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모험 두번째 시간 후기_수학이 '진짜' 엄밀할까?

Micales
2022-07-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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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을 배우거나 배웠던 사람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학의 가장 강한 이미지 중 하나는 바로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엄밀성'이다. 수학을 학교에서 배우는 내내 수학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이를 '계산'과 동의어로 놓고 이러한 수학의 엄밀성을 계산의 정밀함과 같은 선상에 놓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학을 계산으로 바꿔 이해하는 방식은 기계적으로, 숫자를 가지고 한참 계산을 해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나를 포함해서)에게 기피대상이 되어버리곤 한다. 이렇게 '답이 맞거나, 혹은 틀리거나', 라는 수학에 대한 인식은 이러한 수학=계산(즉 연산을 통해 값을 찾는 행위)이라는 우리들의 무의식적인 판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연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계산이라는 그 자신의 일부와 모든 면에서 일치할까? 다시말해, 정말 수학은 무조건 계산하는 것이기만 한 걸까? 그리고 수학이 가지고 있는 '엄밀성'은 과연 수학 전체를 대변하는 수식어일까?

 

 

  이번주에 나갔던 <수학의 모험> 4장에서 저자인 이진경은 미적분의 기본개념에 대해서 설명하며 미적분의 개념 중 '무한소'(끝없이 작아지지만 존재하는 그러나 값을 특정할 수 없는)에 대한 여러 의문을 던진다.  

 

' "(...)그렇소, 무한히 작지만 0은 아니지(...)0에 무한히 가까운 값이니까 그런거지." (...) "그럼 말해보게. dt는 0인건가 아닌건가?" '

 

  여기서 무한소라는 것은 미분에서 곡선의 기울기를 나타내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즉, 곡선의 기울기를 무한히 작게 쪼개 직선처럼 만들어 그 기울기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마치 예전에 수학 시간에 배웠던 원의 넓이를 구하는 방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렇게 '무한히 작은'이라는, 직관적으로는 와 닿지 않는 개념인 무한소를 이용하여 미분의 개념이 전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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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 아주 잘게 쪼개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넓이를 구하는 과정과 미분을 통해 곡선의 기울기를 구하는 방법. '무한'이라는 개념을 가져다 쓴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인다.)

 

그렇다면 미분을 통해서 곡선의 기울기를 구할 수 있다면 대체 애초부터 곡선의 기울기를 왜 구하려 할까? 이는 평균속도와 순간속도를 그래프로 표현하는 형태를 안다면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평균속도, 다시말해 1시간 동안 10km를 갔다는 '속도'를 그래프로 나타낼 때, 시간은 x축, 간 거리는 y축으로 나타내 그 선의 기울기, 즉 "거리/시간"이라는 꼴로 속도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나타낸 평균적인 속도는 직선으로 나타나는데 반해, 실제로 이동할 때 어떤 물체의 속도는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즉, 이러한 형태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이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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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곡선의 기울기(=거리/시간)을 알면 단순히 평균적인 속력만이 아니라 특정 '시점'(그래프의 한 점)에서의 '순간적인' 속력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운동의 속력을 그래프로 나타내었을 때, 곡선의 기울기를 구할 수 있는 미분법은 과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 준다. 

 

  그렇다면 대체 이 미분에서 쓰이는 '무한소'(혹은 dt)는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무한소는 0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값이다. 따라서 0에 '무한히' 가깝지만 동시에 0은 아닌 개념이다. 그렇기에 이는 0이 아니면서도 0처럼 취급되는, '0이 아니라고 하면서 동시에 0이라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무한'이라는 개념은 많은 혼동을 야기한다. 간단한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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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정사각형을 보이는 것처럼 점점 더 작게 나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회색으로 칠한 부분의 넓이의 합은 1/3이다. 즉, 1/4 + 1/4² + 1/4³ + ... =1/3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0.99999...의 값이 1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관적으로 생각하였을 때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수학에서는 이와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 다만, 수학계에서 이러한 '무한'을 이용한 개념들이 제시되었을 때 수학자들조차도 서로 언쟁을 벌이기 십상이었다. 그렇기에 달랑베르는 이를 '무한히 작아진다'는 말에서 극한으로 가까이 간다, 라는 말을 쓰는 등 모종의 치열한 회의를 거쳐 탄생한 개념이 바로 이 무한소 개념이다.

 

이외에도 기존 유클리드적 공리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하여 당연하다고 여겼던 유클리드적 공리를 깨는 수학의 영역인 비유클리드 기하학(이에 따르면 두 평행선은 만날 수 있다!) 등 수학이라는 학문의 모든 것이 처음부터 딱딱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수북하다.

 

(...)

 

  사실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조차도 개념들은 계속해서 고안이 되며, 그것이 증명되어감에 따라서 점점 수학적 진리에 가까워지는 것인 듯 하다. 그렇기에 '무한'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미적분의 개념또한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즉, 비록 수를 이용한 연산 자체는 결과가 이견없이 나올지 몰라도 수학도 결국은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연산 이전에, 그 개념을 고안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여느 학문들처럼 회의와 논쟁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 어쩌면 이는 똑 부러지지 않는 우리 '인간'이 수를 다뤄서 일지도, 따라서 수를 '해석'하는 언어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세운 학문이 결국 수'학'이라면, 이또한 수학이 마냥 '엄밀'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또다른 길이 아닐까?

댓글 1
  • 2022-07-22 19:40

    후기를 읽으니 오늘 읽은 무한(대) 개념이 더 재미있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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