따라가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 그 논리 까마득히 잊었다.) 우리는 자신의 인격과는 무관하게 지적인 판단력을 견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격에 결함이 생기면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기는 걸까? 이는 지적인 것이 과연 무엇이냐에 딸린 문제인가?

 

    낭철에서 동학들의 '목소리'는 각자 서로 다른 얼굴들처럼 느낌이 다 다르고 여하튼 참 다들 '멋지다'(더 획기적인 단어가 생각이 잘 ...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도 ***샘처럼  귀엽고 낭낭하게 성우처럼 읽어 볼까? 아니, **샘처럼 부드럽고 지적이게 읽어볼까? 아니면, **처럼 기분 좋은 젊은 기운의 목소리로 읽어볼까, **샘처럼 잠이 확 깨지게 똘이 처럼 읽어볼까.. 이렇게 즐'거운 고민의 몇 바퀴를 돌고 나면 낭독은 어느새 끝이 나있다. 그러다 보면 최소한 졸진 않는다^^ 그게 어딘가!

 

참고로, 어쨋든 후기는 빨리 쓰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이번 후기는 빨리 씁시다.'란 말에  더 늦게 쓰고 싶었다는...ㅎㅎ 

참 그리고, 플라톤이 쓸모없다는 그  '뤼디아 선법'이 궁금하다. 이 선법이 사용되었다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작품12번 제3악장을 들어봐야겠다. 장마 분위기와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댓글 6
  • 2022-06-30 23:06

    베토벤 현악사중주 작품12번 제3악장을 들어봐야겠다...에 낚여서 들어본 1인. ㅎㅎ 

     

    잊고 지내던 플라톤을 다시 만난 즐거움은 잠시. 읽을수록 그래 내가 이 인간을 이래서 싫어했지! 

    그 기억이 지난 시간 내내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하지만 또 궁금해져요. 끝까지 다 읽으면 전과는 쫌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 

    그나저나 함께 읽는 낭독의 힘이 대단해요. 
    읽고 나면 종아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선명한데 읽는 속도 놓칠까봐서 긁지도 못해요... ㅋ

     

    좀 더 빨리 읽어 진도 끝내고. 정군쌤의 플라톤 강의를 함 듣고 싶어요. 
    저만 이런 소망 있는 건 아닐테고... 암튼... 그래요~^^

     

     

    • 2022-07-02 16:36

      순서 놓칠까봐 꼼짝 못 하는 게 저 혼자만은 아니군요 ㅋㅋ

  • 2022-07-01 06:11

    스르륵샘의 적당한 저음 낭독도 참~ 좋답니다. 

  • 2022-07-01 10:13

    저도 스르륵샘 덕분에 베토벤 음악도 들어보고 ^^ 음악도 문외한이라서 ...ㅋ  그래도 너무 좋았습니다 ^^

    이번 세미나 참여하면서 ...시와음악 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잠깐 ㅋ 생각했습니다

    스륵륵샘 다음여서 ㅋ 샘 목소리가 오래 남습니다 샘 목소리 너무 좋아요^^

  • 2022-07-02 16:39

    지난 시간 중간에 들어가서인지 스르륵샘의 후기를 읽고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에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책을 펼칩니다.
    이것도 후기의 긍정적인 효과 ㅎㅎ
    말씀하신 음악도 들어봐야겠네요.
    고음인 제게 스르륵샘의 목소리는 안정감을 줘요^^

  • 2022-07-04 08:56

    크하! 아름다운 (속도로 올라온)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특히 "이야기꾼을 비판하면서 위대한 이야기꾼"이 되었다는 평가가 인상적이었고요.(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나 '단순성'을 강조하면서 본인은 그렇게 안 단순하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같습니다. 

     

    저도 세미나 시간마다 선생님들의 읽는 속도, 톤, 대화 부분에서의 연기 등을 주의깊게 듣는데, 정말이지 사람마다 다 다른 점이 언제나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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