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하군과 같이 공부할 마지막 시간입니다. 굿바이 재하~ 굿바이 수학~

제가 재하를 처음 만난 건 작년 2월 비전세미나 문학시즌에서 였습니다.

우린 그때 5개월 가량 페스트, 눈먼자들의도시 등 팬데믹 관련 책들로부터

전혀 목가스럽지 않은 미국의 목가, 대성당 등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저는 당시 재하의 마지막 에세이가 제 자신이 쓴 에세이보다 더욱 제게 감흥을 남겼습니다. 

소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분석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인공들이 처한 무기력과 방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재하의 능력에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저는 재하와 철학과 과학 공부를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과학책을 읽을 수록 수학이라는 수식을 무시할 수 없구나 느낄 즈음 마침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도 미적분이 중요한 테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구요. 이제 수학을 공부해야 할 시기라는 것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수학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그런 양가 감정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탁에서 공부하며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공부)로 눈을 돌리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어나더 레벨이 과학입니다. 그런데 수학은 제게 더더더더 어나더 레벨입니다... 

작년 이맘 때 과학세미나를 처음 열었을 때는 철학학교 여름방학을 이용한 재하와 저의 잠깐의 일탈이였습니다. just fun!

그런데 올해 수학세미나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자꾸 마음이 무거워지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just fun!을 외치며 더운 여름 수학이라는 작은 유희로 시원해지는 경험(공포 체험인가요^^)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지난 여름 정말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갔어요. 비가 엄청 오던 날 모였는데 모두 새앙쥐처럼 젖었던 게 기억나네요. 

제가 또 유난을 떨어서 마지막엔 오픈북 시험도 봤거든요... 이번엔 줌이라 비 맞을 일도 없고 시험도 없습니다. ㅎㅎ

굿바이 재하, 굿바이 수학~

굿바이 재하. 수학세미나를 마지막으로 재하는 멀리 공부하러 떠납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며 즐기며 살길 바랍니다. (근데 난 왜 자꾸 호그와트 기숙사가 떠오르는 걸까요 ㅠㅠ)

굿바이 수학. 이번에 잠깐 공부하고 수학과 빠이빠이 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큰 욕심 없이 공부하자는 의미입니다. 

첫 세미나는 7월11일(월) 저녁 8시에 시작합니다. 

이진경의 <수학의 모험> 1, 2, 3장까지 읽어옵니다.

월요일 정오까지 인상적인 부분이나 질문을 게시판에 올리고 회원들과 공유합니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