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떼가 왔다. 그리고 이제 악어떼가 갔다

문탁
2023-01-20 11:41
108

“악어떼가 왔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지난 13년간 악어떼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나는 처음에는 ‘계몽의 파토스’가 가득했다. 아무것도 비빌 언덕이 없는 아이들, 학교에서는 ‘깔아 주는’ 아이들, 친구들에게 자기 집(시설)을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아이들, 열여덟 살이 되면 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아이들. 난 이 아이들이 시설을 나가서도 잘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립적으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기자신의 ‘언어’를 갖게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편의점 알바비라도 뜯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할 수 있으면 개인별 맞춤 진로 교육도 해주고 싶었다. 자원(인맥, 돈)이 많은 우리는, ‘음악이 하고 싶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실용음악과 교수를 섭외했고,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는 청소년 한 명을 위해 이웃 고등학교의 역사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었다. 자동차 정비를 하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서는 문탁옆 카센터 사장님을 꼬셔서 애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줬다. 지금 생각하면, 아, 오버~ 쩔었다!!

 

그뿐만 아니다. 상상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논어 서당, 시 읽고 암송, 책 읽고 글쓰기, 도서관서 책 읽기 같은 전형적인 인문 프로그램부터, 사진, 영화, 연극, 합창 같은 예술 프로그램, 탁구, 족구, 보드 같은 스포츠 프로그램. 그리고 책 팔기, 일일식당 같은 돈 버는 프로그램까지. 그런데, 그래서, 도대체 그것들은 우리와 그들에게 무엇이었단 말인가?

 

솔직히 말하면 계몽적 파토스에 가득 차 있던 나에게 (초기) 악어떼 활동은 좌절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어떻게 접속해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프로그램도 소기의 성과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는데 왜 마음이 허전하지? (사실 이건 중산층 부모가 자식한테 올인하고 나중에 드는 감정과 비슷한 것이기도 하다 ㅋ..) 급기야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빠지고 젊은 남자 회원들로 프로그램 운영진을 대체했다.

 

1기 졸업식 날, 악어떼 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젊은 아빠 청량리도, 젊은 청년 지원이도 쫌 울었다. 그리고 난 그날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리는 악어떼를 가르친 게 아니었고 다만 조금 친절한 동네 어른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그냥저냥 관계가 이어진 거였구나. 그러니까 그들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인연’이었다. 귀한 인연, 좋은 인연!!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들이 나(우리)에게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오게 되면서, 나의 ‘강자성’을 깨우쳐주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나의 무능력함을, 변용 능력의 한계를 깨닫게 했다. 이후 나는 어깨에서 완전히 힘을 뺐다. 밀양과 더불어 악어떼는 문탁을 가장 문탁답게 만들어주는 어떤 특이점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활동처럼 무심히 하기로 했다.

 

1기가 졸업하고 2기가 모집되고 3기가 이어지면서 문탁에서 악어떼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바뀌었다. 뿔옹, 지금, 여울아, 노라, 작은물방울, 따따루... 우리 내부에서는 여전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꾸준히 문탁을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어제 2기에 이어 3기가 졸업했고, 이제 문탁의 악어떼 활동은 마감한다. (성심원에 청소년들이 없어요^^) 마지막까지 애써준 노라와 작은물방울, 따따루, 그리고 악어떼 활동이라면 늘 군말 없이 달려가는 청량리, 고은과 우현 등에도 감사한다.

 

 

그들에게도 악어떼가 공부였고, 배움이었기를 ~~ ”

 

 

 

악어떼 돌아보기

 

1.2010년 악어떼 시작

 

2. 악어떼 2기 시작과 활동

 

3. 악어떼 3기 단편영화 시사회

 

댓글 3
  • 2023-01-20 17:05

    좀 뭉클했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애들은 정말 쑥쑥 크더군요

  • 2023-01-21 11:25

    아ㅡㅡ 생각해보니 13년전 악어떼 첫 그자리에 저도 있었네요. 그리고 마지막 자리에도 있었네요.

    졸업한 친구들과 어떻게 만나 서로의 인연을 이어가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저도 악어떼 일이라면 거절않고 달려오는 청량리와 우현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함께하려고 시간내고 마음내어 주시는 문탁분들께도 감사를 ...

  • 2023-01-21 15:46

    2010년, 악어떼 시작하기 전에 성심원을 방문해서 문탁을 소개하고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 때 우리의 요청 1번이 문탁에 와서 프로그램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아이들과 마을에서, 문탁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었지요.
    사실 성심원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데 모두 시설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던 때였어요.
    우리가 그런 엉뚱한 요청을 했을 때 원장 수녀님이 당황하고 놀라셔서 우리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이렇게 십년이 넘도록 이어질 줄 우리도 수녀님들도 알 수 없었지요.
    1기 아이들이 무서워하던 준상샘이(그 땐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답니다) 2기, 3기를 거치면서 노라와 물방울의 중요한 파트너가 된 것도 놀라운 변화지요.ㅎㅎ
    한동안 매년 하는 성심원 내부 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심사위원으로도 여러번 참석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13년간 계속 악어떼와의 인연이 이어오는 동안 악어떼와 함께 했던 청량리, 지원, 여울아, 뿔옹, 지금, 노라, 물방울, 따따루님,
    그리고 문탁 청년들 고은, 우현, 새은, 해은이까지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이 인연이 만들어낼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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