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부분이 아니다... 이제 좀 감이 잡히네요..

여울아
2022-07-27 21:22
366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이진경의 <수학의 모험>을 다 읽어냈습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다, 수학의 본질은 자유다, 점은 부분이 아니다, 무한의 연속성, 칸토어의 역설, 이발사의 역설,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 등등 그동안 선언으로만 알았던 문장이나 개념들을 해석하면서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다

이것은 김상욱 강좌를 통해 직접 언급되기도 한 갈릴레오의 말입니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언어는 수학이다... 정도로 대충이해하고 넘겼던 것 같은데요. 이 책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수학사를 정리하면서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학의 엄밀성, 수학적 진리에 익숙한데 비해 17, 18세기는 수학의 융통성이 많았던 시대였다고 합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가 무한소 개념에 근거한 미분방정식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것이구요.  무한소개념이 가져온 공포(별다른 이유 없어요. 무한소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 때문에 19세기는 가우스를 필두로 라그랑주, 코시, 르장드르, 아벨 등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수학의 엄밀성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이들은 수학이 우주의 질서 그 자체이기를  바랐습니다. 수학이 확고하고 안정된 기반위에 선 진리이고 질서이기를 바랐던 것이죠. 그렇다면 갈릴레오가 수학은 우주... 라고 말했던 당시의 뜻은 우주의 질서를 수학으로 표기? 표현?할 수 있다는 정도의 말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수학의 본질은 자유다  

이 책 서문에서부터 계속 기회있을 때마다 나오는 말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칸토어입니다. 그는 무한집합론을 펼친 사람이고 19세기에 인정받지 못해 가난했고, 불행한 삶을 살다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수학의 정석 맨 앞에 나오는 집합명제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던 저 역시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수학적 엄밀성이 대세였던 시대에 칸토어의 무한집합론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습니다. 가우스의 정수론은 수의 실재론이었으며, 셀 수 있는 자연수가 최고... 라는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무한소 개념이 없으면 미분조차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해야 하는 답답한 주장이었던 셈입니다. 칸토어는 좋다, 그럼 무한도 세어보자고 처음엔 시도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역시 이런 산술화에 앞장섰던 셈입니다. 자연수(와 유리수)는 셀 수 있지만 실수를 어떻게 센다는 것인가?  그는 일대일 대응방식으로 무한을 세었고, 큰 무한 작은 무한으로 계산할 수 있음을 대각선논법과 초한수 개념들로 증명합니다. 그는 공집합에서 시작해 무한 수(순서수)를 끝도 없이 만들어냈습니다. 예전 사람들이 무로부터는 아무 것도 만들수 없다고 했지만 기어코 또 다른 수의 질서를 찾아낸 셈입니다. 이렇듯 수학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사고와 개념으로부터 열려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칸토어의 열망이 담긴 한 마디. 수학의 본질은 자유다...

 

점은 부분이 아니다

이 역시 김상욱 강좌 초반에 나왔던 말입니다. 이 말은 유클리드 기하학 definition 1번에서 나옵니다.

A point is that which has no part.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의미) 

일반적으로 점이 선이나 면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면이나 선에서 시작해 점을 추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점은 길이나 폭이 없고 그저 위치만 있을 뿐입니다. 

칸토어는 0과 1사이의 무한한 실수의 농도가 실수 전체의 농도와 같다는 증명을 하기 위해 점선면을 이용하는데요.  

 

위와 같이 점O에서 선분 AB와 CD를 모두 지나는 직선을 연결하여, AB 상의 모든 점과 CD상의 모든 점 간의 일대일 대응을 증명한 것입니다. O에서 시작하는 어떤 직선도 둘 다 어느 지점을 지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으로써 (무리수라는 무한을 포함한)실수의 농도는 같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때 점은 부분이 아니라는 정의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점이 부분이 있다면 선분 AB와 CD의 길이가 같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눈으로 확인되듯이 이 둘의 선분은 길이가 다릅니다. 왜냐? 점은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분 1cm와 선분2cm 길이가 다르더라도 점의 갯수는 2배가 아니라는 것. 점은 위치만을 나타낼 뿐입니다. 

