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해설서 낭독, 첫 번째 시간 후기

여울아
2023-01-10 02:59
253

세미나 후 바로 써야 하는데, 쓰다 말았더니 다시 이어쓰기가 곤욕이네요. 후기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저 역시 가마솥님처럼 해설서를 읽고 났더니 원문이 읽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ㅎㅎ

 

우선 지난 시간 55p와 61p에서 각각 "학적 진리의 요건인 보편성과 필연성", "학적인 보편성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 두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학적"이라는 말은 "학문적"이라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학적"이라는 말이 낯설어서 "과"학적이라는 말의 오탈자라고 생각했는데, 특히 61p 내용상 "형이상학은 학문적 보편성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착오없으시길~~ 혹시 70, 80년대에는 학적이라는 말을 썼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지금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지난 시간 낭독으로 철학읽기 어떠셨나요? 중간중간 설명이 들어가니까 단번에 주욱 읽는 낭독하는 맛이 떨어지고, 해설서에 자기 해설을 더 하다 보니 말이 꼬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다고 질문 시간이 많지도 않구요. 아마도 이런 건가??? 고개가 갸우뚱 하셨으리라 싶습니다. 저도 처음이라 이런 건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부 드리고 싶은 한 가지. 제가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분들 읽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좀 느리다 싶게 읽어주셔야 내용 파악이 쏙쏙 되더라구요. 짧은 내용은 괜찮은데 꽤 긴 내용인 경우 중간에 한 두번 놓치면 그 단락은 낭독하는 분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더라구요.  다같이 속도를 맞출 수는 없겠지만, 내가 천천히 읽는 구나... 스스로 느낄 정도의 속도면 어떨까 싶습니다. 

 

1장은 책 전반에 관한 개괄, 2장은 <순수이성비판> 서론(머리말)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20p <순수이성비판>의 전체적인 구조가 외부 정보가 우리에게 들어오는 순서, 그리고 가공하고 인식하는 절차에 따라 구성되었다는 것. 

 

=>앞으로 책의 순서는,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성", 그 정보를 가공하는 "지성", 그 다음 "이성" 순이라는 것. 

그래서 다음 시간  3장부터 2부 초월적 "감성학"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1p 우리의 인식 과정은 감성과 지성의 합동 작전 비슷한 것이다... 

 

=> 이것을 50p에서는 "종합"이라고 말해줍니다. "경험적 인식"은 감성과 지성의 종합으로 얻어진다면 반면 "선험적 인식"은 어떤 경험과도 무관하게 순수하다는 것. 가령 삼각형, 정이십면체와 같은 수학적 개념은 경험과 완전히 독립된 순수 선험적 개념의 좋은 예입니다.(50p) 왜냐하면 각도기와 콤파스로 아무리 완벽한 삼각형 혹은 원을 (경험적으로) 그리려고 해도 우리는 개념으로 완벽한 이들을 직접 그려내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학 명제는 경험적인 영역이 아니라 선험적인 영역입니다. 

 

따라서 칸트의 "선험적 종합판단"에 관한 3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모두 수학과 자연과학의 명제들입니다.

 

61p 수학과 자연과학에서는 선험적이고 종합적인 명제가 확실히 확립되어 있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그런 사례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에서도 선험적 종합명제가 가능해야 학(문)적인 보편성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학 계산의 경우, 수 그 자체는 선험적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를 아무리 분석해도 곱셈과 덧셈에 대한 어떤 답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종이 위에 (경험적으로)계산을 해야 합니다. 칸트는 이것을 종합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선험적 종합판단이란 칸트가 형이상학의 학문적 보편성을 재건립하기 위해 "선험성"과 "종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그의 독특한 이론 체계라는 것. 

 

64p 칸트의 철학을 "초월론"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서양철학은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획기적이었기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들 말할까요? 

이전 철학은 대상의 일치 문제에 갇혀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 대상과 나의 표상이 일치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칸트는 우리가 수동적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관이 능동적으로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 이때 대상을 받아들이고 종합하기 위해서는, 주관의 "선험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칸트는 초점을 이동한 것입니다. 이것을 칸트의  "초월적 방법"이라고 합니다.

