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수학으로 모험을 한다구요?!!

여울아
2022-07-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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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 다닐 때 물포자, 수포자, 문과생입니다.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수학의 모험을 떠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수학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자 이진경은 수학 자체가 얼마나 모험적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수학은 이미 철학이며, 모든 당연시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할 용기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 사이에서 어떤 연관을 찾아내는 시적 상상력까지 포함하는, 그런 만큼 종종 뿌리까지 뒤집어버리는 전복적이고 혁명적인 사유의 양상들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호논리학에 근거해 수학적 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교과서에서도 폐기된 모양입니다. 아래 내용은 요즘 애들은 안 배운데요. 재하가 어려워함^^;;)

그러나 저자는 조건문 형식의 진리표 (p->q T/F)에서 말하는 참/거짓이 과연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가령 p가 거짓인 문장은 q가 거짓이든 참이든 무조건 참인 명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수학적으로는 참인 모든 명제를 수학적 진리라고 정의한다면, 기호 논리학(q)으로 참/거짓은 "수학적 진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서구에서 오랜 동안 절대적인 진리였지만, 19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이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하학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수학적 진리로 설정된 공리계조차 불완전하다는데 이릅니다. (이후로 읽을 부분)

그러니까 저자는 수학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shut up and calculate!"을 외치는 양자역학을 엊그제까지 읽은 저로서는 혼동스럽기조차 합니다. 

이 말은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수준에서 일어나는 미시세계를 이해하기는 너무나 어렵고(파인만 왈)

수학으로 계산 값이 나오면 너의 지각을 버리고 수학을 따르라는 말로 저는 이해했거든요. 

그런데 수학이 진리가 아니라면 이 말조차 무력화되고 말아버리는 게 아닐까요? 

단지 계산이 맞느냐 틀리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논리적 타당성만을 따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저자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라고 말합니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차라리 수학은 비현실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예술에 가깝고, 모든 비판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철학에 가깝다고 합니다. 또 자연과 대상으로부터 적절한 운동값을 계산하려 한다는 점에서 과학에 가깝다고 합니다. 

 

서양의 고대 철학자들이 왜 수학자이자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는지를... 또 점성술사, 연금술사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는 1장 내용이었습니다.  

 

엄마, 수학은 왜 배워야해? 콩나물 값만 계산할 줄 알면 되는 거 아냐? 

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모르겠어. 

 

이어서 2, 3장에는 근대과학자들의 수학적 노력이 얼마나 위대한 유산이고, 이들에 의해 계산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이들 내용을 읽고난 후 이제는 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함부로 계산을 말하지 말라. 자신의 일상을 계산공간으로 가져와 사고할 줄 안다면 그가 바로 과학자이자 수학자라고 말입니다. 실제 우리의 일상은 콩나물값을 계산할 줄 모르고 사는 게 문제라고요^^;; 

재하는 점성술사나 연금술사는 왜 과학자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오늘날로 치면 과학의 영역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거죠. 

이 책에서는 마술사, 점성술사, 연금술사와 달리 과학자는 수학적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한의학이 떠올랐어요. 서양의료와 달리 한의학은 동양에서 임상적 사례가 풍부한 의료행위지만, 이를 두고 과학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모든 게 과학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혹시 근대성(믿음)에 의거한 질문이 아닐런지요. 

 

이렇게 수학세미나 첫시간은  철학과 수학, 그리고 과학의 어디쯤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이것이 수학사의 매력 아닐까요?

다음 주 월요일엔 4장부터 7장까지 읽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새로운  진행방식으로 각 장마다 질문자와 그 파트 진행자를 정해보았습니다. 

4장(미적분)- 재하

5장(17~18세기 수학)- 김경희

6장(해석학)- 여울아

7장(기하학)- 눈빛바다

 

직장인분들의 일정을 고려해서 게시판에 질문은 주말사이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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