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루쉰인가요? 제임스 조이스를 소개합니다~

여울아
2023-01-03 17:24
291

영어세미나는 겨울방학동안 1월부터 3월까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습니다.

제가 팽귄클래식으로 먼저 읽다가 중간쯤에 옥스퍼드 출판사꺼를 받았어요. 

팽귄으로 읽을 때도 뒤에 단어 해설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쉬~ 옥스퍼드가 더 좋습니다. 

옥스퍼드는 인용된 성경구절이나 평론가의 출처를 밝히면서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복잡하게 역사적 종교적 맥락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설명하는 단어들이 많이 비슷해서 어찌어찌 오늘 세미나 준비를 해왔는데요. 

뭐니뭐니 해도 세미나는 이렇게 얼굴 보고 해야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오늘 얼굴 봽게 되어 기뻤습니다. 

 

프리다샘이 10년전 제임스 조이스 관련 강의자료를 공유해주시고(앞으로 잘 참조할 게요^^) 제임스 조이스 약력과 그의 작품세계 관련 정보를 간단히 요약해주셨습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첫 단편집을 통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집중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저에게는 루쉰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는 20대에 학업을 목적으로 아일랜드를 떠납니다. 그럼에도 이 단편집을 통해 "더블린을 재건축하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더블린의 온갖 치부들은 과연 그가 더블린을 이렇게 부조리하고 멍청하게 그려내는 것에 대한 목적을 의심받습니다. 어린시절 친부로부터 학대받으며 15남매 중 살아남은 10남매의 장남이었던 그에게 더블린은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첫 작품은 <The sisters, 자매>. 이 소설의 핵심어는 <마비, paralysis> 라고 합니다. 마침 제가 번역해오는 페이지에 첫 장에 마비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소년의 친구, 사제가 세번째 뇌졸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로 인한 마비는 개인의 병명을 넘어 소년에게는 두렵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됩니다. 이 소년이 이런 마비현상을 유클리드 기하학의 그노놈;gnonom 같은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혹은 교리문답서의 성직매매;simony 같은 죄많은 어떤 것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마비현상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이때 우리는 그 소년의 다짐이 자신과 우정을 나누었던 사제의 병명인 마비현상을 지켜보겠다는 말로도 들리고, 다르게는 일상에 비밀스럽게 침투한 마비현상을 지켜보겠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하필 소설 첫 주제가 마비라니.. 루쉰의 "아큐정전" 주인공 아큐도 떠오르고 "약"에 나오던 아픈 아이 엄마도 떠오릅니다. 중국의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던 루쉰 역시 중국의 마비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소설에서 화자는 소년입니다. 그는 사제와  대단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노사제는 소년이 자신의 길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팽귄판) 또 소년은 그 사제에게 대단한 존경심(옥스포드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they say he had a great wish for him에 대해 각 출판사마다 해석이 다르다.) 

그런데 화자가 회상하는 사제와의 우정은 좀 이상(queer 퀴어... 네, 우리가 생각하는 그 퀴어 맞습니다..)합니다. 그의 회색빛 얼굴이 환영처럼 좇아오면 소년은 얼굴을 묻고 나쁜 일은 모두 잊고 싶은지 크리스마스를 떠올릴려고 애씁니다. 그 소년은 여전히 궁금합니다. 왜 그 사제는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지 왜 그 사제의 입술은 침범벅인지 말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가 이제 마비로 죽어버렸다는데 안도하며 그에게 죄사함의 희미한 미소를 띄우게 됩니다. 옥스포드판에서는 소년이 그를 사면(용서)함으로써 자신이 사제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상상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해석도 좋았습니다. (더불어 소년도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다는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그의 부고소식을 접한 소년은 뭔가 억눌린 것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애도가 아니라 오히려 해방감조차 느껴지는 자신에게 불편해집니다. 사람들은 소년이 그 사제로부터 엄청난 것을 배웠다고 말들하지만, 정작 소년이 기억하기로는 그의 질문에 버벅거리는 자신이 떠오를 뿐입니다. 이런 자신을 향해 웃어주거나 고개를 끄덕이던 사제. 그는 오히려 그 사제와의 불편했던 첫 만남이 떠오를 뿐입니다. 

