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미나 4차 세미나 후기

은가비
2021-08-04 12:22
365

  책 <신경가소성>의 마지막 시간이다.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로 유전과 환경, 경험과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신경계의 내재적 속성이다. 신경 발생은 배아기에서 출생 직후에 가장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성인에게서도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뇌 훈련으로 뇌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현재 다양한 상업적인 뇌 훈련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 입증된 사례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나 광고 매체에 나오는 뇌 훈련 상품들이 모두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하니 굳이 이런 것에 돈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재하님은 모국어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유아의 경우, 제2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언어 사용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다른 책에서 보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학습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삶 속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서 과연 같은 현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외국어뿐만 아니라 우리가 여러가지 다양한 행위들을 삶 속에서 영위하지만  다른 어떤 행위로 헛갈리는 것은 정말 사실일까? 삶과 경험으로 부딪치는 일들은 학습과는 다르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모국어 화자 대부분은 굳이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고 비문을 보게 되면 문법적 지식이 아닌 느낌으로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모국어에 늘 노출되는 것처럼 제2외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에 놓인 다문화가정 같은 곳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학습으로 언어를 습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대화를 교류한다. 뇌가소성에 대해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의문을 뒤로 하고 이쯤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다양한 신경가소성 변화는 뇌졸중이나 부상으로 인한 신경 및 뇌 손상에 의해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변형 뿐만 아니라 신경회로의 재조직까지 발생시킨다. 우리가 많이 듣는 '뇌졸중'은 일차 겉질에서 척수의 운동뉴런으로 내려가는 신경경로가 망가지며 마비가 생기는데, 뇌는 이때 평행한 다른 운동경로를 활성화시키고 이 부위는 반대편 반구의 일차 운동겉질, 손상부위에 인접한 이차 운동 영역까지 발생시킨다.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진 후, 기존과는 달리 주위 연결의 전체적인 수가 증가하나 전반적인 운동기능이 개선될 뿐, 개별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동작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중독과 통증은 신경가소성이 잘못 적용되어 일어나는 증상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자연적 보상을 얻기 위한 목적 지향적 행동을 한다. 우리가 즐겁다고 느끼는 것은 배쪽피개에서 뉴런을 점화, 중격핵으로 도파민을 방출하고 보상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모든 중독성 약물은 배쪽피개를 표적으로 하고 도파민 전달 향상을 위해 신경전달 물질을 높이는데 약물들이 모상경로를 장악하는 이유는 중간변연 경로에서 자연적인 보상 이상으로 도파민을 방출해서라고 한다. 이 약물들은 신경세포 구조 변화까지 유도한다. 중독이란 쾌락을 위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약물복용을 하게 되면 배쪽피개와 중격핵에서 장기강화를 유도하며 도취 효과를 내지만 지속적 사용 시, 기억 및 실행 기능과 연관된 일부 경로에서 변화가 일어나 특정 환경, 사람, 물건을 약의 복용에 연결하고, 뇌의 보상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만들어 점차 습관적/강박적인 약의 복용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즐거움을 주는 모든 활동'이 중격핵에서 도파민을 증진시키므로 그중 '어느 것'에도 중독될 수 있다. 이는 단지 약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습관, 생활양식부터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중독으로 갈 수 있다. 개인의 뇌가 단지 한 사람만을 좌지우지하지않는다. 개인을 넘어서 가족, 개인이 속한 집단과 공동체 나아가 전 세계까지..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가 보여주듯이 인류와 지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마스크를 쓴지 1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뇌의 보상효과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모른다면 주위에서 말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천천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통증은 유해한 자극을 지각하는 말초신경계의 일차 감각뉴런에 의해 조정된다. 이 뉴런들이 척수 외부의 배근신경절에 세포체가 모여 집락을 형성하는데 통증을 멈추는 행동으로 손상 악화를 막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도 한다. 염증이 일어나는 동안 손상된 세포에서 나온 성장인자로 인해 민감해지는데 이 자극의 여파로 장기강화가 유도되고 이차 감각뉴런의 반응을 증가, 신호의 출력이 점점 커지는 와인드업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삶의 단계별 뇌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인생 초기 경험은 정말 매우 중요하고 치명적인 시기인 것은 우리가 알던 대로 사실이다. 어미의 보살핌이 적은 경우나 아동학대 경험, 어린 시절의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평생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면 앞이마겉질이 장기적,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겪으며 20대 후반까지도 발달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으로 우리는 꽤 오랫동안 설전을 했는데 여울아님은 이러한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자녀는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하거나 의지 또는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셨고, 나와 우연님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환경과 습관을 개척하고 부딪혀서 청년기에 많은 혼란과 방황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ㅎㅎ 여러 의견들이 오갔지만 시간상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지는 못했다. 같은 이론을 보더라도 이렇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보다 중요한건 자신이 서 있는 지점에서 바라보는 위치 감각과 그것에 대한 해석일까.. ㅋㅋㅋ