 

<B판> 서론(아카넷판 214p) 맛보기 해보시겠어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

1.순수한 인식과 경험적 인식의 구별에 대하여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함께 시작된다는 것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의 감각기관들을 건드려 한편으로는 스스로 표상을 일으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지성활동을 작동시켜 이 표상들을 비교하고, 그것들을 연결하거나 분리하고 그렇게 해서 감각 인상들의 원재료를 경험이라 일컬어지는 대상에 대한 인식으로 가공하게 하는 대상들에 의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면, 다른 무엇에 의해서 인식 능력이 활동으로 이끌어지겠는가? 그러므로 시간상으로는 우리에게 어떠한 인식도 경험에 선행하는 것은 없고, 경험과 함께 모든 인식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인식이 경험과 함께 시작된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인식 모두가 바로 경험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 인식조차도 우리가 (감각)인상들을 통해 수용한 것과 우리 자신의 인식 능력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산출해 낸것의 합이겠으니 말이다. 우리는 오랜 훈련을 통해 그것에 주목하고 양자를 분리하는 데 익숙하게 될 때까지는 (우리 자신이) 추가한 것과 저 기초 재료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경험으로부터 그리고 모든 감각 인상들로부터도 독립적인 그런 인식이 과연 있는가 어떤가 하는 물음은 적어도 좀더 상세한 연구를 요하는 문제로, 한 번 보고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인식을 선험적 인식이라 일컬어, 그 원천을 후험적으로, 곧 경험에서 갖는 경험적 인식과 구별한다. 

=================================================

 

3년전 우연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서문 읽기 게릴라 세미나에 뭣도 모르고 참석했었는데요. 

당시는 이 쉬운 말들의 조합도 무슨 말인지 헷갈렸습니다. 경험으로 시작된 문장이지만 그 경험을 구성하고 종합하는 인식의 틀, 칸트식으로 말하자면 "선험적 인식"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이기에 초월론(transcendental)이라고 부르고, 선험적 능력이란 경험과 관계 없이 우리의 경험을 구성하고 종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습니다.  경험으로부터 독립적이지만 우리를 다같이 경험하게 해주는 어떤 능력이 있다니...  

따라서 다음 시간은 이렇게 우리의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식의 과정 첫 번째,  초월적 감성학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읽습니다. 칸트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당대의 물리학적 성과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시면 그의 주장을 더 잘 이해하기 쉽습니다. 김상욱 교수의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을 참고해주세요.  

 

 

 

 

읽는 순서와 맡은 분량은 아래, 가마솥님 글을 참조해주세요~~ 

 

 

 

댓글 2
  • 2023-01-10 20:09

    ㅎㅎ 벌써 세미나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낭독과 요약, 그리고 낭독을 마친 후의 토론,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세미나를 끝내고 이정우 선생이 쓴 개념뿌리를 꺼내어 <선험적 주체>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이수영 선생님이 선험적이라는 것을 확장해서 쓸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여전히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칸트에게 선험적인 것은 보편성과 필연성을 담보하는 개념입니다. 바로 그 선험적인 것이 없으면 철학의 보편성과 필연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수영선생님이 확장해서 쓸 수 있다고 한 선험적인 것은 보편성과 필연성과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칸트가 선험적이라고 한것, 즉 그가 보편성과 필연성을 준다고 한 그것 역시 그가 살던 시대와 문화와 사회의 믿음을 반영한다고 생각해보면
    그것을 확장해서 쓰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아무튼 제 스스로는 '선험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칸트는 어떻게 썼고 우리는 또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앞으로도 좀 생각해볼 문제라는 정도로 정리하려 합니다.^^

  • 2023-01-12 06:57

    "우리의 경험 인식조차도 우리가 (감각)인상들을 통해 수용한 것과 우리 자신의 인식 능력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산출해 낸것의 합이겠으니 말이다. 우리는 오랜 훈련을 통해 그것에 주목하고 양자를 분리하는 데 익숙하게 될 때까지는 (우리 자신이) 추가한 것과 저 기초 재료를 구별하지 못한다."

    이부분은 베르그손이 말한 '이미지의 두체제'인거 같아요.
    왜 서양인들은 당연한 외부세계와 또 너무도 당연한 내부세계를 분리해서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지 원..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지 쯧쯧...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론과 시간에서 일어나는 합리론,
    그 둘의 종합을 하려한 스피노자, 칸트, 베르그손...
    각자 입장은 다르지만 이들은 그 둘이 따로따로 있는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아주 어렵게 애기해주고 있네요.
    칸트는 처음 접하지만 꼭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피노자와 베르그손은 접해보았으니 이제 칸트를 접할 시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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