 

칸토어의 역설

 

불쌍한 칸토어. 자연수와 실수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일까요? 그는 무한과 연속이라는 심연에 빠져버립니다. 무한을 셀 수 있다는 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모든 순서수의 집합, 모든 집합의 집합을 정의하는데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포함하지 않은 모든 집합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이런 역설에 걸려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모든 사람의 면도를 해줍니다."라고 광고하는 이발소가 있다고 할 때, 그 이발가 스스로 면도를 하지 않는다면 이발사가 면도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 면도를 해주겠다고 했으니 이또한 이발사가 자신을 면도해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죠. 이런 난관을 이발사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괴델의 불완정성의 정리

20세기초 수학에는 세 가지 입장이 들어섭니다. 논리주의(러셀, 화이트헤드), 직관주의, 형식주의(힐베르트). 

이 중에서 형식적 공리주의가 현대 수학의 정돈과 체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형식주의는 공리주의를 따라 수학을 정립하면서 완전성과 무모순성을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적절히 논리주의와 직관주의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수학적 진리를 확보해나아갑니다. 그러나 1931년 괴델의 정리를 통해 이러한 형식주의는 파산선고를 받습니다. 괴델의 불완정성이란 공리들만으로는 참과 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 그 예로 <원초적 본능>이라는 영화가 예시되는데요. 이 영화는 작가인 주인공의 소설과 영화 속 현실이 뒤섞이면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영화 감독이 수학자라는 것. 그리고 그가 괴델의 정리를 이용한 스토리 작업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추측입니다.   다시 말해 현실과 소설이 섞이는 전체를 관람하는 영화 관객은 범인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펼쳐지는 영화속에서 경찰은 그것의 참과 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 이것이 결정불가능한 명제, 괴델의 정리입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 소설이고 어디까지 현실인지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계가 열려버린 상황에서는 경계가 모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공리만으로 모든 공리계가 결정불가능한 명제를 포함한다는 말은, 공리들로 얻어지지 않는 외부가 공리계 내부에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내재하는 외부라고 말합니다. 이로써 어떤 공리계도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ㅠㅠ 

 

이 책을 통해 17, 18, 19세기 수학사를 간단히 훓어보았는데요.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초수학을 추구하는 수론/추상대수학/공리주의 계열과 변환과 파생을 추구하는 기하학/해석학/집합론의 계열은  상관성은 있으나 대응성도 대칭성도 없이 서로 어긋난 채 병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현재 중고등학교 수학교과서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학기는 대수학 2학기는 기하학으로 고등학교1학년까지 체계가 유지됩니다. (애가 1학년이라 그 이후는 몰라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편제방식은 편의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여졌을 텐데, 수학사적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20세기 후반은 수학기초론과 엄밀성의 붕괴 위에서 불변구조를 연구하는 추상대수학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라고 전합니다. 

 

다음 주부터 수학세미나는 <미적분의 힘>이라는 책을 시작합니다. 

1장-재하

2장-여울아

별도의 발제는 없이 장을 맡은 사람은 간단 정리를 포함하는 질문을 올리구요. 다른 분들은 편하게 책을 읽어오고, 읽다가 질문이 생기면 자유롭게 댓글로 올려주시면 됩니다. 

<미적분의 힘>을 먼저 읽으신 분들이 <수학의 모험>에서 쌓은 공력으로 훨씬 수월할 거라고들 하시니까, 다시 기운을 내어 봅니다^^

댓글 2
  • 2022-07-27 22:57

    역사를 알면 알수록

    자기가 알아낸 것이 진리임을 추구하고 확신하고 무너지고

    다시 다음 세대가 추구하고 확신하고 무너지고의 반복이 역사임을

    반복해서 우주를 원리를 거의 다 알았다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주의 아주 조그만 부분임을

    우주의 원리는 우리의 생각이나 논리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 너머에 있음을 알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2022-07-30 21:13

    저한테는 어려운 <수학의 모험>이였지만 여울아샘,눈빛바다님, 재하샘, 미르샘, 덕분에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7세기 ~ 20세기까지 수학의 흐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수있는 시간여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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