뇌가소성의 메카니즘은 여전이 규명이 어렵다. 관찰, 연구는 한 단면만이 가능하고 여러 변화를 동시에 분석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결론은 아직도 뇌가소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하지만 매우 재미있다. 요즘 과학 책이 그 어떤 책보다 재미있는 건 그동안 몰랐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일까, 아니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발동되어 그런 것일까.. 다음 시간에 우리는 스티븐 베리의 <열역학>을 3장까지 읽고 만나기로 했다. 후기 쓰기 전, 1장을 다 읽었다. ㅋㅋㅋ 역시 흥미롭고 재미있다. 

댓글 3
  • 2021-08-05 09:44

    우리의 뇌는 어떻게 생성되고 발전하는가를 다뤄본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뇌세포의 성장과 시냅스의 연결, 새로운 신경회로 구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생물학적 구성을 중심으로. 물론 과도한 지식 활동이 새로운 시냅스 연결과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많이 헷갈려하며 혼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물학적 포유류의 뇌의 형성과, 고등 생물인 인간의 지적 활동은 분명 다른 메카니즘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번에 공부한 것은 전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둘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고등인지과정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가 있음 좋겠네요. 

    이런 면에서 제 2 외국어를 (매우 어린나이에 그래서 아주 빠른 습득력으로) 학습으로 습득하는 것과  주어진 생활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거라는  은가비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성인의 뇌는 대부분 완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새로운 신경회로의 생성보다 기존 시냅스의 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에 들어선 지금, 제 2 외국어를 배우고 악기를 배워야하나 잠시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열정의 부족은 어느 시냅스가 훼손되기 때문일까요? 배움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 뛰어들 열망이 고갈되네요.

    열역학, 저는 많이 어렵네요. 도무지 뭔 말을 하는건지. 은가비님의 마음자세를 본받아 긍정적 자세로 다시 숙독해야겠습니다.

  • 2021-08-05 14:28

    ㅋㅋ 두 가지 정도 확인하고 싶어요. 

    첫째, 책에서는 제2국어!! 를 말하고 있어요. 제2외국어 아니고요!! 

    외국어가 아니라 국어(모어)라고 말한데는 그 습득과정이 자연스럽기 때문일 거예요. 

    부모에게 두 가지 언어에 노출되거나 그런 나라에 살 거나. 

     

    둘째, 감정통제와 행동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20대 후반까지 계속된다는 책 내용에 대해서 말이죠. 

    그러니까 아직 뇌과학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10대 후반부터 경제적 독립에 내몰리는 현실에 반대한다... 

    경제적인 것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른 삶을 생각할 수 있도록 20대 후반까지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고 말하면서

    공자의 三十而立 얘길 했죠. 뇌과학을 몰라도 2500년 전 공자는 서른은 돼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은가비님이 정리한 글을 보니 꼭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측면에서 저도 두 분 생각에 동의합니당~ 

     

    셋째, 과학세미나 마무리 어떻게 할까요? 에세이 대신 제가 즉흥적으로 시험을 보자고 제안했는데, 다들 한 번 생각해보셔요~ 

  • 2021-08-08 07:11

    열역학 메모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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