오늘 세미나는 7페이지 18번째 줄까지 읽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소년과 사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불길합니다만, 끝까지 드러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the sisters>인데, 그 사제의 여동생(누이?) 두 사람이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묘연합니다. ㅎㅎ

 로마에서 신학대학을 나오고 라틴어를 줄줄 읽어댈 줄 아는 촉망받던 사제는 어쩌다 소년의 꿈에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 소년은 자신의 꿈의 마지막을 기억할 수 없을까요? (But I could not remember the end of the dream.) 자신이 꿈에서 가본 적 조차 없는 페르시아 같은 곳에 있던 것 같다거나 그 꿈의 마지막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그의 기억의 저편은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마비>로 인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외에도 프리다님이 그노놈과 성직매매가 이 소설의 핵심어라고 했는데요. 

성직매매simony는 사이먼이라는 성직자가 자신의 사제직을 돈받고 팔고자 하다가... 그 이름 그대로 싸이모니...가 되었다는 뼈아픈 전설.. 아니 어원이 전해집니다. 뒷편 단어 해설집을 읽으면 간단한 단어 이상으로 소설 독해에 도움이 되니까 꼭 훑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 숙제입니다. 

여울아 : we blessed ourselves~poor james's insurance.

토토로 : Wasn't that good of him~Poor James!

프리다 : The Lord have mercy on his soul!~끝까지. 

an encounter 시작합니다. 

윤슬 : It was Joe Dillon~ What have you there in your pocket?

진공묘유 : Everyone's heart palpitated as ~Till to-morrow, mates.

여울아 : That night I slept badly~three o'clock from Mr Ryan. 

토토로 : We came then near the river.~of which we could see the Dodder. 

프리다 : It was too late~he goes in for games. 

윤슬 : He said he had all Sir Walter Scott's works~I'll be Smith. 

진공묘유 : We said nothing further to each other.~끝까지. 

★ 다음 주 세미나 시간에 모두 나가지 못합니다. 두번째 작품까지 분량만 나누었습니다. 

 

 

댓글 4
  • 2023-01-03 20:17

    여울아샘, 에너자이저 배터리 장착한건가요?
    수업준비를 엄청 꼼꼼하게 해와서 놀라움을 주더니
    후기까지 빠르고 자세한 정리로 한번 더 놀라움을 주는군요. 이런건 배워야하는데......^^;;;

    오랜만에 하는 영어강독.
    제임스 조이스라는 첨 만난 작가.
    아주 제대로 자극이 되었어요.
    그러므로...
    더블린은 마비! BUT 세미나는 생기!

    후기 잘 읽었어요~

  • 2023-01-04 10:01

    문탁 첫 세미나! 여울아샘의 호탕하고 강력한 웃음 에너지에 흠뻑 젖어 돌아왔습니다. ^^

    책은 이런 호기심으로 읽는거군요. 책을 앞에서보고 뒤집어보고 거꾸로보고 옆에서 보고 정신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실시간으로 음성지원이 되는듯한 생생한 리뷰입니다! 😁
    모든분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 가득 입니다. 부지런히 따라가볼께요.

  • 2023-01-04 19:16

    작가(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배경지식도 함께 들으니 <더블린 사람들>이 재미있어질라고 합니다~~
    혼자서 끙끙거리며 읽다보니 영 재미가 없었거든요.ㅎㅎ

    저도 열심히 따라가볼랍니다~

  • 2023-01-12 00:20

    묘한 인연의 고리로 딱 10년만에 조이스 작품을 다시 읽게 되다니...
    스치듯 한 제 말을 귀담아 주신 여울아샘, 잠시 고민하는 저를 이끌어 주신 토토로샘 고맙습니다.
    새롭게 함께 공부하게 된 진공묘유샘, 윤슬샘도 반갑습니다.
    후기도 여울아샘처럼 밝고 신나게 읽어내려갔어요.
    두근두근 기대되는 세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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